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많으면 건보료 폭등", 정부는 정반대 주장…근거 뭐길래

정심교 기자 2024. 5. 2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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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장기화 되고 있는 21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와 의료진이 오가고 있다. 2024.5.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의대증원책을 두고 정부와 의사들이 3개월 넘게 대치하는 가운데, 의정 간 대립하는 주장 중 하나가 바로 '의대 증원 이후 건강보험료 폭등 여부'다. 의사들은 "의사가 많아지면 건강보험료가 폭등해 국민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 하지만 정부는 "의사가 부족할 때 의료비가 오히려 올라 건보 재정을 위협할 것"이라고 한다. 의사집단과 정부가 각각 이렇게 정반대의 주장을 펴는 논리는 뭘까.

우선 의사들은 지난 1990년과 1996년에 발표된 의료경제학자의 연구 결과를 주목한다. 이들 연구에 따르면 연구팀이 의료경제학자들에게 "의사가 많아지면 의료 수요를 그만큼 많이 창출하느냐"는 질문에 각각 81%, 68%가 "그렇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지난 17일 성명서에서 이같은 연구 결과를 인용해 "의사는 수요를 창출하기에 의사 수가 많아지면 (국민이 내는) 의료비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자료=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


/자료=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

국민이 진료에 쓰는 돈이 많을수록 건강보험 급여 혜택이 늘고, 결국 건강보험 재정은 악화할 수 있다. 의사들은 필수의료 수가가 지나치게 낮아 병원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환자의 의료비 지출이 많아지고, 결국 건강보험 재정이 나빠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협심증 수술(관상동맥우회술) 비용을 예로 들면 한국은 1035만원인데, 미국은 1억239만원으로 한국이 10%에도 못 미친다. 뇌동맥류 결찰술의 경우 한국은 196만원, 일본은 1140만원으로 한국은 6분의 1가량이다. 전의교협은 "이런 저수가 상황에서 건강보험 재정이 2030년 31조원 누적적자를 예고하는데, 의대 정원까지 무모하게 늘렸다간 공공복리가 아니라 재정파탄 위기를 초래해 공동체의 안녕을 해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다르다. 보건복지부가 2월 내놓은 '소통용 Q&A' 자료집에 따르면 "의료비 상승에 의사 수 증가의 영향은 미미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의사 수가 줄어들면 의료비가 오르고, 결국 건보 재정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게 복지부의 분석이다.

복지부는 "(의료비 상승 원인에) 의사 수 영향도 있을 수 있지만 미미해 통계로 잡기에도 곤란할 정도"라며 "의료비 상승의 주원인은 '의사 수 증가'가 아닌 '고령화'"라고 강조했다. 고령자가 많을수록 1인당 입원·내원 일수가 많아지고, 의료비 지출이 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의사 수가 부족하면 의료비가 크게 오를 것이라고 복지부는 내다봤다. 복지부는 "의사가 부족하면 의사 1명당 인건비가 올라 건강보험 수가가 덩달아 오를 것이고, 이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이 나빠질 것"이라는 견해다. 실제로 의사가 부족한 지역의 의사 인건비가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서울=뉴스1)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1일 서울 강서구 이대서울병원 대동맥센터를 방문해 환자, 보호자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2024.5.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의사들은 '의사 수가 늘면 과잉 진료를 유인할 것'이라고도 주장한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정년퇴직한 A(75) 교수는 24일 기자에게 "의사들이 많아지면 서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환자를 과잉 유치하려 할 것"이라며 "수익을 다른 의사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환자 1명당 수익을 최대한 창출해야 하니, 과잉 진료할 가능성이 크다"고 귀띔했다.

예컨대 엑스레이만 찍어도 될 것을 MRI(자기공명영상)나 CT(컴퓨터단층촬영) 같은 고가 영상 검사를 유도하게 될 것이란 게 그가 든 예시다. A 교수는 "실손의료보험(실비)으로 비급여 항목도 거의 공짜로 받는 환자라면 의사의 이런 고가 검사 권유를 마다할 일 없을 것"이라며 "의사 수가 많아지면 국민건강보험과 실손의료보험 모두 피폐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정부는 어떤 입장일까. 복지부는 "의사 수가 늘면 의료 수요를 창출한다는 이론도 있고, 2007년 건강보험 공단 연구에서도 이를 인정한 바 있지만 상관관계를 증명하는 실증분석은 없다"고 못 박았다. 1970년대 이론에 따르면 우리나라·일본·독일·미국은 '의사 수와 진료비' 간 상관관계는 없는 것으로 분석했다는 것.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는 대부분의 의사가 환자에게 불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의사 수가 많아지면 골든타임 내 치료할 수 있게 돼, 의료비 등 사회·경제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복지부는 "뇌졸중과 심근경색을 골든타임 내 치료할 경우 연간 7636억원을 줄일 수 있다"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 위협보다 큰 지출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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