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후 조국혁신당 호남 지지율이 흔들리는 세 가지 이유[배종찬의 민심풍향계]
(시사저널=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조국혁신당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4·10 총선에서 가장 빛났던 정당은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아니라 비례 의석 12석을 차지하며 선거 기간 내내 가장 많은 관심을 불러 모았던 조국혁신당(혁신당)과 조국 대표였다. 그러나 총선의 열기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그 돌풍은 잦아드는 분위기다.
'호남 약진' 혁신당, 다시 민주당에 1당 내줘
혁신당은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 민주당보다 더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광주에서 혁신당은 47.72%, 더불어민주연합은 36.26%를 얻었다. 전북에서 혁신당은 45.53%, 더불어민주연합은 37.63%를 얻었다. 전남에서 혁신당은 43.97%, 더불어민주연합은 39.88%를 얻었다(그림①). 비례정당 득표만 놓고 보면 호남 제1당은 민주당이 아니라 혁신당이었다.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만으로 과반이 되어야 한다"며 더불어민주연합 지지를 연일 호소했지만 '텃밭' 광주에선 "조국을 뽑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러나 총선 이후 호남에서 혁신당의 위상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뉴시스 광주전남본부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5월10~11일 이틀간 만 18세 이상 남녀 광주 시민 801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한 결과 민주당이 47.4%로 제1당을 탈환했다. 이어 혁신당 20.7%, 국민의힘 7.5%, 개혁신당 5.9%, 진보당 4.0%, 새로운미래 2.8% 순이었다(그림②). 혁신당은 이번 총선에서 특히 광주·전남에서 민주당 30년 독점 구도를 깨트리며 파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 한 달 만에 혁신당은 꽤 차이가 있는 제2당으로 내려앉았다.
총선 당시에 들불처럼 번졌던 '조국'과 '혁신당' 바람이 빠지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이유는 '지나친 조국 의존 피로감'이다. 지난 총선에서 윤석열 정부에 대립각을 세우고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한동훈 위원장 특검법 등 선명성을 누구보다 부각시켰던 인물이 조국 대표였다. 조 대표는 총선 기간 동안 말 그대로 가장 강력한 '사이다'였다. 기존 정치권에서 사이다 정치인으로 인식되었던 인물이 이재명 대표인데 이를 능가하는 수준이었다.
조 대표는 출신 지역인 부산 사투리로 지역 유세 현장에서도 정부·여당을 향해 "쫄리제? 쫄리나?" "이제 고마 치아라 마!"라며 지지층을 결집시켰다. 호남 지역 유권자들도 민주당의 친명 일색 공천에 반발하며 민주당 혐오가 높아지는 시점에 조국에 대한 팬덤 인기가 급등했고 혁신당의 비례정당 투표로 이어진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총선 이후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혁신당이 총선 당시와 마찬가지로 계속 윤석열 정부 타도, 그리고 특검법 수용을 요구하면서 피로감이 커졌다. 그리고 언제라도 대법원 판결로 수감될 운명에 처할 조국 대표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도 지지층과 특히 호남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두 번째로 호남 민심이 총선 이후 혁신당에서 다시 민주당으로 옮겨가는 결정적인 이유는 '혁신당의 현실적 영향력 한계' 때문이다. 총선 후 지난 한 달 상황을 보면 혁신당 스스로 정치적 입지를 만들어낼 수 없는 현실적 한계가 드러났다. 한국 정치에서 제3당의 포지션은 거대 양당 가운데 어느 한쪽에 치우치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는데 혁신당의 요구나 주장은 민주당과 색깔이 거의 같았다. 아직 22대 국회가 개원하지 않은 탓에 혁신당은 스피커의 한계도 있을 수밖에 없지만 김 여사 특검법, 채 상병 특검법 등에 민주당이 더 선명하게 나서면서 혁신당은 자기 몫을 찾지 못했다. 문제는 민생 법안을 더 가열차게 추진할 수 있는 충분한 의석수를 가진 규모의 정치가 가능하지도 않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지역구 의원 한 명 없는 혁신당과 달리 호남 지역 현안을 직접 챙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혁신당이 주장하는 각종 특검법이나 윤 정부에 대한 공격 역시 민주당의 판단에 따라 최종 결정되는 구조다.
호남과 빅데이터 연결고리 없는 조국
조국 대표와 혁신당에 대한 빅데이터 반응은 어떨까. 빅데이터 심층 분석 도구인 오피니언라이브의 캐치애니(CatchAny)로 5월1~22일 빅데이터 연관어를 도출해 보았다. 조 대표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는 '특검' '거부권' '국회' '민주당' '국민' '국민의힘' '수사' '윤석열' '원내대표' '정치' '위원장' '정부' '더불어민주당' '야당' '이재명' 등이 올라왔고 혁신당에 대한 연관어는 '특검' '조국' '거부권' '국회' '민주당' '국민' '국민의힘' '수사' '윤석열' '원내대표' '야당' '더불어민주당' '정부' '정치' '검찰' 등으로 나타났다(그림③). 빅데이터 연관어를 보면 조 대표와 혁신당 모두 '특검'이 최대 연관어로 등장한 반면 '민생'이나 '경제' 같은 생활 정치는 연관되지 않는 결과를 보였다. 호남과 관련된 연관어는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혁신당이 흔들리는 가장 큰 이유는 '호남 대표성의 부재'다. 혁신당에서 대표적으로 호남 유권자들을 견인할 호남 출신 인물은 잘 보이지 않는다. 조 대표 자신은 영남 출신이고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황운하 의원은 재판 리스크가 있기도 하지만 역시 호남 출신이 아닌 대전에 지역구를 두었던 충청인이다. 선거 당시엔 비례투표 정당이었고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라는 정치적 구호가 작동했기 때문에 높은 득표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지만 특별히 호남 지역에 뿌리를 내린 정치를 아직까지는 보기 어렵다.
오히려 개혁신당이 더 적극적이다. 이준석 당선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제44주년을 사흘 앞둔 5월15일 천하람·이주영 당선자와 함께 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특히 김해에서 재배한 '영남 국화'를 들고 가서 995기 묘비를 닦고 장식하는 등 7시간30분 동안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민주당이나 개혁신당 등 다른 정당과 차별화되는 혁신당만의 '호남 공들이기'가 없다면 지난번 총선에서 얻었던 호남 사랑은 사상누각이나 다름없다. 2016년 총선의 국민의당 사례를 보더라도 명약관화하다. 조국 대표가 특검법으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정조준하기 전에 호남 시민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먼저 돌아보아야 한다. 호남 지지율이 흔들리는 가장 치명적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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