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이제 사실상 '변경 불가'…정부도 의료계도 선택의 기로
의료계, 투쟁·대화 갈림길…정부는 "대화 원한다"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대학별로 의대 정원 증원을 마무리 해가면서 절차적으로 의대 증원이 '확정'으로 일단락 되는 가운데, 정부와 의료계 모두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놓고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25일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에 따르면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절차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전날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각 의대별 모집인원과 입시 요강을 심의하는 대학입학전형위원회 회의를 열고 2025학년도 의대 입시안에 대해 위원 전원 찬성 결정을 내렸다.
당초 정부는 의대 정원을 3058명에서 2000명을 늘려 5058명으로 정하려고 했지만 전공의 이탈, 의대생 수업 거부 등의 상황을 고려한 국립대 총장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내년도 증원분에 한해 50~100% 내에서 자율 모집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2025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은 4567명으로 전년 대비 1509명 늘어나게 됐다.
대교협이 각 대학에 의결 결과를 통보하면 대학들은 지침에 따라 오는 31일 수시 모집요강을 공개한다.
지난 16일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의료계에서 신청한 의대 증원 행정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렸고 이에 의료계는 재항고를 했다.
의료계에서는 대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는 의대 증원 절차를 멈춰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인용되면 행위가 정지되지만 기각되는 경우 집행부정지 원칙에 따라 현재 행정청이 내린 절차들은 속행하도록 돼 있다"고 주장했다.
증원 숫자를 놓고 협상할 여지가 사라지게 되면서 정부와 의료계 모두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접어들었다.
정부의 경우 최우선 과제는 전공의 복귀다. 이탈 기간이 3개월이 지나가고 있지만 100개 수련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공의는 600여명에 불과하다. 정부는 전공의 복귀를 위해 수련 환경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일례로 다음 주부터는 현행 36시간인 전공의 연속근무 시간을 24~30시간으로 단축하는 시범사업을 본격 실시한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의료인력전문위원회는 전날 첫 회의를 열고 ▲전공의 업무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의 질 개선 ▲전공의 수련비용 국가투자 강화 ▲의학 교육의 질 개선 등 과제에 대해 전문위원회에서 중점적으로 검토·논의하기로 했다.
관건은 이탈한 전공의 처분 문제이다.
정부는 의대 증원 발표 직후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는데 이를 위반한 전공의를 대상으로 의사 면허 정지 행정처분 절차를 진행하다가 지난 3월 중순 이후 당정 협의에 따라 유연한 처분을 하기로 하면서 잠정 보류하고 있는 상태다.
다만 법과 원칙에 따라 명령 위반자를 전원 사면할 수는 없는 만큼 처분 재개 시점과 규모, 방법 등을 놓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를 두고 복지부는 최근 각 수련병원에 공문을 보내 전공의를 대상으로 복귀 의사와 진로 등에 대해 상담을 실시해달라고 요청했다.
송기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보건의위원장은 "정부가 의료만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총괄해야 하는데 여기서 예외를 둔다면 그 다음부터는 해결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지금 유예를 하긴 했지만 언젠가는 행정처분을 해야 할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2025학년도 정원이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원점 재검토' 요구가 실현 불가능해지면서 이후 대응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현재처럼 투쟁을 지속하거나 새로운 출구전략을 마련하는 식이다.
최근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대 정원 증원 사태 대응 논의를 위한 비공개 연석회의 후 취재진에게 "의료계와 정부는 대화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 역시 전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정부는 환자의 곁을 지키며 대한민국 의료가 나아갈 길을 고민하는 의사 여러분과 머리를 맞대고 대화하기를 원한다"며 "조건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대화의 자리로 나와 함께 논의해 나갈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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