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피해 호소하는 유권자들… ‘슈퍼선거의 해’인데 선거에 기후가 없다? [기후가 정치에게]
“기후변화가 수백만 명의 삶에 명백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에서 기후변화는 여전히 헤드라인(머리기사)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극심한 무더위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있다. 예측할 수 없는 기상이변으로 강제로 집을 떠나기도 한다. 유권자 9억7000만명으로 세계 최대 민주국가라 불리는 인도의 얘기다.
후보자도 수천 명이다. 한 지역구당 수십 명에 이르는 후보자가 출마했는데, 전체 지역구가 543개인 것을 고려했을 때 8000명이 넘는 후보자가 나왔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백개의 지역구에서 수천 명의 후보자들이 표를 달라며 뜨거운 더위 속에서 호소한다. 하지만 선거 운동 과정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25일 AP통신은 “유권자들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광범위한 피해에 대해 안정, 회복력, 복구 등을 약속하는 정치인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누구를 뽑든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마하라슈트라주에 사는 농부 바이브하브 마스크는 생계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그는 5월 초 농장에 필요한 물을 구하기 위해 약 183m 깊이의 우물 3개를 팠지만 땅이 ‘뼛속’까지 말라버려 물을 찾지 못했다. 동료 농부들 또한 이번 여름이 거의 10년 만의 최악의 가뭄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정치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마스크는 “정치인들은 종교와 카스트(신분) 제도에 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다”며 “아무도 환경이나 농민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농부들에게 돈을 준다고 한다. 그런데 농기구를 포함한 모든 것에 세금이 너무 높은데, 어떻게 이런 식으로 생계를 유지하냐”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인도 남부·동부 해안을 초토화한 사이클론으로 인도 타밀나두주의 첸나이 지역의 주민 약 2만5000명은 이번 총선을 보이콧(거절)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주민 수바시니 라비는 “정치인들은 공약을 내세우며 표를 달라고만 한다”며 “선거가 끝나면 그들은 그냥 사라져 버린다”고 비판했다.
홍수 역시 인도인들의 큰 걱정거리 중 하나다. 인도 아삼주에 사는 수천 명의 주민은 차르섬이라 불리는 작은 섬에서 쌀, 채소 등의 농산물을 기르고 낚시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홍수 기간이 되면 섬 주민들은 임시로 만든 뗏목을 타고 육지로 이동했다가 홍수가 가라앉으면 다시 돌아오곤 한다. 하지만 최근 기후변화로 홍수가 예측할 수 없이, 더 파괴적인 강도로 발생하자 주민들은 섬에 머물기가 어려워졌다고 토로한다.
농부 야드 알리는 “모든 정치인이 홍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민들 역시 누구를 뽑든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현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1월 로컬에너지랩과 더가능연구소, 녹색전환연구소 등이 참여한 기후정치바람이 유권자 1만7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3명 중 1명이 기후위기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기후유권자’로 나타났다.
후보자는 어땠을까. 제22대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자 254명의 공약을 살펴보니 기후공약을 제시한 당선자는 64명이었다. 4명 중 1명이 기후공약을 제시한 셈이다.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 지역구 당선자가 161명 중 53명(33%), 국민의힘 지역구 당선자가 90명 중 10명(11%), 진보당 1명 중 1명이 기후공약을 제시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당선자 48명 중 13명으로 가장 많았다. 부산, 세종, 경북에선 기후위기 공약을 제시한 당선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장은 “22대 총선 지역구 당선자 254명 중 64명이 기후공약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개발공약을 기반으로 기후공약을 추가한 후보가 많아 이후 당선자들의 의정활동을 모니터링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기후 시민들의 활동이 더 활발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근정 로컬에너지랩 대표는 “22대 국회개원과 동시에 기후위기대응 상설특위 구성과 같이 향후 4년간 국회에서 기후위기대응을 위한 구조를 구축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민경 기자 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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