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뷰] 이재명이 쏘아올린 '연금개혁 영수회담'…결국 '분란'만 촉발

김주훈 2024. 5. 2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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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연금개혁' 위해선 국회 절차 우선 입장 고수
與, 21대 임기 코앞서 '영수회담' 제안…'정치적 의도' 의심
민주, 제안 거부되자 즉시 공세…"국정 책임지는 정부여당 맞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21대 국회 임기가 불과 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가 타협점을 찾지 못한 '국민연금 개혁' 논의는 22대 국회로 넘어갈 모양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영수회담' 카드까지 꺼내 들었지만, 정부여당의 반응은 시원치 않다. 물리적 시간이 부족한 상황인 만큼, 정국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전략적 카드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24일 이 대표의 '연금개혁 영수회담' 제안을 거절했다. 여야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에서다. 즉, 윤 대통령의 공식 입장은 여야 합의 이후 보건복지부 등 부처와 전문가 그룹의 의견을 종합한 이후 밝히는 것이 공식 절차라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결단만 내리면 불과 5일 앞으로 다가온 21대 국회 임기 내에 처리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천준호 비서실장은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에게 연금개혁 관련 영수회담, 필요하면 여당까지 포함한 3자 회담 등 협의를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국회에서 먼저 (논의가) 마무리되기 전에 대통령이 여야와 섞여서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고 전하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핵심 쟁점인 소득대체율을 조정할 수 있는 만큼, 정부여당이 대승적으로 결단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현재 민주당은 기존 50% 소득대체율 반영 방안에서 한발 물러서 정부안인 45%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이 44%를 주장하는 만큼, 단 1%p 차이는 정치적 결단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주장이다.

이 대표 주장만 놓고 보면 정부여당이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여당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정부는 이 대표 주장처럼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5% 안'을 제시한 바 없는 만큼, 민주당의 '대승적 수용' 주장은 여론전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5월 초 이미 연금특위 야당 간사인 김성주 민주당 의원에 '소득대체율 44% 안'을 공식 제안했지만, 입장 표명이 없다가 최근 돌연 이 대표가 입장을 낸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연금특위 여당 간사인 유경준 의원은 "민주당에서 연금개혁 특위 여당 간사인 제가 보름 전에 제의한 안을 이제 와서 패싱하고,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1%, 2% 차이를 운운하는 것은 민주당 대표의 연금개혁에 대한 무지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기존 연금 특위의 목적이 구조개혁에 맞춰져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민연금 제도의 틀은 유지하고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 변수만 조정하는 '모수개혁'이 핵심이라고 하자, "철면피 같은 책임회피"라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21대 국회서 연금개혁이 실패로 돌아간 것을 여당에게 떠넘기기 위해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하고 있다. 2024.04.29. [사진=대통령실]

여당은 이 대표가 제안한 '영수회담'도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여론전이라고 보고 있다. 더욱이 이 대표는 "1% 의견 차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소득대체율 1%p 차이는 2093년 기준 누적 적자가 1000조원 이상 벌어지는 만큼 재정안전을 위한 연금개혁 목적에 부합되지 않고 작은 차이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 당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결국 국민을 위해서 여야 협상을 위해서라는 식으로 영수회담을 제시했지만, 그렇다면 왜 진작 나서지 않은 것인지 의문"이라면서 "이제 와서 우리가 주장한 것이 아닌 내용을 내세우면서 1% 차이를 운운하는 것은 결국 우리 당에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당 원내 핵심관계자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21대 국회가 며칠 남지 않았는데, 영수회담을 조율해 만나고 국회서 최종 합의하고 특위와 본회의를 여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며 "여러 사정을 보면 영수회담을 거절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계산이라고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영수회담 카드는 정부여당의 무능을 부각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임기 내 연금개혁안 처리를 위해선 영수회담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22대 국회 개원 이후 추진에는 말을 아끼고 있다. 천 실장은 영수회담 관련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마지막 단계에 와서 아주 미세한 차이를 남겨두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정치적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간절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당장 영수회담을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연금개혁안을 21대 국회 임기 안에 처리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여당의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강행에 나선 것은 결국 윤 대통령의 제안 거부에 따른 책임론 제기와 대정부 공세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황정아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말로만 외치는 개혁은 빈 깡통에 불과한데,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과 여당이 맞는지 의문"이라면서 "정부여당이 끝까지 거부한다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원죄를 짓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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