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서 환갑 넘긴 고교생들 잘 살아있을까? 선유도·홍도 납북사건 재조명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24일 전북 군산 선유도해수욕장을 찾아 송환기념비를 세우고 한국인 전후 납북자 송환을 촉구했다. 정부 부처 장관으로서는 최초 방문이다. 5월 27일에는 홍도 해수욕장에도 같은 송환기념비가 세워질 예정이다. 1970년대 고교생 납북 사건도 재조명되고 있다.
1977년 8월 5일 전북 군산 선유도 해수욕장에서는 16세 소년이던 김영남 씨가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북됐다. 일주일 후엔 전남 신안 홍도해수욕장에서는 평택 태광고등학교 2학년생 친구였던 이민교, 최승민 씨도 북한 공작원에 납북됐다. 이어 같은 곳에서 이듬해 8월 10일 천안농업공고 3학년이던 이명우 씨와 친구인 천안상업고등학교 홍건표 씨가 함께 납치됐다. 1970년대 남북의 경제력이 비슷한 상황에서 체제경쟁이 치열하고 간첩침투와 공작, 납치, 테러까지 이어지던 극심한 혼란기였다. 신상옥·최은희 부부 납북, 수도여고 교사 납북 사건도 비슷한 시기 벌어졌다.
정부는 1995, 1997년 남파공작원 김동식 등 수사 중에 실종 고교생들에 대한 진술이 나왔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1997년 수사 발표 보도를 보면, 북한 당국은 6·25전쟁을 전후한 월북자가 고령화되는 등 남파 공작원 관련 인적자원이 고갈됐고, 새로운 세대의 공작원 양성하기 위해서 이들을 납치했다고 밝혔다. 이명훈, 홍권표 씨가 북한에서 ‘마교관’, ‘홍교관’으로 불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김영남 씨는 2006년 6월 남북이산가족 상봉때 북측 참석자로 나와 생존이 확인됐다. 당시 그는 29년 만에 남측 가족과 상봉하면서도 남한으로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강산호텔 남측 기자들이 있는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은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치된 것이 아니라 해수욕장에서 형들과 싸운 뒤 혼자 배를 타고 표류하다 북한 남포항에서 구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구조 당시 남한에서 가정 형편이 가난했고 북에서 환대해줬기에 북에서 살다 나중에 돌아갈 생각으로 배에서 내렸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1986년 초 북한에서 일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일본인 납북자 요코다 메구미를 만나 결혼했고 메구미는 1994년 자살했다고 했다. 그는 메구미와 낳은 자녀들과 함께 북에 계속 살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북한 당국은 당시 미성년으로 국제법상 아동이었던 소년들에게 납치라는 중대한 아동인권침해를 가했다”며 “아동권리협약 당사국인 북한은 협약의 정신에 입각해 이제라도 5명 전원을 가족의 품으로 송환하고 납북자 문제해결에 전향적으로 호응해 오기를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우리 납북 고교생들의 부모도, 일본 메구미 양의 부모도 생명보다 귀한 자식을 사랑하고 양육할 권리를 하루아침에 박탈당했다”며 “미성년 아동을 포함한 북한의 납치·억류 문제는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여러 국적의 피해자가 존재하는 국제적 인권 문제”라고 강조했다.
북한에 의한 납치·납북 문제와 관련해 가시적인 교섭 움직임이 있는 소통 라인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북·일 물밑접촉 뿐이다. 일본인 납치자 문제는 김정일 집권 시기 북한이 메구미 유골을 보냈고 종료됐다는 것이 북한 입장으로 북·일간 입장차가 크다. 이때문에 정부 안팎에서는 북·일 대화 성사 가능성을 희박하게 보는 기류가 상당하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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