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자 얕잡아보고 개념은 아예 상실한 연예인들, 제발 그러지 마시라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대중이 방송하는 사람들에게 바라는 건 상식 수준의 개념이다. 그런데 그만한 개념조차 챙기지 못하는 사람이 왜 이리 많은지 모르겠다. 나이 어리면 어려서 그런가보다 할 텐데 먹을 만큼 먹은 사람들이 개념 없는 언행을 일삼으면, 그것도 방송에서 그러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40대 때 아무 생각 없이 방송에 나온 연세 많은 분을 '할머니'라고 칭했다. 방송에서 진행자나 내레이션이 '할머니'라고 부르니까 나 또한 글을 쓸 때 따라서 그리 썼다. 그런데 한 잡지 편집자가 조언을 했다. 어중간한 연령대 분들에게 되도록 '할머니'라고 하지 말라고. 당사자는 물론이고 자녀들도 '우리 엄마가 벌써 할머니 소리를 듣는 거야?', 언짢아한다나. 실제로 항의 전화가 오기도 한단다. 그때 깨닫고 배워서 호칭에 신경을 쓰게 됐다.
지난주 tvN 예능 <우아한 인생> 4회 추성훈 편에서 추성훈이 청과물 시장에 가서 과일을 샀다. 그런데 서비스를 달라면서 서슴지 않고 주인에게 할머니라고 하는 게 아닌가. 급기야 그분이 '나 할머니 아닌데 아줌만데?'라고 했다. 그 말에 추성훈이 '죄송합니다' 하더니 뒤돌아서서 구시렁대지 뭔가. '어디로 봐도 할머니 같이 보이니까'라고. 진행자 전현무가 당황스러워 하며 방어에 나섰다. '이게 진실이라서, 친숙한 사이라서 저런 농담을 할 수 있는 거다'라고. 전현무도 대중을 대할 때 깍듯이 예의를 차리는 편은 아니건만 그런 전현무가 변호를 하는 상황이다.
과일 가게 주인은 어림잡아 60대 정도지 싶었다. 1975년 생 오십을 바라보는 추성훈에게 할머니 벌은 아니지 않나. '나 할머니 아닌데' 하셨으면 실수했구나, 하고 반성을 해야 옳건만 어디로 봐도 할머니로 보인다니. 아마 방송국에서 연세 많은 분을 만나면 대뜸 '할머니'라고 하지는 않겠지? 설마 김수미 선생님을 처음 봤을 때 '할머니'라고 했겠는가. 괘씸한 게 바로 그 점이다. 얕잡아 봤다는 생각이 드니까. 만만해서 '할머니'란 소리가 아무렇지 않게 나왔지 싶으니까.
MBN 예능 <고딩 엄빠>에 보면 1970년대 생 할머니, 할아버지가 허다하다. 그렇다면 추성훈도 족히 할아버지가 되고 남을 나이다. <피지컬 100> 때 '아저씨 무시하지마' 라는 발언이 화제가 되었다. 어린 아이라 할지라도 추성훈에게 '아저씨는 무슨 할아버진데', 라고 하면 좋겠는가.
얼마 전 모델 한혜진에게 '독신 중년 여성이...'라고 하는 분을 봤다. 아마 20대나 30대이지 싶은데 그분 잣대로 보면 1983년생 마흔 한 살 한혜진도 중년 여성인 거다. '중년을 중년이라고 하지 뭐라 그래, 어쩌라고' 이런 분들 계시지 않을까? 머리에 떠오른 말을 그대로 뱉는 것이 진정성이라고 여기는 분들, 제발 그러지 마시라.
채널A 예능 <아빠는 꽃중년>에서 안재욱이 어이없는 발언을 했다. 출연자들이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시절 얘기를 주고받던 중에 '제가 힘들었던 때는 다들 아시다시피 본의 아니게 자숙의 기간이 있지 않았냐'라고 하는 게 아닌가. 2003년 음주운전 사고로 면허 취소가 되었고 2019년 음주운전에 적발되어 면허 정지, 도합 두 번째다. 그런데 표현이 '본의 아닌 자숙의 시간'이 뭔가. 김호중의 음주운전으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이 사건에는 개념 없는 사람 천지다. 그간 술에 관대한 우리사회에 대해, 방송에 대해 입이 부르트도록 얘기해왔다. 묵인하고 덮고 봐주고 그래서 경각심이 없는 거다.
단 한 번이라도 음주운전을 했다가는 연예계에 아예 범접을 못하게끔 엄중한 조처를 해야 옳건만 구렁이 담 넘어가듯 잠잠해지면 또 나오고 또 나오고 하지 않나. 그래서 큰 잘못이란 인식이 없는 거다.
방송은 아니지만 인지도로 볼 때 방송 못지않은 수준이라는 유튜브 채널 '피식 대학'이 지방 비하를 해서 문제가 됐다. 그런데 그에 필적할 문제를 야기한 썸네일이 있다. 걸그룹 IVE의 장원영이 출연한 영상인데 다른 콘텐츠 썸네일과 완연히 다르다. 여느 콘텐츠들은 피식대학 영문표기가 정확하다. 그러나 유독 '장원영' 영상에서는 기존 'PSICK SHOW'와 장원영 사진이 겹친다. P를 슬쩍 가려 놓는 통에 F로 보이는 거다. F로 시작되는 욕이 떠오르고 흘림체 SHOW는 'Sh e' 또는 'Sh y' 로 보인다. 문제가 되니 지금은 썸네일을 교체했다. 보나 안 보니 그럴 의도는 없었다. 그 놈의 본의 아니게..를 앞세우겠지. 역지사지로 생각해보면 된다. 내 아내가, 내 여자 친구가, 내 핏줄이 이런 대우를 받으면 어떻겠나.
나이 먹어서 개념 없는 건 붙잡고 가르치지도 못하고 어쩜 좋나. 그런 사람들이 방송에 나와서 자꾸 물을 흐리니 어쩜 좋은가.
정석희 TV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tvN, 채널A, 유튜브]
Copyright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대 시청률 아쉽지만, 강한나·고경표·주종혁 연기 돋보이는 ‘비밀은 없어’ - 엔터미디어
- 잇단 폭로에도 입 꼭 닫은 강형욱, 이쯤 되면 KBS가 탐사보도 시작해야 - 엔터미디어
- 변우석·김혜윤이 바라고 팬들도 원하는 ‘선업튀’의 진짜 정해진 운명 - 엔터미디어
- 어째서 BBC를 통해서야 버닝썬 게이트의 추악함이 제대로 보여졌을까 - 엔터미디어
- 이렇게 열정적인 팬덤 보유한 예능은 ‘무도’밖에 없었다(‘최강야구’) - 엔터미디어
- 결국 새빨간 거짓말 인정한 김호중이 놓친 결정적인 이것 - 엔터미디어
- 정려원과 위하준 사제출격에 긴장과 설렘도 본격화된 ‘졸업’ - 엔터미디어
- 어째서 김호중 팬덤은 그 일당들의 ‘또라이’짓을 옹호하는 걸까 - 엔터미디어
- 단 8명이 벌이는 기막힌 쇼에 엄청난 것들을 담았다(‘더 에이트 쇼’) - 엔터미디어
- ‘수사반장 1958’은 ‘수사반장’ 원작을 빙자한 사기일까 - 엔터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