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담긴 미식의 성지
김한별 2024. 5. 25. 00:02
박진배 지음
효형출판
스페인 산세바스티안은 식도락가들의 성지다. 아사도르 에체바리는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레스토랑 중 하나. 이곳 메뉴는 제철 재료를 다양한 장작으로 굽는 게 전부다. 해물은 참나무로, 육류는 포도 넝쿨로. 가끔 풍미를 위해 오렌지나무와 올리브나무도 쓴다. 한마디로 불과 열, 연기로 맛을 내는 곳.
책은 아사도르 에체바리와 같이 저자가 “마음이 담긴 레스토랑”이라고 부르는 ‘미식의 공간’으로 안내한다. 미쉐린 스타 강등 소문에 셰프가 목숨을 끊은 프랑스 부르고뉴의 베르나르 루아조, 미국 뉴욕의 최고령 미쉐린 스타 셰프가 운영하는 일식 노포 구루마 스시….
하지만 흔한 맛집 소개와는 다르다. 민가다헌 등 서울의 유명 레스토랑을 디자인하고 뉴욕에서 직접 델리와 한식당을 운영했던 저자는 ‘맛에만 치중하는 게 한국 외식산업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음식 맛없기로 유명한 영국 런던이 세계 외식산업의 수도가 된 이유, 프랑스·일본이 외식에서 이탈리아·중국을 제친 비결은 오히려 서비스에 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퍽퍽한 빵, 프랑스가 아니라 벨기에가 원조인 프렌치프라이, 소고기에 진심인 아르헨티나의 전통 고기구이 아사도 등 각국의 음식 문화 이야기도 흥미롭다.
김한별 기자 kim.hanb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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