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계장터 [詩의 뜨락]

2024. 5. 2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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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찬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두에 붙으려
민물새우 끓어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 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시선집 ‘한 사람의 노래가 온 거리에 노래를’(창비) 수록

●신경림 약력

△1935년 충주 출생. 1955년 ‘문학예술’지로 등단. 시집 ‘농무’ ‘쓰러진 자의 꿈’ ‘목계장터’ ‘사진관집 이층’ 등 다수 펴냄. 만해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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