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실질소득 ‘뚝’···"못살겠다 갈아보자"는데 ‘장밋빛’ 경기[송종호의 쏙쏙통계]
월평균 512만원 전년비1.4%↑···실질소득 -1.6%
물가 상승에 식료품 지출↑···담배·교통 지출액 감소
한은·KDI 등 경제성장률 상향···금리인하는 안갯속
한국은행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5%로 올려잡았습니다. 수출 회복세가 뚜렷해진 데다 소비 흐름도 당초 예상보다 개선됐다는 판단입니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도 2.2%에서 2.6%로 상향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역시 2.2%에서 2.6%로 높였습니다.
실제 1분기 한국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보다 3.4%(전기대비 1.3%)늘었고, 반도체 업황과 수출이 살아나고 있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부가 ‘깜짝 성장’이라고 반길만도 한데 회복세가 한쪽으로 쏠리는 또 다른 지표들도 있어 전망치와 실물 경기 간 괴리를 확인시키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가구당 월 소득이 소폭 늘었지만, 물가를 반영한 실질소득은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7년 만에 최대 폭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고금리와 고물가에 영향이 통계에서도 확인된 것입니다.
통계청이 지난 23일 발표한 ‘2024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를 우선 구체적으로 보겠습니다. 결론부터 전하자면 고물가가 지속하는데 소득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올해 1분기 가구당(1인이상 가구·농림어가 포함) 월평균 소득은 512만 2000원으로 1년 전보다 1.4% 증가했습니다. 가계소득은 3개 분기 연속 증가했지만 증가 폭은 전 분기(3.9%)보다 크게 둔화했습니다.
가계소득의 대부분(64.3%)을 차지하는 근로소득이 전년 1분기 332만 6000원에서 올 1분기 329만 1000원으로 1.1% 감소했습니다. 근로소득이 줄어든 것은 2021년 1분기(-1.3%) 이후 3년 만에 처음이었습니다. 근로소득은 지난해 대기업 실적 부진에 따른 상여금 감소 영향이 컸습니다.
반면 사업소득은 87만 5000원으로 임대소득 증가, 농산물 가격 상승에 따른 농업소득 증대 등 영향으로 8.9% 늘었습니다. 이전소득(81만 8000원)도 국민·기초연금 수급액 인상, 부모급여 확대 등으로 5.8% 증가했습니다.
이처럼 명목소득 증가에도 물가를 반영한 가계 실질소득은 1년 전보다 1.6% 감소했습니다. 1분기 기준 2021년(-1.0%) 이후 3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으로 2017년 1분기(-2.5%) 이후 7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소득의 대부분을 이루는 실질근로소득 성장률이 -3.9%에 그쳤습니다. 2006년(1인 가구 포함) 관련 통계 작성 이래 1분기 기준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동향수지과장은 “물가만큼 소득이 늘지 않았기 때문에 가구 실질소득이 마이너스가 된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월급보다 물가가 더 많이 올라 소득이 줄었다고 체감했던 부분이 통계로 확인된 것입니다.
실질 소득이 감소했다는 의미는 소비를 위해 쓸 수 있는 돈이 그만큼 줄면서 내수 성장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는 이야기입니다. 가계동향의 지출 부문을 살펴보면 더 뚜렷해집니다.
전국 가구의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지출액은 398만 40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5% 증가했습니다. 세금·사회보험 등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소비지출도 3.0% 오른 290만 8000원을 기록했고, 7개 분기 연속으로 소비지출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을 넘어섰습니다. 가계 소비지출이 금액상으로는 늘었으나 3% 안팎의 물가 상승을 반영하면 사실상 증가율은 ‘제로(0.0%)’였습니다. 1분기 실질 소비지출 증가율은 같은 분기 기준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7.4%)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았습니다.
가계가 지출을 줄인 주요항목은 주류·담배(-0.1%), 교통(-1.0%), 통신(-0.7%), 기타상품·서비스(-0.6%) 등이었습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비지출 감소는 주류·담배(-1.2%), 의류·신발(-4.1%), 주거·수도·광열(-1.0%), 교통(-2.4%), 통신(-1.0%), 기타상품·서비스(-4.8%)이었습니다. 팍팍해진 살림살이가 수치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특히 과일·채소 등 농산물 가격이 뛰면서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40만 4000원)은 7.2% 증가했습니다. 1분기 기준으로 2021년 7.3%가 증가한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난 겁니다. 특히 과일과 과일 가공품의 구매액은 월 평균 5만 1000원으로 18.7% 증가했습니다. 반면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과일 및 과일 가공품의 실질 지출은 11.7% 감소했습니다. 과일을 먹기 위해 평균적으로 더 많은 돈을 내고, 덜 먹었다는 의미입니다. 비소비지출은 1.2% 증가한 107만 6000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고금리가 길어지면서 가구당 지출하는 평균 이자 비용은 13만 3000원으로 지난해보다 11.2% 늘었습니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1.4% 늘어난 404만 6000원이었지만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액은 113만 8000원으로 지난해보다 2.6% 줄며 3개 분기 만에 다시 감소로 돌아섰습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흑자액을 뜻하는 흑자율은 28.1%로 2022년 3분기 이후 7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가 이어졌습니다.
이처럼 고물가·고금리로 “못살겠다”는 통계지표 한편에 경기 전망은 갈수록 나아지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으니 금리 인하도 언제 이뤄질지 미지수인 상황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경제성장률을 상향하면서도 “물가가 상방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에 하반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훨씬 더 커진 그런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올리면서도 물가는 기존 전망치인 2.6%를 유지했습니다. 이번달에도 물가 상승 우려 탓에 기준금리는 11번째 연속 3.5%로 동결했습니다. 물가는 단기간 해결이 어려운 형편인데 금리인하 시점도 오리무중인 터널을 지나고 있는 형국입니다. 고물가·고금리 추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서민들의 지갑은 더욱 얇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정치권에서 다투는 각종 특검보다 진짜 급한 불은 ‘민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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