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피의자 수행하듯 따라 나선 전직 검찰 2인자의 처신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씨가 24일 영장 실질 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할 때 조남관 변호사가 동행했다. 조 변호사는 2020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직무 정지됐을 때 대검 차장검사로 총장 직무 대행을 했던 사람이다. 검찰총장 직무를 대행했던 사람이 김호중씨를 마치 수행하듯 바로 뒤에서 함께 출석했다. 조 변호사는 며칠 전 김씨가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올 때도 바로 뒤에서 동행했다. 검사장이나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들도 외부 시선을 의식해 잘 하지 않는 일이다. 변호사가 누구든 변호할 수 있지만, 검찰 2인자까지 지낸 사람은 몸가짐이 달라야 한다.
검찰 고위 간부를 지낸 사람은 사건을 가려 수임하고, 갈 곳과 못 갈 곳을 분별하는 등 선을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검찰 조직 전체와 관련된 위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사건은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호중씨의 범행을 ‘사법 방해 행위’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을 지시한 사건이다. 김씨 측은 사건 발생 이후 계획적 허위 진술, 운전자 바꿔치기, 증거인멸 등 ‘사법 방해 종합 세트’ 같은 일을 벌였다. 일반 변호사가 아니라 전직 검찰총장 직무 대행이라면 한 번쯤 수임을 고민했어야 할 사건이다. 후배 검사들과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칠지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나.
전직 검경 고위직들의 처신이 문제가 된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당선인의 남편 이종근 변호사는 대검 형사부장 재직 때 자신이 보고받고 지휘한 금융 사기 사건의 일당 중 한 명을 변호했다. 자신이 갖고 있는 다단계 사기 수사의 전문성을 내세워 다단계 업체를 변호해 수임료 22억원을 받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남구준 경찰청 초대 국가수사본부장은 퇴임 후 국가수사본부 수사를 받고 있는 대형 입시 업체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가 논란이 일자 사퇴하기도 했다. 돈 앞에서 부끄러움을 잊은 전직 고관들의 모습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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