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과학수사의 위력 우습게 봤던 김호중의 비극
조직적 은폐·조작에 공연까지 강행해 국민감정 자극
(시사저널=하재근 국제사이버대 특임교수)
최근 김호중 음주운전 사고가 유사한 사건 중에서는 초유의 대형 이슈로 비화했다. 원래는 그리 큰 사건이 아니었다. 5월9일 밤 11시40분쯤 서울 강남에서 김호중이 운전하던 차가 맞은편 택시를 들이받은 사건이다. 피해 또한 보기에 따라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정면충돌도 아니고, 고속 주행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큰 충격이 없었다. 그러니 중한 처벌을 받을 정도까진 아니었다. 그런데 한국 사회가 발칵 뒤집힐 정도의 초대형 사건으로 커져버렸다.
이렇게 사건을 키운 건 바로 김호중 자신이다. 일단 단순 음주운전 사고를 음주 뺑소니 사건으로 키웠다. 사고 현장에서 도주한 것이다. 거기서부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고, 거대한 논란의 출발점이 돼버리고 말았다. 곧이어 등장한 소속사도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행동으로 사건을 키우기 시작했다. 조직적 은폐를 시도한 것이다.
'매니저 1'은 김호중이 운전한 차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훼손했다. '매니저 2'는 김호중의 옷을 입고 경찰에 거짓 자수했다.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한 것이다. '매니저 3'은 김호중을 그의 집이 아닌 숙박업소로 데리고 갔다. 이 모든 일이 드러나자 소속사 대표는 은폐 시도가 자신의 지시였다고 주장했다.
술을 입에 대기만 했을 뿐 마시지 않아?
유명 스타 음주운전 사고 중에서 이렇게까지 대규모로 조직적 은폐 조작이 감행된 적이 없었다. 과거 정보가 제한되고 과학수사력이 발달하지 않았을 땐 이런 시도가 조금이나마 유효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CCTV로 모든 게 기록된다. 정보가 바로 공유된다. 과학수사력도 발달한 21세기다. 이런 시대에 어처구니없는 조작 시도를 했다는 점이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다.
CCTV에 김호중의 뺑소니 모습이 고스란히 찍혔다. 매니저가 김호중 옷을 입고 자수하는 모습도 찍혔다. 이런 상황에서 김호중은 피신한 후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는 모습이 찍혔다. 그후 17시간 만에 경찰서에 나타났다. 당연히 몸속의 알코올 성분이 모두 분해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출두했다는 의심이 나왔다. 집으로 가지 않은 것도 알코올이 없어질 때까지 경찰에 잡히지 않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는 모습이 찍힌 건, 나중에 혹시 알코올 성분이 나오더라도 사고 후에 마신 맥주 때문이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라는 의심도 제기됐다.
의심이 증폭하는데도 김호중 측에선 '술을 입에 대기만 했을 뿐 마시진 않았다. 차를 마셨다' 이런 식으로 해명하며 음주운전을 인정하지 않았다. 국민의 분노가 커져갔다.
만약 김호중이 바로 인정하고 사과했다면 흔한 연예인의 음주운전 중 하나였을 이슈다. 적극적으로 부인하는 바람에 모든 관심이 김호중 행적 캐기에 쏠렸고 새로운 정황이 나올 때마다 대서특필됐다. 경찰도 수사력을 집중해 김호중과 소속사를 전면적으로 '탈탈' 털게 됐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선 음주대사체를 검출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엔 체내에 알코올이 있을 때만 음주를 확정할 수 있었는데, 이젠 알코올 분해 시에 발생한 잔여 부산물로도 분석이 가능해졌다.
국과수는 음주대사체 분석으로 김호중이 사고 전에 음주했을 것이란 소견을 내놨다. 그런데도 김호중 측에서 계속 부인하니 공분이 극에 달했다.
더욱 초유의 사태가 된 건 김호중이 이 논란의 와중에 예정된 행사를 치렀기 때문이다. 사고 이틀 후에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공연을 소화하는 등 무려 4회의 공연을 이어갔다. 그 매출만 40억원 이상이라고 한다. 매출 이야기가 전해지며 '이 모든 게 돈 때문이냐'는 의혹까지 더해져 상황은 더 악화됐다.
결정적 순간에 진실 택하지 않은 후과
결국 김호중은 5월19일에야 음주운전을 인정했다. 무려 10일간이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며 공분을 고조시킨 다음이었다. 음주운전 인정 시점이 창원 공연 직후여서, '챙길 건 챙기고 인정한 것이냐'는 곱지 않은 시선까지 나왔다.
공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음주운전 인정 후에도 김호중이 공연을 이어간다는 이야기 때문이다. 아마 위약금 때문으로 보인다. 김호중은 출연료도 받지 않고, 환불을 원하는 관객에겐 환불 수수료를 김호중 측이 부담한다고 했다. 하지만 음주운전 인정 후에도 행사를 지속한다는 것 자체가 국민 감정을 자극하는 일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5월21일에 경찰 조사를 받았는데 또 이슈를 키웠다. 온 언론이 모인 자리였다. 그동안 국민을 속인 것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의 진정성을 보일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김호중은 기자들을 피해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조사 후엔 정문으로 나오게 되자 6시간이나 버티다가 문밖으로 나왔다. 정식으로 고개를 숙이며 사과도 하지 않았다. 또 여론의 십자포화가 이어졌다.
간단히 끝날 일을 왜 자꾸 키우면서 초유의 사태를 만드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사고 당일 김호중은 여러 일행과 2차례에 걸쳐 술을 마셨다고 한다. 거기에 오간 그 많은 이가 모두 거짓 증언을 해줄 거라고 기대했단 말인가?
경찰은 김호중이 음주운전을 인정한 후에 한 진술도 의심하고 있다. 주변인들의 진술과 김호중의 진술 사이에 합치되지 않는 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심 등이 가중되자 큰 사건이 아님에도 구속영장까지 신청하게 됐다고 알려졌다. 진실은 결국 밝혀질 것이다.
사건에 대한 최선의 대처는 진실 토로와 반성이다. 그에 비해 은폐, 조작은 최악의 대처다. 과거 신정환이 도박 그 자체보다도 거짓말 때문에 공분을 일으켰다. 사고 후 도주도 최악의 대처다. 이창명이 교통사고 후 잠적했고, 음주운전 무죄를 받았으나 공분을 샀다.
김호중은 '사고 후 도주 및 거짓말 및 스케줄 소화'라는 또 다른 최악의 선례를 만들었다. 김호중이 사고 후 술을 마셨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맥주를 산 것과 관련해, 음주운전 사고 후 고의 음주를 처벌하는 법이 논의되고 있다. 그게 '김호중법'이라고 불리는 오명을 남기게 됐다.
결정적인 순간에 진실을 선택하지 않은 후과가 거대한 비난으로 그에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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