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프로젝트 성공 확률은 단 0.5%… 실패 이유는?

황지윤 기자 2024. 5. 25.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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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國 20개 분야의 실패작들 분석
/한경BP

프로젝트 설계자

벤트 플루비야·댄 가드너 지음|박영준 옮김|한경BP|416쪽|2만5000원

예산 규모가 10억달러(약 1조3700억원) 이상인 ‘메가 프로젝트’가 따르는 공식이 있다. 바로 ‘실패’다. 대형 프로젝트는 놀라우리만치 쉽게 예상을 빗나간다.

136국 20개 분야에서 수집한 약 1만6000개 프로젝트를 조사한 결과, 비용과 일정 측면에서 계획 당시 목표를 달성한 경우는 전체의 8.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일정·편익을 모두 충족한 프로젝트의 비율은 고작 0.5%. 열에 아홉 이상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셈이다. 일명 ‘메가 프로젝트의 철칙(Iron Law of Megaprojects)’.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와 메가 프로젝트 분야의 권위자인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 벤 플루비야와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칼럼니스트, 탐사 저널리스트인 댄 가드너가 수많은 실패작을 들여다본다. 그 와중 한 줄기 빛처럼 드물게 발견되는 성공 사례를 통해 ‘프로젝트의 성공 법칙’을 살핀다.

◇올림픽이라는 ‘예산 초과 빚더미’

전 세계인의 축제이자 지구촌 대형 이벤트인 ‘올림픽’은 어떨까? 책에 따르면, 1960년부터 치러진 하계 및 동계 올림픽의 초과 비용은 예산의 157%를 평균적으로 초과한다. 충격적인 수치다.

이 분야 기록 1위는 1976년 720% 초과 비용을 기록한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이다. 경기장의 개폐식 지붕이 제대로 완성되지 않은 채 올림픽이 치러졌고, 올림픽이 개최된 지 10년이 지난 후에야 완공됐다. 심지어 이 개폐식 지붕은 1992년 고장을 일으키고 폐쇄식으로 전환됐고, 다시 개폐식으로 바뀔 예정이라고 한다. 둥그런 모양의 경기장은 ‘빅 오(Big O)’로 불리는데 ‘빅 오(Big Owe·큰 빚)’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지닌다.

목표 달성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험 부족이다. 저자는 ‘올림픽은 4년마다 꼬박꼬박 열리지만, 경기를 개최하는 도시들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긍정적인 학습 곡선을 그려낼 기회를 박탈당한다’고 말한다. 올림픽을 두 차례씩 개최한 도시들(런던·도쿄·로스앤젤레스 등)도 40~60년 후에야 다시 올림픽을 개최해 과거 경험자들은 이미 은퇴하거나 사망한 뒤다. 올림픽은 영원히 초보자들이 기획하고 수행할 수밖에 없는 대형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예상을 비켜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저자는 이를 ‘영구적인 초보자 현상(Eternal Beginner Syndrome)’이라고 부른다.

◇천천히 기획하고, 반복 실험하라

즉흥적인 독창성이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통념은 특히 위험하다. 대신 기획에 공을 들여야 한다. 단, 책상머리에 앉아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골똘히 생각하는 게 아니다. 기획 단계에서 가장 필요한 건 반복적 실험 작업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튜디오 ‘픽사’. 픽사는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본격적인 제작 단계 이전에 8번 정도 ‘가제작’ 과정을 거친다. 대본을 스토리보드로 옮기고, 이 스토리보드를 일일이 촬영해 영상으로 만들어 붙인다. 이를 내부 관객에게 여덟 번 정도 보여주면서 피드백을 받고 내용을 고친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2015)의 주인공은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등 감정을 의인화한 캐릭터들이다. 그런데 초기 버전에는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nde·남이 괴로움을 느끼는 걸 보고 기뻐하는 감정), 아뉘(Ennui·권태감) 등 복잡하고 어려운 감정들도 있었다. 심지어 이들 캐릭터에는 각자 이름이 있어 이들이 감정을 형상화했다는 걸 관객이 유추해야 했다. 반복 피드백을 통한 ‘대수술’을 치르며 영화는 단순하게 정리된다. 결과는 전 세계적 대흥행이었다. 미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도 받았다.

대형 프로젝트가 실패를 피하는 핵심은 ‘모듈화’다. 작은 조각을 합쳐 큰 덩어리를 만드는 것. 저자는 크고 화려한 웨딩 케이크를 한 층씩 쌓아올리는 것을 예로 든다. 프로젝트를 하나의 큰 덩어리로 인식하되, 이를 쪼개서 반복 작업을 한다고 생각해야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땅을 파라’는 말 만큼 무모한 게 없다. ‘천천히 생각하고 빠르게 행동하라’는 말을 되새겨야 한다. 2023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이코노미스트 ‘올해의 책’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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