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계 "한국, CERN 연구에 숟가락만 얹는다 압박받아"

문세영 기자 2024. 5. 24.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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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규모 강입자가속기가 있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 한국이 준회원국으로 가입하면 국제 협력 '모범 롤모델'이 되는 동시에 국내 기업들의 수주 기회가 커질 것이란 전문가 및 관련 업계 의견이 제시됐다.

윤진희 인하대 물리학과 교수는 24일 서울대 관정도서관 양두석홀에서 열린 '2024 한국고에너지물리학회 학술대회'에서 "국제협력이 화두지만 국제협력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일이 아니다"라며 "CERN 준회원국 가입은 국제 협력의 모범적인 샘플을 만들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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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에너지물리학회 학술대회
24일 서울대 관정도서관 양두석홀에서 열린 ‘2024 한국고에너지물리학회 학술대회’에서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문세영 기자.

세계 최대 규모 강입자가속기가 있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 한국이 준회원국으로 가입하면 국제 협력 ‘모범 롤모델’이 되는 동시에 국내 기업들의 수주 기회가 커질 것이란 전문가 및 관련 업계 의견이 제시됐다.  

CERN의 강입자가속기(LHC)는 이론물리학자 피터 힉스 교수가 기본입자들에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 보손’을 발견하는 등 고에너지 물리 연구에서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 연구자들도 CERN 연구에 꾸준히 참여해오고 있지만 비회원국이라는 점에서 연구 참여에 한계가 있다. 물리학계는 한국이 준회원국 자격을 확보해 기초연구를 기반으로 과학기술 패권을 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윤진희 인하대 물리학과 교수는 24일 서울대 관정도서관 양두석홀에서 열린 ‘2024 한국고에너지물리학회 학술대회’에서 “국제협력이 화두지만 국제협력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일이 아니다”라며 “CERN 준회원국 가입은 국제 협력의 모범적인 샘플을 만들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한국은 선진국 연구를 쫓는 위치가 아닌 리딩하는 지위를 가져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윤 교수는 “한국이 한-CERN 협력사업을 통해 역량을 많이 키워왔고 회원국 이상의 활용 인력이 있다”며 “이제는 숟가락막 얹지 말고 밥상 차리는 작업을 도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연구자들이 받는 압박에 대한 이해도 있어야 한다고 지적도 제기됐다. 윤 교수는 “연구자들이 많이 압박을 받는다는 걸 알아주길 바란다”며 “CERN이 양자컴퓨팅, 환경, 의료 등 연구 분야를 넓히고 있는 만큼 현재의 협력사업만으로는 한국 연구자들이 배제되는 영역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리더가 될 수 있는 과학자들을 키우려면 준회원국으로 가입해 활동 반경을 넓히고 ‘어느 정도 주인’이 돼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물리학계는 CERN 준회원국 가입이 한국 기업들의 참여도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CERN이 차세대 원형입자가속기(FCC)를 2028년까지 건설할 예정인 만큼 준회원국 자격을 얻게 되면 한국이 지불하는 분담금만큼 국내 기업들의 진출 기회가 커진다.  

반도체소자 제조기업인 멤스팩의 민병석 대표는 CERN의 실험에서 필요한 반도체 검출기의 핵심 장치인 시스템반도체의 패키징 분야에서 한국이 기술적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 대표는 “한국이 반도체 패키징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갖고 있는 만큼 CERN의 준회원국이 되면 반도체 검출기 제작 입찰에서 많은 수주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이 경쟁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준회원국이 아니어서 입찰 참여 기회를 못 갖는다면 억울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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