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벌레의 습격… 올여름 더 자주 덮친다
최근 전국 곳곳에서 동양하루살이(일명 ‘팅커벨’), 붉은등우단털파리(일명 ‘러브버그’) 등의 곤충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나타나 혐오감을 주고 있다. 그런데 이들처럼 많은 수가 한꺼번에 떼 지어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곤충이 무려 90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생물자원관은 2021년부터 대발생(大發生)한 적이 있거나, 대발생한 곤충과 분류학적으로 가까운 종(種), 또는 다른 이유로 대발생 가능성이 있는 곤충의 목록을 만들고 있다. 처음에 30종이었던 이 곤충 목록이 최근 90종으로 늘었다. 24일 본지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90종 가운데 상당수가 식물을 갉아 먹거나 줄기에 붙어 즙을 빨아 먹는 농업 해충, 산림 해충이다. 대발생이 우려되는 90종은 대부분이 해충이어서 비상이 걸렸다.
특히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해충이 많다. 대표적으로 고구마 잎이나 줄기를 갉아 먹어 수확량을 줄이는 뒤흰날개밤나방, 벼나 보리를 먹는 멸강나방, 카네이션 등 화훼류에 피해를 주는 담배거세미나방이 있다. 토마토·감자·가지 등의 줄기에 붙어 즙을 빨아 먹는 꽈리허리노린재, 사과나무 즙을 빨아 먹는 사과면충도 개체 수가 폭증할 우려가 있다.
이런 해충이 대발생하면 농작물의 상품 가치가 떨어지고 생산량도 줄어든다. 도시 공원이나 화단, 골프장 등에서도 이런 벌레가 대발생하면 잎이나 줄기를 갉아 먹어 미관을 해치는 등의 피해를 준다.
피를 빨아 먹고 질병을 옮기는 흰줄숲모기·노랑줄숲모기·큰검정모기도 대발생 가능성이 있다. 중국얼룩날개모기는 말라리아를, 흰어깨숲모기는 지카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것으로 확인돼 인간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쓰레기장이나 정화조에 주로 서식하는 집벼룩파리도 질병을 옮기는 해충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이미 대발생이 확인된 곤충 11종의 발생 원인을 분석했다. 이 중 8종이 기온 상승, 수온 상승, 지구온난화로 개체 수가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가을 한강 공원에서 무더기로 발견된 송충이와 비슷한 생김새의 미국흰불나방이 대표적이다. 미국흰불나방은 200여 종 이상 식물을 갉아 먹는 대표적인 해충으로, 우리나라에선 5월 중순과 7~8월 두 차례 출현한다.
2020년 이후 매년 전국 각지에 나타나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매미나방도 겨울철 기온이 높으면 알 치사율이 감소해 개체 수가 늘어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전북의 경우 지난겨울 따뜻한 날씨 때문에 올해 매미나방의 월동란 발생 면적이 4만㎡로, 작년 1000㎡보다 크게 늘었다.
올여름도 평년보다 더울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더 다양한 벌레가 더 많이 자주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기상청은 올해 6월과 8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50%, 7월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이 각각 40%라고 전망하고 있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서식지가 넓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곤충도 있다. 말매미는 원래 제주도에서만 서식했는데, 기후변화와 도시 열섬화로 여름철 기온이 상승하면서 최근에는 수도권과 신도시에서도 개체 수가 크게 늘고 있다. 말매미는 나무뿌리나 줄기에 해를 입히며 매우 시끄럽다.
국립생물자원관은 “벌레가 떼 지어 나타났다고 무분별하게 살충제를 뿌리면 생태계나 인체에 피해를 줄 수 있다”며 “방제를 위해 산이나 숲에 살충제를 뿌릴 때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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