"6월 딱 한달만 갈 수 있는 관광지라고?"…국내 '숨은 관광지' 4곳
아산 외암마을·남해 지족해협 죽방렴 등
(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한정판'이 한정된 물량만 판매해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시킨다면 한시적으로 개방하는 여행지는 어떨까. 6월에만 떠나고 경험할 수 있는 숨은 관광지들이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한국관광공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추진 중인 '6월 여행가는 달' 캠페인(5.14~6.30)과 관련해 6월에 한시적으로 개방하는 '숨은 관광지'와 '체험 프로그램'들을 소개한다.
추천 여행지 및 체험은 △아산 외암마을 △남해 지족해협 죽방렴 △하동 섬진강 재첩잡이 △예천 천향리 석송령 등 총 4개이다.
해당 4개소 외에도 전주 경기전, 구미 신라불교초전지, 거창 가조온천 족욕장, 남원시 광한루원(누각), 안중근의사기념관 야간개장, 국립평창청소년수목원 하늘담터 등을 한시적으로 만나볼 수 있다.
◇ 초여름 밤에 떠나는 조선시대 시간 여행
조선시대에 형성된 외암마을은 상류층, 중류층, 서민 가옥 등 다양한 전통 가옥이 상당 부분 원형을 유지한 채 남아 있어 마을 전체가 국가민속문화유산에 지정되어 있다.
여느 때라면 주변 산세와 전통 가옥, 돌담길을 또렷이 감상할 수 있는 낮 시간대 방문을 추천하겠지만, 6월 초만은 예외다.
다음 달 6일부터 8일까지 외암마을 야행 축제를 통해 다채로운 야간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마을 곳곳에서 재미난 일들이 펼쳐진다. 조선시대 이미지를 접목한 미디어아트, 상류층 가옥에서는 전통 혼례와 다도 체험을 진행하고 사전 예약한 일반인들이 외암마을의 상징적인 전통 예복을 입고 전통 혼례식을 체험한다.
고즈넉한 정자와 사랑채에서는 차 문화를 배우고 차를 음미하는 체험이 이뤄진다.
외암민속마을의 상징이자 국가민속문화유산인 건재고택에서는 아이들에게 전통과 예의를 가르치는 외암서당이 열리고 고택 앞에는 제기차기, 사방치기, 투호 던지기 등을 체험하는 민속놀이터를 마련한다.
이밖에 다양한 공간에서 고택 달빛 콘서트, 인문학 콘서트, 예술장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참가자들이 밤마실 기분을 내며 거닐 수 있게 청사초롱도 제공한다.
2024 아산 외암마을 야행 운영 시간은 오후 6시에서 10시까지이다.
◇ 죽방렴멸치 어업 체험해 볼까 쪽빛 바다를 품은 남해군 지족해협은 물살이 세차다. 또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수심의 깊이가 적당해 죽방렴이 잘 보존된 곳이다. 총 23개소의 죽방렴이 해협 곳곳에 설치되어 있으며, 4월에서 11월까지 활발한 어업활동이 이뤄진다.
죽방렴은 대나무(竹)를 발처럼 엮어 세워 고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가두는(防) 어업으로 멀리서 볼 때 바닷속에 단순히 울타리가 세워진 것처럼 보이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면 부채꼴(V) 모양이다.
죽방렴의 역사는 5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종 원년(1496년)에 편찬된 '경상도 속찬지리지'에 '방전에서 석수어, 홍어, 문어가 산출된다'고 적혀 있는데, 방전이 죽방렴이라 알려져 있다.
죽방렴의 조업 원리는 다음과 같다. 멸치가 해협의 센 물살에 쓸려 부채꼴로 터진 울타리를 따라 들어와 원통 안에 갇힌다. 원통 입구엔 대나무 문이 있는데 물살의 힘에 의해 저절로 닫히게 되어 있다. 원통 안으로 떠밀려온 물고기들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된다. 다시 바다로 나가겠다고 퍼덕거리는데 이때 탄력이 생겨 맛이 더욱 좋아진다.
이곳 지족해협처럼 시속 13~15㎞의 거센 물살이 이는 곳에서만 가능한 조업이다. 남해 지족해협 죽방렴(명승)은 국가유산청에서 진행하는 생생국가유산 사업 중 자연유산으로 2024년 선정되어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5월부터 10월까지 날씨와 물때가 알맞은 날에 진행하지만, 여름에는 장마로, 가을에는 수온 하락으로 인해 체험이 어려울 수 있어 6월이 체험에 가장 적합한 시기이다.
체험을 하려면 사전예약이 필수이다. 6월 체험 가능일자는 8일과 22일이다. 6월 한정 특별해설과 죽방렴멸치 기념품도 증정한다. 아이들에게 생생한 어업 현장 체험이 될 것이다.
◇ 섬진강의 보물, 재첩 잡으러 가자!
'섬진강의 보물'이라 불리는 재첩은 모래에 사는 작은 민물조개다. 재첩은 바닷물과 민물이 합쳐지는 지점에 주로 서식한다.
조개를 채취하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바닷가 갯벌에서 이루어지는데 비해 재첩의 무대는 깨끗한 강이다. 하동에서는 재첩을 강에서 사는 조개라고 해서 '갱조개'라고도 부른다.
해양수산부는 독특한 어업 문화의 역사 문화적인 가치를 인정해 2018년 국가중요어업유산 제7호로 '하동·광양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을 지정했다.
이어 손틀어업은 2024년 7월 우리나라 어업분야에서는 최초로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에 올랐다. 재첩잡이 손틀어업은 국제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할 수 있다. 손틀어업은 재첩을 채취하기 위해 강에 직접 들어가 강바닥을 긁는 방식이다.
재첩은 4월 중순부터 10월 말 사이에 채취하는데, 이중 재첩 살이 도톰하게 오르는 5~6월이 제철이다. 다음 달 14일부터 16일까지는 재첩을 주제로 한 '제8회 섬진강문화재첩축제'도 열린다.
소나무가 울창한 송림공원에서는 힐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섬진강 백사장에서 '찾아라! 황금재첩'이라는 특별한 재첩잡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진짜 금을 강바닥에 숨겨 놓아 재첩을 잡으면서 행운도 점칠 수 있다.
행사 동안에는 전문 어업인들이 사용하는 거랭이를 이용한 손틀어업도 체험해볼 수 있다. 다양한 재첩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시식회도 준비된다.
◇ 나무 그늘만 30m, 700살 땅부자 소나무
천연기념물 천향리 석송령을 6월 8~9일 이틀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보호책 안쪽에서 만날 수 있다. 평소에는 보호책 밖에서 보거나 마을 정자에서 그 위풍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나무 한 그루 둘러보는데 무슨 야단일까 싶지만 석송령이라면 다르다. 석송령은 추정 수령이 약 700년으로 줄기 둘레가 4.2m, 높이 11m에 이르는 고목이다.
무엇보다 반송 품종 소나무다. 반송의 반(盤)은 대야, 쟁반 등을 뜻한다. 줄기가 밑에서부터 여러 갈래로 퍼지는 형태가 특징이다. 석송령은 수관 폭이 무려 30m에 달한다. 크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멀리서 보면 소나무 한 그루가 아니라 솔숲인 듯하다.
석송령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또 있다. 이 거대한 반송이 세금을 납부한다는 사실이다.
매해 꼬박꼬박 16만 원가량의 재산세를 낸다. 토지를 소유한 까닭이다. 석송령에서 서쪽으로 보이는 천향보건진료소, 천향1리마을회관 일대가 석송령의 땅이다. 웬만한 동네 부자 못지않다. 땅을 소유한 지 어느새 약 100년이 다 되어 간다.
동시 출입 인원은 석송령 뿌리 보호를 위해 30명으로 제한한다. 문화관광해설사와 같이 돌아보며 석송령에 관한 깊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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