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보는 세상] "셸 위 댄스(Shall We D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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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가 모이면 어울린다.
유럽에서도 남녀를 구별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각 계층 남녀가 한데 모이는 사교는 서양 미술에서 빠뜨릴 수 없는 주제 중 하나였다.
여러 표정의 남녀가 사랑을 속삭이고 있다.
최신 유행 의상을 입은 귀족 남녀들이 군데군데 어울려 있고, 하늘에는 역시 큐피드가 날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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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남녀가 모이면 어울린다. 먹고, 대화하고, 노래하며, 춤춘다.
유럽에서도 남녀를 구별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각 계층 남녀가 한데 모이는 사교는 서양 미술에서 빠뜨릴 수 없는 주제 중 하나였다.
'회화의 군주'로 불리는 페테르 파울 루벤스(1577~1640)가 1638년 그린 '사랑의 정원'은 현실에 신화를 곁들인 낙천적인 작품이다.
여러 표정의 남녀가 사랑을 속삭이고 있다. 공중에는 사랑의 신 큐피드들이 떼 지어 날아다니며 이들을 부추긴다. 그림 내용이나 화풍, 주제가 관능적이며 풍요롭다.
종교전쟁이 한창 이어지며 유럽 전역이 초토화되던 시기임을 감안하면, 상류층 타락을 묘사한 현실 도피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18세기 로코코 시대는 유희의 세계로 한 발짝 더 내디뎠다. 이런 모습을 그린 대표 화가는 앙투안 와토(1684~1721), 대표 작품은 '키테라섬의 순례'(1717)다. 키테라섬은 비너스가 탄생한 곳으로서 사랑이 이뤄진다는 상상의 섬이다.
최신 유행 의상을 입은 귀족 남녀들이 군데군데 어울려 있고, 하늘에는 역시 큐피드가 날아다닌다. 섬에 도착한 모습인지, 떠나려는 모습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중요하지 않다. 세상 근심을 잊고 사랑에만 열중하는 그들 정서는 당대 프랑스 귀족사회 특징이었다.
능력만 되면 공개적으로 애인을 두던 시절이었다. 이런 풍속을 프랑스어로 '페트 갈랑트', 즉 '전원에서의 축제'라고 일컬었다.
와토 그림엔 즐거움만 있지 않다. 금세 사라질 수밖에 없는 쾌락이 주는 허무함도 담겨 있다. 그림 가운데에 뒤를 돌아보는 여성의 눈빛에 와토가 생의 무상함을 심어 놓았다는 해석이 강하다.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시대, 산업혁명 등을 겪은 프랑스에 인상주의가 도래했다. 영광과 질곡 속에서도 축제는 꾸준히 이어졌다. 하지만 여러 가지가 바뀌었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가 그린 '물랭 드 라 갈레트에서 춤'(1876)은 당대 표상이다. 물랭 드 라 갈레트는 파리 몽마르트르에서 사크레쾨르 성당 언덕길 도중에 있던 대중적인 무도장이었다.
장소도, 상황도, 인물들도 모두 현실이다. 산들바람이 부는 듯한 아늑한 저녁 시간에 노동을 마친 서민층 남녀들이 속칭 '썸타고' 있다. 인물들 표정과 자세를 생기 있게 그렸다. 르누아르가 말한 그림 철학이 떠오른다. "고통은 지나가지만, 아름다움은 영원히 남는다"
상승이 있으면 하강도 있는 법. 좋았던 시절, '벨 에포크'를 지나면서 유럽엔 전운이 감돌고 사람들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에드바르 뭉크(1863~1944)가 그린 '생명의 춤'(1900)을 보면 짝지어 춤추는 남녀 양옆으로 두 명의 여인이 오른쪽과 왼쪽에 홀로 서 있다. 흰옷 여인은 과거, 검정 옷 여인은 미래, 가운데 붉은 옷 여인과 춤추는 남성은 현재의 뭉크 자신이라는 해석이 걸맞아 보인다.
축제 같지 않은 축제를 그린 이 그림을 '광기의 화가' 뭉크 개인사로만 한정해 해석할 일이 아니다. 고독한 존재로 태어나, 투쟁하듯 견디며 살다, 죽음을 향할 수밖에 없는 인간 본질에 대한 시사(示唆)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삶의 어두운 면만 볼 필요는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인간은 한자대로 '사람 사이(人間)'에서 사는 존재이므로 어울리고, 웃고, 노래하고, 춤춰야 한다.
축제는 이어진다. "셸 위 댄스?"
doh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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