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

"비행기 탈 때 공포의 '난기류' 2050년 이후 2배 될 수도"

이채린 기자 2024. 5. 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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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 "기후변화로 토네이도 등도 자주 나타날 것"
비행기.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난기류로 싱가포르행 항공기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미국 중남부 곳곳에서 잇달아 강력한 토네이도와 폭풍이 보고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난기류와 허리케인이 빈번해진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한다. 난기류란 공기가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불규칙하게 흐르는 현상이다. 

영국 런던발 싱가포르행 항공기가 21일(현지시간) 난기류로 태국 방콕에 비상착륙 하면서 1명이 숨지고 70여 명이 다치는 일이 벌어졌다. CNN, 가디언 등 외신은 이번 사고를 보도하며 점점 뚜렷해지는 지구온난화가 난기류의 발생 빈도와 위력을 키우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 기후변화에 난기류 더 자주 발생하고 더 세진다

김정훈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난기류는 '대류운'에 의한 난기류, 제트기류로 인한 난기류, 산악지형으로 생기는 난기류 3가지 유형이 있다"며 "이번 사고는 대류운에 의해 발생한 극심한 난기류를 만나며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당시 싱가포르행 항공기가 미얀마 상공을 날 때 강한 비와 천둥을 동반한 기상현상인 뇌우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류운이란 대류성 구름이라고도 하며 하부가 데워져서 불안정해진 대기 중에 발생한 적운형 구름을 말한다. 대류란 뜨거운 공기는 위로 뜨고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가라 앉는 현상이다. 뜨거워진 하층 공기가 위로 올라가 대류운이 만들어지면 강한 상승기류를 만든다. 동시에 그 주변에 하강기류도 일으키는데 이때 불안정한 흐름인 난기류가 일어난다. 

나머지 난기류 유형인 '제트기류'와 산악지형으로 인한 난기류 2가지 유형은 맑은 하늘에서 갑자기 발생하는 '청천 난기류'다. 북반구 상공에 부는 강한 편서풍인 제트기류는 해빙, 빙하가 있는 북쪽과 남쪽 지역의 온도 차이에 의해 발생한다. 제트기류가 강하면 주변에 난기류가 일어난다. 공기가 수평으로 흘러가다 복잡한 산악지형을 지나가면 기류 흐름이 오르락내리락 하며 난기류를 만든다. 

김 교수는 지난해 7월 '네이처'에 앞으로 3가지 유형의 난기류 모두 지구온난화로 빈번해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김 교수,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 공동 연구팀은 고탄소 시나리오(SSP5-8.5)를 기반으로 1970~2014년과 2056~2100년 두 시기의 난기류의 발생 빈도를 예측했다. 고탄소 시나리오는 지금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탄소를 배출했을 때를 가정한다. 그 결과 2056~2100년에 1970~2014년에 비해 난기류가 약 2배 자주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를 냈다.

김 교수는 "기온이 올라가면 대기 중 수증기가 많아지고 대류운, 뇌우 등이 늘면서 공기가 대기경계층에서 성층권까지 뚫고가는 힘이 강해진다"면서 "이 과정에서 강한 상승기류가 동반돼 난기류가 발생한다"며 설명했다. 대기경계층은 지표면부터 일정 고도까지의 대기 중 물질이 활발하게 섞이는 지역을 말한다. 

제트기류 난기류의 경우 김 교수는 "지구온난화가 가속화하면 대기 온도가 올라가게 되고 중위도 남쪽 대류권 공기는 더 따뜻해지고 중위도 북쪽 성층권 공기는 더 차가워져서 그 사이에 위치한 제트기류가 강화되기 때문에 난기류가 잦아진다"고 설명했다. 빈번해진 제트기류가 산악지형을 지나며 난기류를 많이 만들기도 한다. 

외신에서 가장 주목하는 연구는 2013년부터 기후와 난기류 발생 빈도를 연구해온 폴 윌리엄스 영국 레딩대 교수의 논문이다. 그는 지난해 “1979년부터 2020년 사이 극심한 청천 난기류 발생 건수가 55% 증가했다”며 “일반적으로 대서양을 비행할 때는 10분 정도 난기류를 만날 수 있었지만, 수십 년 안에는 시간이 20분 혹은 30분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청천 난기류는 비행 1, 2일 전에 예측할 수 있지만 비행 전에 대류운으로 인한 난기류가 언제 어디서 발생하는지 알기 어렵다고 했다. 대류운 난기류는 비행기가 뜬 뒤에야 위성영상, 레이다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우리 연구팀을 비롯한 여러 국제연구팀이 난기류를 예상하는 알고리즘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서도 "중위도 제트기류 지역 중 동아시아 제트기류 강도가 미국 및 북대서양 지역보다 더 강해지고 있어 한국에서 태평양을 건너는 비행기 경로에 청천 난기류 발생 가능성이 높아 유의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 토네이도, 허리케인 등도 빈번해질 것

21일 미국 아이오와주 그린필드의 남서쪽 도로에서 차를 몰고 가던 한 여성 운전자가 폭풍 속으로 차량이 휘말려 날아간 뒤 사망했다. 외신은 점점 심각해지는 기후 변화 속에 다습한 조건에서 잘 일어나는 토네이도 발생이 근래 더 잦아지고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빅터 겐시니 미국 노던일리노이대 기상학과 교수는 BBC에 출연해 "미래에 토네이도가 발생하는 날이 많아지고 연초에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도 23일 올해 '허리케인 시즌'을 예상하면서 “올해 17~25개 폭풍이 대서양에 찾아올 것"이라고 예보했다. 역대 NOAA가 예상한 가장 높은 수치다. 높은 매년 6~11월은 대서양에 강력한 허리케인이 잇달아 발생해 허레케인 시즌이라 불린다. 

NOAA에 따르면 올해 평년보다 폭풍이 많이 발생할 확률은  85%, 비슷할 확률은 10%,  낮을 확률은 5%다. NOAA는 "올 폭풍 중 8~13개가 시속 119km 이상의 허리케인일 것"이라며 "또 4~7개는 시속 185km 이상의 강력한 허리케인이다"라고 설명했다.  

역대 가장 심각한 허리케인이 시즌이 찾아오는 이유로 NOAA는 기후온난화를 꼽았다. 허리케인이 형성되는 대서양 지역의 바닷물 온도는 나날이 따뜻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뜻한 해수면은 허리케인에 에너지를 제공하고 지속시킨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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