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복현 원장이 직접 챙긴 '밸류업', 성공하려면

김희정 2024. 5. 24.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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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미국 뉴욕에서 기업설명회(IR)를 마치고 국내 업무에 복귀했다.

이 원장의 공식적인 이번 행사 목적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홍보다.

사실 지난해 두 차례 IR 이후 다시 뉴욕으로 떠날 채비를 꾸리자 금융권에선 쓴소리가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일본계 은행 아시아 총괄 데스크는 IR행사에서 "세제 문제와 관련해 당국에서 적극적인 개선 의지를 보인 점,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양방향 소통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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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CEO 대동…관치금융 논란에도 강한 의지
밸류업 프로그램 성공 대책 '실효성'에 달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미국 뉴욕에서 기업설명회(IR)를 마치고 국내 업무에 복귀했다. 이 원장의 공식적인 이번 행사 목적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홍보다. K-파이낸스, 즉 한국 금융산업의 가치를 높이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를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해외 IR, 성과는 있었을까.

사실 지난해 두 차례 IR 이후 다시 뉴욕으로 떠날 채비를 꾸리자 금융권에선 쓴소리가 나왔다. 금융감독당국 수장이 피감기관인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등 금융사 CEO(최고경영자)들을 대동해 장시간 해외에 체류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었다. 한쪽에선 "외유성 출장", "관치금융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는 뒷말이 나왔다. CEO들이 검사 출신 금감원장의 금융맨 변신을 위한 들러리로 전락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이 원장 이전엔 금감원장이 직접 참석해 주도적으로 해외 IR 행사를 리드하는 경우가 없었다. 금융 정책을 주도하는 금융위원회와 검사·감시를 전담하는 금감원의 역할분담을 고려하면, 세재혜택 등 법 개정은 금융위 소관이다. 금융위원장 대행으로 나설 순 있지만 금감원장이 할 수 있는 역할이나 발언이 제한돼 있다는 얘기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뉴욕 IR 행사장에서 해외 투자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김희정 기자

하지만 현장에서 본 글로벌 투자자들의 반응은 달랐다. 익명을 요구한 일본계 은행 아시아 총괄 데스크는 IR행사에서 "세제 문제와 관련해 당국에서 적극적인 개선 의지를 보인 점,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양방향 소통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한 외국계 캐피탈 최고투자책임자는 "기업, 감독·정부기관 또 투자자들까지 모두 합심해 제 역할을 하는 국가적인 행사"라고 평가했다. 한 글로벌 투자자문사 애널리스트는 "주주환원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 측면에서 개인적으론 KB금융지주에 투자하고 싶다"는 말까지 기자에게 건넸다.

행사 참가자들의 뻔한 '립 서비스' 였을까. 직후 시장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는 평이 많다. 뉴욕 나스닥지수와 S&P 500지수 모두 또 다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는데, 우리나라 코스피는 찬물만 맞고 있다. 한국은행이 전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0.4%포인트나 끌어올렸는데도 요지부동이다. 해외투자자는 물론 국내 개미까지 국내 시장에서 발을 돌리고 있다.

원인이 무엇이었을까. 인공지능(AI) 산업같이 주가를 끌어올릴 대형주가 부족한 데다, 세제 개편 등 정책적 불확실성만 오히려 커졌기 때문이다. 이 원장이 '6월 중 공매도 일부 재개'를 언급하자 대통령실이 이를 전면 부인하는 엇박자가 나며 혼선만 커지고 있다. 정책 불확실성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만 더 부각된 모양새다.

IR 현장에서 살펴 본 결과 결국 투자자들이 원하는 건 대책의 실효성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인 상장 기업들의 참여도 제고를 비롯해 법인세와 배당소득세 인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세제혜택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그 바탕엔 투자자와 기업 그리고 정부 상호 간의 신뢰가 기반이 돼야 한다. 

IR 행사장에서 만난 한 헤지펀드 관계자는 "(행사에 참여한 당국이) 정확한 곳에서 문제를 짚고 있는 듯 했다"면서도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건 이같은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것, 적절한 타이밍에 정보를 공개하는 것, 안정적인고 시장친화적인 정책들"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행사가 빛을 보기 위해선 결국 이런 투자자들과의 약속을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김희정 (kh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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