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미키마우스보호법

2024. 5. 24. 17:1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미키마우스보호법(Mickey Mouse Protection Act)으로 불리는 법이 있다.

미국에서 기업 저작물의 저작권 보호기간을 공개 후 75년에서 공개 후 95년으로 늘린 법이다.

결과적으로 미키마우스 저작권을 연장시킨 법이어서 조롱 삼아 붙여진 이름이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의회가 40년간 11번 저작권 보호기간을 연장하는 법을 통과시킬 때마다 미키마우스는 저작권 만료를 피해 생명을 연장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키마우스보호법(Mickey Mouse Protection Act)으로 불리는 법이 있다.

미국에서 기업 저작물의 저작권 보호기간을 공개 후 75년에서 공개 후 95년으로 늘린 법이다. 국제 표준이 됐고 우리나라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후에 이를 도입했다.

공식 명칭은 저작권기간연장법(Copyright Term Extension Act)인데 월트디즈니(Walt Disney) 같은 회사들의 로비에 힘입어 통과된 법이다. 결과적으로 미키마우스 저작권을 연장시킨 법이어서 조롱 삼아 붙여진 이름이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의회가 40년간 11번 저작권 보호기간을 연장하는 법을 통과시킬 때마다 미키마우스는 저작권 만료를 피해 생명을 연장했다. 1928년 애니메이션 '증기선 윌리(Steamboat Willie)'에서 처음 선보인 미키마우스는 95세가 된 2023년까지 저작권 보호를 받았다.

개인 창작자의 경우 작가 사후 50년이던 것을 사후 70년으로 연장시켰다. 유명 작가 사망 때 20세 손자가 있다면 할아버지를 잘 뒀다는 이유로 90세까지 저작권 로열티를 받는다.

1935년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는 1965년 사망했다. 애국가 저작권은 안익태 사후 70년인 2035년까지다. 애국가 저작권이 한창 논란이던 2005년 안익태 유족들은 저작권을 국가에 기증했다.

현대 저작권법 형태를 최초로 갖춘 법은 1710년 영국의 앤여왕법(Statute of Anne)이다. 당시 영국 왕실은 다른 유럽 국가와 비슷하게 소수 출판사에만 출판 권리를 줬다.

이러다 보니 일반인은 비싼 책을 구하기 어려웠다. 이런 특혜 대가로 출판사들은 왕실에 높은 세금을 냈다.

영국 의회가 나서서 이를 타파했다. 왕실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부여된 출판사 독점권이 폐지된 대신 작가들에게 독점권을 주어 저술 활동을 보상하고 장려했다. 독점 기간도 14년으로 제한했다.

특허법은 1474년 도시국가 베니스에서 처음 나왔다고 하는데 현대 특허법 형태를 갖춘 최초의 법은 역시 영국에서 유래했다. 바로 1624년 독점법(Statute of Monopolies)이다.

당시 영국 왕실은 유리, 소금, 비누 등의 제조와 판매에 대해 일부 업체에 독점을 주었다. 조선시대 금난전권이나 대한민국정부 수립 후 담배와 인삼을 독점하던 전매청과 비슷하다. 물론 전매청은 정부 소속이기에 성격이 좀 다르기는 하다.

역시 영국 왕실이 주던 특혜다. 의회는 이들 업체의 독점 특혜를 폐지하는 대신 새로운 발명가에게만 14년의 제한된 기간 독점권을 보장해 발명 활동을 보상하고 장려했다.

독점적 권리의 대표 격인 특허와 저작권이 애초에는 특혜 업체의 독점권을 몰수하기 위해 도입된 법이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다.

특허는 지금도 보호기간이 대략 17년이어서 영국 독점법 시대보다 크게 늘지 않았다. 똑같이 14년이던 저작권 보호기간은 95년으로 무려 7배 가까이 늘어났다.

월트디즈니사 캐릭터인 미키마우스가 에디슨 전화기 발명보다 훨씬 더 오래 보호받아야 하는 걸까. 앤여왕법이 타파하려던 특혜와 특권의 또 다른 모습인가.

[김두규 대한변리사회 회장]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