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를 수 없는 흐름"…민주, 2만명 탈당에 '당원권 강화' 고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시도당위원장 선출 때 권리당원의 참여 폭을 넓히기로 하는 등 당원 권한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내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당원들의 지지를 받은 추미애 국회의원 당선인이 낙선한 데 따른 후폭풍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탓이다. 당원 권한 문제가 당권과 연관될 수 있는 예민한 문제이지만, 이재명 대표 체제를 견제할 만한 당내 세력이 부재해 당원 권한 확대는 별탈없이 추진될 전망이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24일 국회 본청에서 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원 중심의 정당으로 어떻게 거듭날 것인가를 두고 워크숍 등의 여러 토의가 있었고, 여러 방안에 대해 차근차근 구체적인 논의를 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는 시도당위원장 선출 때 당원 참여율을 높이고, 조직사무국에 지원부처(가칭 당원주권국)를 만들자는 안이 올라왔다. 상세한 논의는 좀 더 구체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연일 당원 탈당 규모가 불어나고 있어 당원권 강화에 속도를 내겠단 계획이다. 민주당에 따르면 추 당선인의 국회의장 탈락 후 현재까지 탈당계를 낸 당원은 2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9월 민주당에서 대거 이탈표가 발생하면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했던 때의 수준(6000명 정도)을 크게 넘어서는 규모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이른바 당심(당원들의 의중)과 의심(의원들의 의중)이 어긋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불만이 터져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며 "SNS(소셜서비스) 활성화 등으로 당원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진 지 꽤 됐음에도 (의원들이) 일종의 기득권적 시각에서 이러한 사실을 부정해온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어 "대의 민주주의에서 직접 민주주의로 당의 전체 구조가 바뀌어가는 하나의 큰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7~28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총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예로 들며 "현재의 당심이 민심과도 어긋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여론조사에서 '제22대 국회의 첫 국회의장으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40.3%가 추 당선인을 선택했다(무선·ARS(자동응답)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도부가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는 만큼 당내에서는 당원권 강화를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다. 22대 총선 민주당 당선인들은 이미 '당원 중심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결의했다. 국회의장 후보 교통정리를 비판했던 우상호 의원, 우원식 의원을 국회의장 후보로 뽑았다고 밝혔던 김성환 의원 등도 당원 권한 확대에는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지난해 말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3배 높이는 당헌·당규 개정이 이뤄졌을 당시 내부 반발이 쏟아졌던 것과 대조적인 풍경이다. 4·10 총선을 거치며 이 대표 체제가 강화되고 대안 세력으로 여겨지던 친문(친문재인) 세력은 상대적으로 약화한 영향이 크다. 민주당 관계자는 "보통 당원 권한을 조정하는 문제는 차기 당권과 연관되기 때문에 쉽게 건들기 어려운 문제"라면서도 "현재는 친명(친이재명)계를 견제할 만한 세력이 없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다만 당원 권한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선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강성 친명계 인사를 중심으로 원내대표 선거나 국회의장 후보 경선 등 간선제의 원내 선거에 당원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방안을 경쟁적으로 제시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직접적인 표심 반영보다 의견 수렴 창구를 마련하는 방식이 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2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당원 의견을 어떻게 수렴하고 반영할 것인가에 대해 제대로 시스템을 만들지 못해 반발이 있는 것"이라며 "부분적으로 어떤 선거에 몇 퍼센트를 더 반영한다는 식으로 해결할 게 아니라 상시로 당원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민주당 의원도 "당원 자격을 강화하거나 교육을 진행하는 등의 방법으로 숙의를 할 수 있는 구조 또는 문화를 함께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당원 참여를 보장하는 만큼 일반 민심도 반영하는 방법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단순히 당원 권한만 확대하면 일부 강성 당원 발언에 전체가 휩쓸리고, 결국 민심과 동떨어진 방향으로 가게 될 수 있다"고 했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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