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례는 헛된 일? 무의미한 삶 특별하게 해
유석재 기자 2024. 5. 25. 00:44
인간은 의례를 갈망한다
디미트리스 지갈라타스 지음 | 김미선 옮김 | 민음사 | 408쪽 | 2만원
기우제에서 아무리 춤을 춘다고 해도 곧바로 비가 오는 일은 드물다. 저주 인형을 아무리 찔러 봤자 멀리 있는 사람이 통증을 느끼는 일은 없다. 그러니까 모든 종류의 의례(儀禮·ritual)란 것은 인과적으로 불투명하다. 그래도 수천 년 동안 인간은 나무를 두드려 행운을 빌거나 생일 파티에서 초를 끄고 대통령이 바뀌면 취임식을 하는 일을 계속해 왔다.
미국 코네티컷대 인류학·심리학 조교수인 저자는 “의례의 진정한 효과는 무의미해 보이는 것을 특별하게 만드는 데서 온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기괴하거나 부질없어 보일지도 모르는 것이 사실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을 지닐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는 모든 순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것이 바로 의례이며, 스스로의 세계 안에 또 다른 질서를 만들어낸다.
인간은 의례를 통해 스트레스와 위기에 대처하는 역량을 부여하고, 더 많은 에너지를 지닌 강자라는 신호를 주며 이것은 신뢰로 이어진다. 나아가 의례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접착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인간이라는 종(種)의 특징 중 하나가 ‘의례로써 존재한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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