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올라 값 올린다더니…식품사 20곳중 16곳, 1분기 원가비중 하락

이민아 기자 2024. 5. 25.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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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기업들이 원자재 값 상승을 이유로 올해 들어 잇달아 가격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이들 중 상당수는 올해 들어 매출원가 부담이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소비자와 밀접한 20개 주요 식품기업의 올해 1분기(1∼3월·비상장사는 전년도) 매출원가율을 살펴보니 이들 가운데 16곳의 매출원가율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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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원가부담 줄어도 값 안내려”

식품 기업들이 원자재 값 상승을 이유로 올해 들어 잇달아 가격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이들 중 상당수는 올해 들어 매출원가 부담이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소비자와 밀접한 20개 주요 식품기업의 올해 1분기(1∼3월·비상장사는 전년도) 매출원가율을 살펴보니 이들 가운데 16곳의 매출원가율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낮아졌다. 매출에서 원재료비, 인건비 등 매출원가 비중을 말하는 매출원가율은 낮을수록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원가 부담이 감소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1년 전보다 매출원가율은 낮아졌지만 일부 업체는 오히려 제품 가격을 올렸다. 실제로 20개 식품기업 가운데 롯데칠성음료, 제너시스BBQ(BBQ), bhc, 지앤푸드(굽네치킨)를 제외한 16곳은 영업이익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늘었다.

제품 가격을 올려 수익성이 개선된 기업 중 상당수가 원가 부담이 낮아진 후에는 제품 가격을 인하하지 않는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매출원가율
매출액에서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매출원가에는 원재료비, 인건비, 제조 경비 등이 포함된다. 기업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로, 낮을수록 해당 기업의 수익성이 좋은 것으로 판단한다.

‘허니콤보’-‘바나나맛 우유’의 배신… 원가율 내렸는데 값 올려

식품사 16곳 원가 비중 하락
삼양라면 등 일부 제품은 값 내려
업계 “자구 노력에 원가율 하락” 주장

동아일보가 24일 주요 식품 기업 20곳의 올해 1분기(1∼3월) 매출원가율을 조사한 결과 1년 전보다 매출원가율이 높아진 곳은 SPC삼립, 롯데칠성음료, bhc, 지앤푸드(굽네치킨) 네 곳뿐이었다. 동아일보 조사 결과 매출원가율이 하락한 16곳 가운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제품 가격을 올렸거나 가격 인상을 예고한 곳은 12곳이나 됐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의 올해 1분기 매출원가율은 70.90%로 전년 동기 대비 8.6%포인트 하락했다. 이 기간 교촌에프앤비의 영업이익은 58억6158만 원에서 119억4826만 원으로 103%나 늘었다. 교촌에프앤비는 지난해 4월 허니콤보 등 주요 제품 가격을 3000원씩 인상한 바 있다.

롯데웰푸드의 매출원가율은 75.04%에서 70.83%로 4.21%포인트 하락했다. 롯데웰푸드는 초콜릿 건빙과 제품의 가격을 다음 달부터 인상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매출원가율이 지난해보다 2.39%포인트 하락한 빙그레는 주요 제품 중 하나인 ‘바나나맛 우유’를 2021년 10월 1400원에서 1500원으로 인상한 후 지난해 11월 1800원으로 한 차례 더 올렸다.

역대 최대 실적을 낸 삼양식품의 매출원가율은 57.60%로 1년 전 같은 기간 71.34%에서 14%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대표 제품인 불닭볶음면을 제외하고 삼양라면, 짜짜로니 등 12개 제품의 가격을 한 차례 내렸다.

이날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 김연주 씨(57)는 “식품회사들이 제품 가격을 올릴 땐 수익성이 너무 떨어져서 올린다고 핑계를 대는데 정작 실적이 좋아진 후에 가격을 내리는 걸 본 기억이 드물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식품업계 관계자는 “매출원가율이 낮아진 것은 여러 자구 노력을 통해 낮춘 것”이라며 “재료비는 하락할 수 있겠으나 인건비, 물류비 등 원가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은 쉽사리 내려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번 오르면 잘 내려가지 않는 공산품 가격의 인상은 전체적인 물가상승률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식품 기업은 국민 먹거리에 대한 책임감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23일 식품업체들의 가격 인상 명분이 크지 않다며 조속한 제품 가격 인하를 촉구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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