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주도권 꽉 쥔다” 최태원의 자신감…해외생산까지 검토

최승진 기자(sjchoi@mk.co.kr), 성승훈 기자(hun1103@mk.co.kr), 신윤재 기자(shishis111@mk.co.kr) 2024. 5. 24.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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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 노리는 삼성전자
HBM3E 12단 가장 앞서 개발
다양한 파트너와 공급 협의
2분기 중에 양산 입장 재확인
최태원 회장의 자신감
한국 외 추가 투자 필요땐
美·日서 생산할 방안 검토
키옥시아 공장 활용 가능성
[사진 = 연합뉴스]
인공지능(AI) 열풍과 함께 삼성과 SK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HBM 수요가 고공행진을 거듭하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국과 일본에 SK하이닉스의 새로운 HBM 생산시설 구축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HBM 수요 확대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셈이다. 삼성전자는 5세대 HBM인 HBM3E 12단(H) 제품의 올 상반기 내 양산 계획을 재확인하며 HBM 시장에서의 격전을 예고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최 회장과의 인터뷰에서 SK하이닉스가 HBM을 미국·일본 등 해외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 회장은 “한국 내 증산에 더해 추가 투자가 필요할 경우 일본과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 제조할 수 있는지 계속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보도는 SK하이닉스가 일본 반도체기업 키옥시아와 HBM 생산 관련 협업을 논의하고 있다는 현지 매체 보도에 이어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키옥시아는 지난 2018년 도시바의 메모리반도체 사업을 분사해 설립된 낸드플래시 생산기업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웨스턴디지털에 이은 낸드 글로벌 4위 기업으로 지난해 4분기 기준 낸드시장 점유율 12.6%를 기록했다.

키옥시아는 낸드플래시 3위 기업인 웨스턴디지털과 경영통합 논의를 진행중인데, 이를 위해서는 키옥시아에 간접 출자한 SK하이닉스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이에 현지에서는 키옥시아가 SK하이닉스의 동의를 얻기 위해 키옥시아의 생산시설에서 HBM을 생산할 수 있도록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SK하이닉스에 HBM 주문 수요가 몰리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지난 23일 도쿄 제국호텔에서 열린 닛케이 포럼에서 니나미 다케시 산토리홀딩스 사장과 대담하고 있다. [사진 제공 = SK]
SK하이닉스는 20조원을 투자해 충북 청주에 건설할 팹(반도체 생산시설) M15X에서 HBM을 생산한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M15X는 내년 11월 준공 후 양산에 들어간다. 이에 앞서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AI 메모리용 패키징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곳에서는 2028년 하반기부터 HBM 제품이 생산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청주 M15X 팹이 완공되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첫 팹이 완공되는 2027년까지 HBM 수요는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 회장의 언급은 수요가 예상보다 더 늘어났을 경우를 가정해 해외 생산시설 구축도 검토하겠다는 의미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닛케이 인터뷰에서 “새로운 연구개발(R&D) 시설 설치나 일본 기업에 대한 투자도 검토한다”며 “투자자로서 키옥시아의 성장을 바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를 추격하고 나선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내로 HBM3E 12단 제품을 양산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삼성전자는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HBM 공급을 위한 테스트를 순조롭게 진행중”이라며 “HBM의 품질과 성능을 철저하게 검증하기 위해 다양한 테스트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5세대 HBM3E의 수율 또한 예정된 로드맵을 따라 순조롭게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있었던 삼성전자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김재준 삼성전자 부사장은 “업계에서 처음 개발한 HBM3E 12단 제품은 올해 2분기 중 양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HBM3E 12단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우면서 HBM 시장은 한층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AI 가속기 시장의 ‘절대 강자’ 엔비디아에 4세대 HBM인 HBM3를 지난 2022년 6월부터 공급해왔다. SK하이닉스의 HBM3는 엔비디아의 현재 주력 제품인 ‘H100’에 탑재되고 있다.

엔비디아의 신작 그래픽처리장치(GPU)인 ‘H200’에는 HBM3E가 탑재되는데, 현재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8단 제품을 공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적으로 한층 난이도가 높은 HBM3E 12단은 엔비디아가 개발중인 ‘B100’을 겨냥했다. 엔비디아가 B100의 출시 일정을 올해 상반기로 앞당기면서 삼성전자 또한 HBM3E 12단 제품 양산 목표 시점을 상반기로 설정한 상태다. 지난 3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에서 ‘젠슨 승인(JENSEN APPROVED)’이라고 서명한 제품이 HBM3E 12단 제품이다.

엔비디아 B100 모델 이후부터는 12단 HBM 제품의 공급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시장의 예측인 만큼, HBM3E 12단 제품을 가장 먼저 개발한 삼성전자와 현재 개발을 진행중인 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D램 ‘빅3’ 기업간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이례적으로 영업기밀인 수율을 공개하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권태순 SK하이닉스 수율 담당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HBM3E 목표 수율인 80%에 거의 도달했다”고 말했다. 업계 추정치(60~70%)보다 높은 수율을 달성했다는 것이다.

후발 주자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투자 규모를 늘려나가고 있다. 최근 매튜 머피 마이크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HBM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올해 자본지출(CAPEX)을 75억달러에서 80억달러로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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