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열의 어린이 환자가 생겼습니다…우리 비행기 회항합니다"[금준혁의 온에어]
"항공의학뿐 아니라 항공운송에 대한 이해 필요…항공엔 늘 변수 있어"
[편집자주] 하루에도 수십만명이 오가는 공항, 하루하루가 생방송입니다. 주인공은 당연히 비행기와 승객입니다. 이 수많은 '설렘'들을 무사히 실어나르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항공사와 공항의 온갖 조연들이 움직입니다. 이들에게서 듣는 하늘 이야기, '온에어'입니다.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대학교 시절 지역 기업 실습지가 아시아나항공이었습니다. 채용공고가 나왔을 땐 반가웠죠."
김예지 수간호사는 대학병원 외과계 중환자실을 거쳐 대학생 실습을 했던 아시아나항공(020560) 의료서비스팀에 돌아와 2011년부터 근무하고 있다.
◇항공의학, 땅 아닌 하늘에 맞춘 예방 의학적 연구
의료서비스팀은 1988년 아시아나항공이 창립되고 2년 뒤인 1990년 6월 1일 꾸려졌다. 국내 항공사 중에서는 대한항공과 함께 둘뿐인 사내 부속 의원이다. 의사, 간호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일반직 등 16명이 근무하고 있다.
일반 의료서비스가 지상 환경에서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생리 상태를 다룬다면 항공 의료서비스는 지상이 아닌 항공기에서 근무하는 승무원들의 건강 상태를 최적으로 유지해 비행 안전에 지장이 없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김 간호사는 "항공기 내에서 승객이 불편감을 느끼지 않도록 조절하지만 고도가 올라감에 따라 기압이 떨어지고 정상적인 사람도 불편감이 있을 수 있다"며 "민감한 수준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는 질병에 대한 예방의학적 연구가 항공의학"이라고 설명했다.
사소하게는 비행기를 타며 멀미를 한다든지 기내에 있으면 체내에 있는 가스가 팽창하는 등의 신체 변화도 기내환경에서 생기는 생리적인 변화다.
◇응급 상황부터 환자 관리까지…24시간 켜진 하늘 응급실
의료서비스팀이 승객을 직접 만날 일은 드물지만 다른 항공 종사자와 마찬가지로 24시간 불이 켜져 있다.
김 간호사는 "기내에 응급상황이 발생해 의학적 조언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종합 통제팀을 통해 연락이 온다"며 "기본적으로는 각 질환에 대한 응급처치 훈련을 승무원에 하지만 모든 케이스를 준비할 수 없기 때문에 최선의 방법을 알리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19년에는 뉴욕을 떠나 인천으로 가던 중 고열과 복통을 호소하는 어린이 환자가 생겨 당시 탑승한 의사 승객과 신속하게 소통하며 미국 알래스카로 회항해 환자를 무사히 후송한 경험이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물론 응급상황만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그는 "예약 과정에서부터 주치의 소견 등을 검토해 비행 탑승에 관한 의학적인 조언을 제공하고 필요 시 기내에 의료용 침대, 산소 등 특수서비스를 준비한다"며 "정비 및 각 공항서비스 부서와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항공의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항공 운송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때로는 생각지도 못한 환자가 등장하는 곳이 공항이다. 모든 승객이 사전에 협조가 되는 것은 아니다.
김 간호사는 "미리 서류를 주셔서 검토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승객도 있다"며 "공항 근무자의 입장에서는 어디서부터 어떤 걸 확인해야 될지 모르기 때문에 해외 지점에서도 요청이 오고 조언을 드린다"고 했다.
◇"함께 건강 고민하고 달라지는 사내 구성원 볼 땐 보람 느껴"
"라면 나오는 날은 화상 환자가 아주…."
김 간호사는 손에 화상을 입은 환자가 오는 날이면 구내식당에서 냄비 라면이 나오는 날을 짐작할 수 있다며 웃었다. 특수한 목적으로 설립됐지만 일반 사내 의료원의 역할도 있다.
그는 "중환자실은 계속 응급 상황이 터지다 보니 뭔가를 생각할 여유 없이 일이 몰아치는 느낌이었다면 회사에서는 연간 계획을 세우고 내 아이디어를 더 많이 반영할 수 있는 기회들이 있다"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김 간호사는 "중환자실에 있을 때는 환자를 그 기간만 보지만 회사는 서로가 퇴직하기 전까지 계속 본다"며 "건강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장기간에 걸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치료를 시작하고 달라진 모습으로 오는 분들을 보는 것이 항공사 간호사의 보람이자 매력"이라고 말했다.
rma1921k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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