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풍향계] ‘상속세·공매도·지배구조 개선’ 민감 정책 두고 발언 수위 고심 중인 기재부
상속세 등 민감한 정책 대해 입장 내놓을까
27일로 예정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첫 월례 기자간담회를 앞두고 기재부가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종의 ‘정책 예고편’이 발표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상속세·공매도·상법 개정(지배구조 개선) 등 논란이 될 만한 것들이 많아서입니다.
25일 기재부 관계자에 따르면 최 부총리는 현재 관심을 받는 경제정책들에 대해 사안마다 직접 챙기며 어느 정도까지 기재부의 입장을 밝힐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일부 실국은 주말까지 최 부총리의 피드백을 받으며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최 부총리가 발언 수위를 고심하는 대표적인 것은 상속세 이슈입니다. 그간 경제계에서는 가업을 승계하는 경우 상속세 부담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습니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습니다. 아울러 최대 주주 할증까지 붙을 수 있어 주식 등으로 가업상속 시 60%의 상속세를 낼 수도 있습니다.
현재 상속제도는 1997년 이후 28년간 유지되고 있습니다. 물가 상승분과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오를 때 상속세 과세표준·세율은 그대로라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왔죠. 지난 16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뉴욕 출장 도중 “가업승계 과정에서 빚어지는 마찰을 줄이고, 기업이 영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한국 증시 밸류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가업승계 기업 상속세 완화를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최 부총리는 가업승계 기업 상속세 개편 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문제는 ‘부자 감세’가 아니냐는 지적에 부딪힐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상속세를 인하하면 부자 감세에 그칠 뿐 아니라 나라 재정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가업상속, 최대 주주 할증 등에 있어 상속세 기준이 너무 가혹하다는 평을 부총리도 전달받고 있다”면서도 “다만 부자 감세 등 지적이 있을 수 있어 기재부 정책 방향을 어느 선까지 밝힐지는 부총리의 결정에 달린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공매도 재개와 상법상 지배구조 개선 등에 대한 기재부 입장도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금융당국과 관련도가 높은 사항이지만 밸류업 정책 등과 관련이 있다 보니 기재부에서도 주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측해 빌린 주식을 팔고, 예상대로 주가가 하락할 시 해당 주식을 다시 사서 갚은 뒤 차익을 얻는 투자기법입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10월 공매도를 금지했는데, 기한이 오는 6월 만료되는 상황이죠.
공매도가 과도한 주가 상승을 억제할 수 있고, 사전에 버블을 차단해 과도한 변동성을 줄여준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개인 투자자들은 불법 공매도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매도가 재개되는 것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6월까지 예정된 공매도 금지 시점이 다가오는 가운데 정부 안팎에서는 공매도 금지 유지, 공매도 재개, 공매도 일부 재개 등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개인적인 욕심이나 계획은 6월 중 공매도 일부를 재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가 정부 내 정책 엇박자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는 “정부의 일관된 입장은 (불법 공매도 방지) 전산시스템 마련 이후 관련 의사결정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공매도 재개, 공매도 금지 연장, 일부 재개 등 다양한 옵션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표현을 선회하기도 했습니다. 최 부총리 역시 이런 논란을 어떻게 피해갈 지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기재부 내에서도 심란한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및 한국 증시 밸류업을 위해선 공매도가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22대 국회 역시 여소야대인인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의 반발까지 감수하기엔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이와 함께 최 부총리가 평소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기업 지배구조 개선’ 관련 상법 개정에 대한 이야기도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그간 대주주가 소액주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쪼개기 상장이나 분할 등을 해온 것에 대한 지적이 많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상법개정안에 담아야 한다는 주장이 금융당국과 투자자들 사이에서 나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월 초 증시 개장식에 참석해 소액주주 이익 제고를 위한 상법 개정을 약속하기도 했죠. 윤 대통령은 “대주주가 임명한 경영진(이사회)이 소액주주에게 손해를 끼치는 방향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이 있어 회사법(상법)을 꾸준히 바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부총리가 다양한 현안에 대해 고루 보고 있고, 입장을 낼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의견을 내실 것”이라고 했습니다. 과연 다음 주 부총리가 어떠한 발언으로 정책 예고편을 기자들에게 보여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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