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다 잘될거야' 낙관, 오히려 해롭다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2024. 5. 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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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불안함이 찾아올 때 "다 잘될 거야"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스려본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실패하면, 잘 안 되면 어쩌지' 하는 불안함이 여전히 남아있다. 미래는 여전히 알 수 없고 일의 결과는 내가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 될 거라고 생각해 봐도 잘 될 가능성만큼이나 잘 안 될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사실 성공이란 늘 좁은 문을 통과하는 것과 같아서 엄청난 노력을 요하는 만큼 운도 따라줘야 하는 등 요구 조건이 까다롭다. 따라서 잘 되는 것이 놀라운 일이고 잘 안 되는 것이 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 잘될 거야"라고 마음을 다스리는 데에는 언제나 현실로부터 배반당할 위험이 따른다. 

따라서 일의 '결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별로 유익하지 않을 수 있다. 원래가 알 수 없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미래의 결과를 기대하고 실망하기를 반복하는 것만큼 소모적인 일이 없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결과에 대해 항상 낙관하는 것도 비현실적이지만 항상 비관하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아무리 비관해 봤자 9회 말 역전 같은 일이 일어나기도 하듯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뉴욕대 심리학자 가브리엘 외팅겐은 통제할 수 없는 미래보다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 일의 '과정'에 주목할 것을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외팅겐의 연구들에 의하면 어떤 목표를 성취했을 때의 결과를 생각하며 즐거움에 빠져드는 것은 목표 달성률을 낮추지만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만날 다양한 장애물들에 대해 생각하고 실제로 이러한 장애물들을 넘어가며 '근거 있는' 자신감을 쌓아가는 것은 목표 달성률을 높인다.

'XX만 달성하면 삶이 아름다워질 것'이라고 상상하고 낙관하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기분을 좋게 만들지만 장기적으로는 해로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결과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결과는 잘 될 수도 있지만 잘 안될 수도 있으며 내가 그것을 100% 통제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도록 하자.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하고 그렇게 애쓰는 나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 최선이다. 선수들이 시합을 할 때 결과가 어떻든 그간의 노고를 알기에 온 마음을 다해 힘껏 응원하는 사람처럼 스스로를 응원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또한 잘되지 않더라도 과거에도 그랬듯이 나는 어려움들을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임을 기억하자. 지금까지 어찌저찌 살아남은 것이 증명하듯 얼마든지 망할 수 있지만 그래도 내가 걱정하는 것보다는 괜찮을 것이고 특히 내 마음은 내가 다스리는 것이 가능함을 기억하자. 다양한 어려움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되 이들이 찾아오면 헤쳐 나갈 방안을 찾으면 된다. 

다 잘될 거라고 낙관했다가 당연히 발생하는 어려움에 크게 놀라고 좌절하거나 화를 내는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일만 반복하지 않아도 우리의 삶은 나아질 것이다. 언제나 할 수 있는 일이 적어도 한 두 가지(예를 들어 심호흡을 해 본다, 침대에서 꼼지락 거려본다)는 존재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넘기지 못할 어려움은 없다.  

지인이 중요한 시험에서 떨어져서 낙담하고 있었을 때 지인의 어머니가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그렇게 쉽게 한 번에 다 될 줄 알았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자마자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한다. 떨어진 게 그렇게 놀랄 일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고 "충격!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라며 호들갑 떨던 것을 멈출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떨어졌다는 사실은 여전히 괴롭지만 '적당히' 괴로울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삶은 고통이라는 말이 의미하듯 쉬운 것은 아무것도 없고 우리는 계속해서 힘든 일들을 겪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가 적당히 괴로울 수 있기를 바본다. 

Oettingen, G., Mayer, D., Timur Sevincer, A., Stephens, E. J., Pak, H. J., & Hagenah, M. (2009). Mental contrasting and goal commitment: The mediating role of energization.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35(5), 608-622.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parkjy02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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