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떼일 걱정 뚝…‘나혼산’ 800만 시대, 이런 집 뜬다
침실, 더블침대 놓고도 넉넉
주방·거실은 ‘함께’
오븐 등 갖춰 조리 편리
1인가구 늘며 인기끌자
정부·지자체도 공급 나서
요즘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주거 형태인 ‘공유주거(코리빙하우스)’ 상품이 떠오르고 있다. 주거 환경이 쾌적하고 역세권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아 인기가 높다. 특히 월 단위로 원하는 만큼만 거주할 수 있고 보증금 안전성도 뛰어나 관심이 많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1인 가구는 해마다 급중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비혼·만혼과 고령화 등 영향으로 국내 1인 가구는 2017년 561만9000가구에서 2022년 750만2000가구로 늘었다. 2022년 전체( 2177만4000가구) 중 34.5%다. 2인 가구(28.8%)와 3인 가구(19.2%)보다도 비중이 높다.
공유주거는 침실·화장실 등의 개인 공간은 보장받으면서 거실·주방·운동시설 등을 공유하는 주거 유형이다. 과거 대학가나 고시촌에서 흔히 볼 수 있던 기숙사, 고시원, 하숙집이 진화한 형태라고 이해하면 쉽다. 다만 운영 주체가 개인이 아니고 기업인 게 다른 점이다. 그래서 공유주거는 ‘임대형 기숙사’나 ‘코리빙 하우스’라고도 불린다.
글로벌 종합부동산그룹 세빌스가 지난해 발표한 ‘한국 코리빙 시장 리포트’에 따르면 서울 코리빙 시설의 수용 가능 인원수는 7000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도 수백 명이 입주할 수 있는 새로운 시설이 추가로 공급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코리빙 전문 운영 업체(브랜드)로는 홈즈컴퍼니(홈즈스튜디오), MGRV(맹그로브), SK D&D(에피소드), 야놀자클라우드·KT에스테이트(헤이), 로컬스티치(Local Stitch), 패스트 파이브(Life on 2.Gather) 등이 있다.
공유주거가 대체 어떤 형태인가 궁금해서 기자도 강남권의 한 곳을 방문해봤다. 우선 하나의 건물을 쪼개서 여러 개의 방 타입을 공유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언뜻 보면 외국에 주로 있고, 한국에도 소수 존재하는 셰어하우스와 비슷하다. 하지만 보안을 강조한 부분이 눈에 띈다. 개인 공간에 비밀번호와 출입키 등을 설치해 ‘방’보다는 ‘내 집’ 느낌이 강하다.
방 안에 들어가 보니 주방이 없는 만큼 킹사이즈 침대를 두고도 공간이 넉넉했다. 같은 면적 대비 오피스텔보다 넓은 느낌이었다. 샤워부스가 설치된 화장실도 쾌적했다.
공유 공간은 공유주거의 가장 큰 특징인만큼 준비가 잘 돼 있었다. 주방은 오븐을 포함한 각종 주방 가전들이 준비돼 있고, 식기들이 즐비했다. 원룸에 산다면 누리지 못할 넓은 조리대와 환풍 시설, 개방감이 돋보였다. 테이블도 다양하게 배치 돼 있었고, 심지어 소파에 앉아 TV를 시청하며 밥을 먹을 수 있는 프라이빗 공간도 있었다. 세탁실도 세탁기와 건조기 대수가 각각 10대 이상이었다. 주민들은 무료로 24시간 이용 가능하다.
개발업계에 따르면 요즘 새로 생기는 코리빙 시설은 공용공간을 다양하게 꾸미는 게 특징이다. 거실과 주방뿐만 아니라 공유 오피스, 피트니스센터, 심지어 펫 놀이터나 영화관 등을 조성하는 경우도 있다. 코리빙 시설에 살고 있다는 20대 직장인 박 모씨는 “공유 오피스에서 일을 자주 한다”며 “고가의 장비를 갖춘 회의실도 별도 비용 없이 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단점은 아무래도 가격이다. 신촌의 A공인중개소 대표는 “대학가에서 보증금 1000만원이 있으면 원룸은 월세가 평균 80만~90만원, 오피스텔은 90만~110만원 정도 하는데 ”공유주거는 120~140만원으로 평균 월세가 책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관리비는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 입주민들을 위한 주거 서비스 등을 충분히 이용하지 않는다면 주거비용이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얘기다.
그나마 대학가는 싼 편이다. 업무지구 주변의 공유주거 시설은 평형에 따라 월 임대료가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경우도 있다. 세빌스도 리포트에서 ”비슷한 규모와 연식의 오피스텔보다 코리빙 시설 월 임대료가 10~20% 정도 높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유주거는 ‘비싼 가격’임에도 어느 정도의 값어치를 한다는게 거주자 대부분의 판단이다. 우선 기업이 운영하니 원룸이나 오피스텔보다 상대적으로 전·월세 보증금을 안전하게 회수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홍대 근처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작년부터 전월세 보증금을 둘러싼 사기 사건이 많이 벌어진만큼 기업형 임대주택이라 조금이라도 안전한 코리빙을 찾는 수요가 늘었다“고 밝혔다. 기업이 개인소유 주택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할 뿐만 아니라 만약 기업이 부도가 나더라도 민간 운영 임대주택처럼 계약 형태에 따라 소액 임차인 최우선변제권 등의 법적인 보장을 받을 수 있다.
단기 계약이 가능하다는 부분도 매우 큰 장점이다. 원룸이나 오피스텔에서 일반적인 ‘1년 단위 계약’과 달리, 일 단위의 거주부터 한 달 단위의 거주까지 가능하다. 거주의 유연성은 확보하면서 인근 원룸 월세와 비슷한 금액에 커뮤니티 시설까지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유주거는 공용 공간을 함께 쓰며 주거비 부담을 낮추는 형태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서비스 측면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정부도 이같은 흐름에 발맞춰 공유주거 등 다양한 주거 형태 공급을 늘리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우선 앞으로 공유주거를 지을 때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처럼 기금출자 및 융자를 지원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지자체 중에선 서울시가 가장 먼저 1인 가구를 위한 코리빙 주택을 적극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공유주거 주택을 지으면 용도지역을 올려 사업성을 높여줄 방침이다. 다만 임대료를 싸게 줘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주거 공간에 대한 임대료는 주변 원룸 시세의 50~70% 수준으로 공급하고, 그 밖의 공용 공간은 입주자가 선택해 사용한 만큼만 부과하는 방식이다.
물론 공유주거가 더욱 활성화되려면 아직 해결해야 할 난제도 많이 남아있다. 우선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 애매한 위치인 공유주거를 어떻게 규정할지부터 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공유주거는 뚜렷한 용도 없이 호텔·기숙사 등 다양한 건축물 형태로 인가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유형을 통일하거나 인허가 단축을 통해 공급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발업계 관계자는 ”공유주거 형태 숙박시설이 확대되려면 기존 공유주거에 대한 용도 변경 규제를 풀어주는 것도 공급 확대 방안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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