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흔든 삼성 노조 "임금 인상 고집 안한다 대화하자"

김동욱 기자 2024. 5. 2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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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투명한 보상 체계 요구
사업지원TF장 '정현호 부회장' 직격
'문화 행사' 형식… 뉴진스님·에일리·YB밴드 공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24일 오후 1시 서울 강남 삼성전자 서초사옥 인근에서 단체 행동을 진행했다. 사진은 단체 행동에 참여한 전삼노 노조원. /사진=김동욱 기자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창사 이래 두 번째 단체 행동에 나섰다. 노사협의회를 앞세운 사측의 노조 무력화 시도 철회, 노조와의 대화를 통한 원만한 단체교섭 등을 요구한 게 핵심이다. 서울 강남 중심에서 진행된 이번 행사는 뉴진스님 등 연예인들의 공연으로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전삼노는 24일 오후 1시 강남 삼성전자 서초사옥 인근에서 '5.24 가자! 서초로!' 문화 행사를 진행했다.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자) 직원들을 겨냥해 문화 행사라는 명칭을 사용했으나 사실상 대규모 집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참석자 수는 노조 추산 2500여명, 삼성전자 추산 700여명에 달했다.

이번 단체 행동은 삼성전자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의 태도 변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삼성전자 사업지원TF는 과거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후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사실상 삼성전자를 이끌고 있다. 전삼노는 평화적인 문화 행사를 통해 삼성전자 사업지원TF의 변화를 유도할 방침이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이날 행사에서 "사업지원TF장을 맡고 있는 정현호 부회장에게 항의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정 부회장은 아무 권한도 없는 직원들만 방패막이로 내세우지 말고 직접 노조와 만나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삼노는 정 부회장과의 대화를 요구한다"며 "정 부회장의 결단을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소통 없이 무한 충성·경쟁 요구… 투명한 성과 보장해야"


문화 행사 이후 기자 간담회가 진행되는 모습. /사진=김동욱 기자
전삼노는 이번 단체 행동을 통해 삼성전자에 투명한 성과 제도 마련을 요구했다. 기존 전삼노가 주장했던 임금 인상률 6.5%는 고집하지 않겠단 입장이다. 손 위원장은 "직원들의 노력으로 영업이익을 많이 냈으면 그만큼 직원들에게 정당하게 보상해야 한다"며 "경쟁사인 LG전자와 SK하이닉스와 같이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2023·2024년 임금교섭 병합 조건인 실질적인 휴가 개선에 대한 약속도 지켜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손 위원장은 문화 행사 이후 기자 간담회에서 "사측 요구안인 임금 인상률 5.1%까지 수용하기로 했다"며 "반면 사측은 노조에게 양보한 게 단 한개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측은 노조 제안에 검토하겠다, 확답을 줄 수 없다, 확인해봐야 한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협의에 참여한 사람에게 결정권이 없고 서초의 결정이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언급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이 악화하는 가운데 노조 활동을 진행하는 게 정당하느냐는 지적에는 "HBM 경쟁력이 하락한 것은 과거 김기남 전 고문이 사업 중단을 지시했기 때문"이라며 "임원들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게 삼성전자의 민낯이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HBM 사업을 말아먹고 막대한 보수를 챙겨간 김 전 고문은 도대체 어디 있는가"라며 "(주요 경영진을 비롯한) 오너의 잘못된 판단으로 직원들의 피해만 커졌다"고 하소연했다.

전삼노는 지난달 삼성전자 화성 사업장에서 비슷한 이유로 단체 행동을 진행한 바 있다.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단체 행동이었다. 당시 한 노조원은 공개발언에서 "노사협의회에 있는 8명이 삼성전자 직원 12만명을 대표한다고 주장한다"며 "직원 동의를 구했다고 얻어온 임금 인상률은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해당 단체 행동에는 조합원 3000명가량이 참석했으며 전삼노 조합원은 지난 20일 기준 2만8323명까지 늘었다.


지나가던 시민도 집회 구경… 전삼노, '연예인 효과' 톡톡


디제잉 공연을 진행하는 뉴진스님(개그맨 윤성호). /사진=김동욱 기자
이번 단체 행동은 연예인들의 공연으로 시민들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 불교계에서 인기인 뉴진스님(개그맨 윤성호)이 디제잉 공연을 펼쳤고 가수 에일리와 YB밴드가 무대를 꾸몄다. 행사장 인근을 지나가던 시민들은 한동안 자리에 멈춰 서서 연예인들의 공연을 지켜보거나 무대 사진을 촬영했다. 단체 행동에 연예인을 초대한 것은 노조 활동에 대한 임직원들의 거리감을 줄이기 위한 의도로 알려졌다.

전삼노 관계자는 "삼성전자 내의 극심한 경쟁으로 인한 업무 스트레스와 회사에 대한 실망감을 잠시 내려 두고 사기를 충전하길 바라는 마음에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김동욱 기자 ase8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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