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마켓관찰] 성심당과 파리바게뜨, 프랜차이즈의 쇠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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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당이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를 영업이익 면에서 추월한 것이 화제가 되었다.
성심당은 소수의 직영 매장 운영, 높은 인건비를 통한 높은 생산효율, 낮은 임차료 등의 이점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성심당이 다른 프랜차이즈 빵집과 가장 다른 점이라면 직영으로 소수 매장만 운영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개별 매장 단위에서 규모를 확보하고 생산효율을 높인 곳이라면 반대로 프랜차이즈가 경쟁하기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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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기업이 대기업 영업익 추월
나날이 변화하는 소비자 기호
대량생산 체제 부응 어려워져
성심당이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를 영업이익 면에서 추월한 것이 화제가 되었다. 성심당은 소수의 직영 매장 운영, 높은 인건비를 통한 높은 생산효율, 낮은 임차료 등의 이점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반면 프랜차이즈 빵집들은 가맹점 분산 운영과 높은 임대료로 인해 생산효율이 떨어지고 가격 경쟁력이 낮다. 이러한 구조적 차이로 인해 프랜차이즈는 점차 한계에 도달하고 있으며, 대량생산 제품보다 독특하고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일단 성심당이 잘되는 원인부터 분석을 해보자. 성심당의 운영기업인 로쏘의 2023년 매출은 1243억원. 이 중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8%,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선이다. 빵만 보자면 재료비가 절반쯤 될 거 같지만 다른 동종 업계와 비교했을 때는 재료비는 비슷하거나 오히려 좀 더 낮은 수준이고 인건비의 경우는 더 높은 특징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성심당의 성공이 재료비를 아끼지 않은 덕분이라 한다면 적어도 숫자상으론 틀린 말이다.
성심당이 다른 프랜차이즈 빵집과 가장 다른 점이라면 직영으로 소수 매장만 운영한다는 점이다. 대전의 성심당 매장을 가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성심당은 빵집의 탈을 쓴 거대한 빵공장이다. 그곳에서 매출의 28%에 해당하는 인건비를 받는 직원들이 끊임없이 빵을 생산해내고 있다. 이처럼 집약된 매장에서 수많은 인원이 모여 빵을 생산하기에 생산효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성심당 매장은 대부분 성심당 소유이기 때문에 임차료 비중이 매출의 1%도 되지 않을 만큼 매우 낮다. 그러니까 임차료만큼 가격 경쟁력이 생기는 데다 소수의 매장에서 직접 고용한 숙련도 높은 인력을 집중시켜 얻은 높은 생산효율로 그러한 빵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런 측면에서 보았을 때 프랜차이즈 빵집들은 경쟁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수많은 가맹점에서 최대한 동일한 퀄리티로 빵을 제공하기 위해서 본사에서는 냉동생지와 포장빵을 보낸다. 그리고 이걸 가맹점에서 굽고 진열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가맹점을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은 가맹점주가 운영하는 것이기에 생산과 판매의 분산으로 인해 생산효율 하락이 발생한다. 게다가 가맹점 매장들은 대부분 임차 매장이기에 높은 임차료를 지불하며 여기에 가맹점주들의 이윤까지 더해지니 소비자 입장에서 보자면 빵에 포함되는 비용이 엄청나게 많은 셈이다.
프랜차이즈는 동일하게 생산하기 어려운 제품을 전국 어디서든 동일하게 생산하는 데 특화된 방식이기에 동네의 작고 영세한 매장들은 1대1로는 경쟁하기 어렵다. 하지만 개별 매장 단위에서 규모를 확보하고 생산효율을 높인 곳이라면 반대로 프랜차이즈가 경쟁하기 어려워진다. 사실 성심당과 프랜차이즈 빵집은 애초에 구조와 운영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 비교하는 것이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랜차이즈 빵집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크다는 것은 가맹점 중심의 프랜차이즈라는 방식이 어쩌면 이제 점점 한계에 이르러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소비자들은 대량생산된 제품보다 독특한 제품을 선호하고 대량생산되었다면 가격이 저렴하길 원하는데 프랜차이즈는 갈수록 독특함과 가격 두 부문에서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수많은 프랜차이즈가 이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드물게 잘되는 곳들은 가격을 충족한 경우가 많다.
어쩌면 이것이 20세기를 풍미했던 프랜차이즈 시스템의 쇠퇴를 보여주는 현상이 아닌가 생각한다. 시간과 트렌드는 맥도날드를 비롯해 온갖 거대 기업을 탄생시킨 프랜차이즈 시스템마저 낡은 것으로 만들고 있다. 프랜차이즈의 시대는 저무는 중이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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