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성장 모멘텀 위협하는 3가지…대처 방안은?[오미주]
엔비디아 주가가 23일(현지시간) 호실적과 주식 10 대 1 분할 발표에 1000달러를 넘어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9.3% 급등한 1037.99달러로 마감했다.
엔비디아가 전날 실적 발표에서 전달한 메시지는 AI(인공지능) 붐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과 엔비디아가 여전히 AI 산업을 이끌고 있다는 것, 당분간은 엔비디아를 대체할 경쟁사가 없다는 것이었다.
멜리우스 리서치의 애널리스트인 벤 레이체스는 "엔비디아에 앞으로도 실적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여력이 많이 남아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밟혔다.
하지만 엔비디아에 도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이날 엔비디아의 AI 모멘텀을 약화시킬 수 있는 3가지 위협 요소를 분석했다.
전날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구글 등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매출액에서 "40%대 중반"의 비중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데이터센터 매출액의 절반 이상이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에서 발생한다는 의미이며 여기에는 AI 스타트업들도 포함된다.
문제는 AI 스타트업들이 AI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엔비디아의 AI 칩을 포함한 하드웨어에 막대한 투자를 감행했으나 이 투자를 회수하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은 아직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벤처캐피탈인 세쿼이아 캐피탈은 지난 3월에 캐피탈업계가 거대 언어모델을 훈련하기 위해 엔비디아의 AI 칩 구매에 500억달러를 투입했지만 이후 생성형 AI로 거둬들은 매출액은 고작 30억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엔비디아의 AI 칩을 사용해 AI 모델을 개발하던 일부 AI 스타트업들은 매출 부진으로 사업을 종료하거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인플렉션 AI는 개인용 AI 어시스턴트를 내놓았지만 매출이 나지 않아 고전하다가 지난 3월에 사업을 종료하고 공동 창업자 2명을 포함한 대부분의 직원들이 마이크로소프트로 이직했다.
스태빌리티 AI는 이미지 생성 AI 도구인 스테이블 디퓨젼으로 인기를 끌었으나 자금난으로 지난 3월에 최고경영자(CEO)가 구조조정을 단행한 후 사임했다. 최근엔 회사를 매각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최근 AI 기업들은 특정 작업에 특화돼 컴퓨팅 능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아 값비싼 엔비디아의 AI 칩이 없어도 되는 소규모 AI 모델을 구축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엔비디아와 경쟁하는 AI 칩 스타트업인 삼바노바 시스템즈의 로드리고 리앙 CEO는 "단일 반도체회사(엔비디아)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고객들의 선택을 제한하고 혁신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리사 수 AMD CEO는 지난달 실적 발표 때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는 AI 칩 시장에서 올해 40억달러의 매출액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인텔은 지난 4월에 차세대 AI 칩인 가우디 3를 공개하고 올해 5억달러의 매출액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마존과 구글, 메타 플랫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자체 AI 칩을 만들어 엔비디아에 대항하는 또 다른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구글은 반도체회사인 브로드컴과 제휴를 맺어 수년간 자체 AI 칩을 만들어 왔으며 이달에 차세대 AI 칩을 공개했다. 아마존도 지난해 11월에 새로운 AI 칩을 발표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11월에 맞춤형 AI 칩을 자체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 분석회사인 테크노인사이츠는 최근 구글이 지난해 엔비디아와 인텔에 이어 3번째로 큰 데이터센터용 칩 설계업체였다고 추정했다.
실제로 호크 탄 브로드컴 CEO는 올해 사내 연설을 통해 구글의 AI 칩 설계를 돕고 있는 맞춤형 칩 사업부가 분기당 10억달러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구글이 자체 AI 칩 개발에 얼마나 많은 돈을 쓰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일단 AI 모델이 구축된 뒤 AI가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고 질문에 응답하는 추론 단계에 들어서면 막대한 컴퓨팅 역량이 이전만큼 중요하지 않게 된다.
엔비디아의 CFO인 크레스는 전날 실적 발표 때 지난 1년간 데이터센터 매출액 중 40% 이상이 이미 AI 추론 용도로 판매된 AI 칩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컴퓨팅 역량이 이전만큼 중요하지 않게 된다면 엔비디아의 AI 칩을 대체하려는 다른 반도체회사들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도전과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엔비디아가 단순히 AI 칩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센터 전체를 만들어낼 수 있는데까지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이미 AI 칩 외에도 CPU(중앙처리장치)와 네트워킹 칩, 소프트웨어 등을 제공해 데이터센터에 AI 시스템을 일괄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황은 "이건 칩 사업이 아니다"라며 "데이터센터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기술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AI 시스템을 갖춘 데이터센터를 "AI 공장"이라고 부른다.
로젠블라트증권의 애널리스트인 한스 모제스만은 투자노트를 통해 AI 칩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함에 따라 엔비디아의 점유율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엔비디아가 다른 컴퓨팅 분야와 소프트웨어에서 영향력을 넓혀 AI 컴퓨팅 시장 전체적으로는 점유율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높여갈 것으로 전망했다.
번스타인 리서치의 애널리스트인 스테이시 라스곤은 컴퓨팅의 미래를 만들어가려는 황의 폭넓은 야망이 엔비디아의 AI 지배력을 잠식하려는 경쟁업체들의 도전에 대처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쟁사의 진입을 막기 위한) 해자를 넓게 유지할 수 있는지는 엔비디아에 달려 있다"며 "현재로서는 엔비디아가 꽤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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