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못박았지만…학칙개정 안된 대학 10곳 등 진통 여전
24일 오후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제2차 대학입학전형위원회 참석자는 회의 분위기를 이 같이 전했다. 이날 위원회가 각 대학이 제출한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사항을 원안대로 승인하면서 의대 39곳의 내년도 모집인원이 확정됐다. 의학전문대학원이어서 대교협 심의 대상이 아닌 차의과대가 20일 40명 증원을 확정한 것을 포함하면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은 올해보다 1509명 늘어난 총 4567명이 된다.
●“학칙 부결 대학, 조속히 통과시켜야” 권고
심의에서 유일하게 논란이 됐던 것은 학칙 개정이 부결된 대학들의 대입전형계획을 그대로 승인할지 여부였다고 한다. 고등교육법 32조에서 “대학 학생 정원은 학칙으로 정한다”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일부 참석자는 “학칙 개정이 부결된 대학의 경우 조건부로 승인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의대와 사범대 정원은 고등교육법에 따라 교육부 장관이 정하고 대학은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도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5월 말까지 학칙 개정이 안 된 대학에는 시정명령을 요구하고 (학생 모집인원 감축 등) 행정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국 참석자들은 학칙이 부결된 대학에 대해 “국가의료인력이 정상적으로 수급될 수 있도록 학칙 개정 절차를 밟아 협조해 달라”고 권고하는 선에서 논의를 마무리하고 원안을 승인했다고 한다.
현재까지 학칙 개정이 완료되지 않은 곳은 10곳 가량이다. 특히 교수들의 발언권이 센 국립대의 경우 경북대·경상국립대·제주대 등에서 학칙 개정이 부결되거나 보류된 상태다. 다만 22일 교수평의회에서 학칙 개정안이 부결됐던 전북대는 양오봉 총장의 재심의 요구에 따라 24일 교수평의회를 열고 학칙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대교협 승인으로 증원 절차 마무리
대교협 승인으로 2월 6일 ‘의대 2000명 증원’ 발표 후 이어진 행정절차가 108일 만에 마무리됐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대교협 승인을 받지 않고 대학이 마음대로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각 대학은 이날 정해진 대로 내년도 입시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또 수시 모집까지 4개월 밖에 남지 않았고, 이날 승인된 대입전형에 따라 수험생들이 본격적으로 입시 준비에 돌입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다시 변경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대교협은 다음 주 초 시행계획 변경 심의 결과를 각 대학에 통보해 변경된 시행계획과 수시 모집요강을 31일까지 각 대학 홈페이지에 올리도록 할 방침이다. 또 30일 교육부와 브리핑을 갖고 정리된 내년도 대입전형 변경사항 세부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대교협이 심의한 시행계획에는내년도 의대 정원을 대학별로 어떻게 선발할지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대학별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 수시와 정시 비율 등이다. 또 의대 증원 외에도 대학별 무전공 선발 비율도 심의를 마쳤다.
●“의료시스템 붕괴 돌이킬 수 없을 것”
의사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입장문을 내고 “의대 증원의 마지막 관문을 통과시킴에 따라 대한민국 의료시스템 붕괴는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됐다”며 “비민주적이고 일방적인 정부의 정책 추진에 경악을 금할 수 없으며,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심사숙고 없이 확정해버린 대교협의 무지성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또 “지금이라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철회하고 의대증원 원점 재논의를 택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은 이날 대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며 “전공의와 의대생이 병원과 학교로 돌아오게 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으로 2000명 증원을 정지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의사단체는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이 16일 기각·각하된 후 대법원에 재항고한 상태다. 다만 최창민 전국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저희가) 일주일을 휴진한다고 해도 정부가 꿈쩍 안 할 게 뻔하다”며 예고했던 ‘일주일 휴진’을 철회했다. 대신 “전공의들의 면허를 정지시키면 상황은 달라진다”며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나 사법처리가 현실화하면 대규모 휴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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