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라인 사태, 단순한 반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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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민 메신저로 자리한 '라인'을 두고 한국과 일본 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한국 대표 IT기업 네이버의 기술력으로 탄생한 라인이 한순간에 일본으로 넘어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13년 전 일본 시장에서 시작된 네이버의 역작 라인은 동일본 대지진을 겪으면서 현지 최고 메신저로 부상했다.
일본 정부는 겉으론 경영권에 관심 없다고 말하면서도 라인야후(라인 운영사)를 압박해 소프트뱅크가 네이버 지분을 인수하는 그림을 그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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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보유 지분 가치만 제대로 인정받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들리지만 그 이상의 냉철한 상황 판단이 절실하다. 한국 기업이 외국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뤘는데 현지 정부의 부당한 압력으로 물거품이 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13년 전 일본 시장에서 시작된 네이버의 역작 라인은 동일본 대지진을 겪으면서 현지 최고 메신저로 부상했다. 일본 내 이용자만 9500만명에 이르고 대만과 태국에서도 경쟁 상대가 없다.
하지만 난데없는 일본 정부의 행정 지도로 네이버는 지배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라인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구실로 지분 관계를 재검토하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51만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을 그냥 넘길 수는 없지만 지난해 10월 일본 대표 이동통신사 NTT 서일본에서 10년간 개인정보 928만건이 유출됐을 때 일본 정부가 보인 태도와는 차이가 확연하다.
해당 사건은 NTT그룹이 보안 강화 계획을 밝히면서 일단락됐다. 네이버 역시 보안 강화를 위해 여러 조치를 약속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일본 정부는 겉으론 경영권에 관심 없다고 말하면서도 라인야후(라인 운영사)를 압박해 소프트뱅크가 네이버 지분을 인수하는 그림을 그린 듯하다.
이전부터 자국민의 개인 정보와 소중한 데이터를 한국 기업이 이용할 수 있다며 못마땅하던 차에 빌미를 잡은 것이다. 미래 먹거리인 AI 산업을 위해서도 양질의 데이터를 가진 라인은 필요했을 것이다.
네이버가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라인을 매각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네이버의 의지대로 진행돼야 한다. 한국 기업이 외국 땅에서도 기죽지 않고 경영 방침을 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대통령실 차원에서 네이버의 이익이 침해받는 일은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협상이 진행되는 마당에 선수를 뺏겼다는 지적이 뼈아프다.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와의 줄다리기에서 만족스러운 성과를 도출한다고 해도 우려스럽다. 일본 정부 역시 해외 자본 유치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자충수가 될 수 있지만 네이버와의 협상으로 마무리 짓는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우격다짐으로 라인을 강탈했음에도 검은 의도가 희석될 수 있다.
혹자는 반일 선동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감정만 앞세워 현실을 호도하는 것은 문제지만 작금의 사태에 실리만 좇다가는 명분과 이익 둘 다 잃을 수 있다.
이 같은 기술 침탈이 선례로 남으면 향후 한국 기업의 일본 진출도 위축될 뿐더러 현지 정부의 한국 기업 장악력도 비대해질 것이다.
일본 정치권은 똘똘 뭉쳐 라인 강탈을 진행 중이다. 최근엔 중요 정보를 취급하는 사업자를 국가가 지정한다는 내용의 중요안보정보법까지 통과시켜 라인 관련 행정지도를 뒷받침할 법적 기반도 마련했다.
라인 사태는 네이버가 오롯이 책임질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정부가 막연하게 협상 결과만 기다리지 말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해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까지 동원해야 한다. 국회도 여야 가릴 것 없이 힘을 보태야 한다.
일본의 부당한 압력을 외교 차원에서 접근, 이번 사태를 분명히 지적해야 이 같은 일이 재현되지 않을 것이다. 네이버가 일본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하루아침에 평생을 바친 라인을 떠날까 걱정하는 라인 직원들의 호소는 개인들의 하소연만이 아니다.
양진원 기자 newsmans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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