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앙받던 김호중-강형욱의 추락을 지켜보는 씁쓸함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영웅의 몰락. 요즘 연예계의 풍경이다. 더 정확히는 '영웅시되던' 이들의 추락이다. 왜 이토록 대중은 이 사안에 열광하고, 대한민국이 떠들썩했을까? 대상이 유명 연예인이어서가 아니다. 과거보다 연예인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져서도 아니다. 이는 '팬덤화'된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다.
트로트 가수 김호중과 '개통령'이라 불리던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 둘의 공통점은 절대적 팬덤을 등에 업고 있다는 것이다. 김호중의 팬카페 트바로티의 회원만 15만 명에 육박하고, 누적 앨범 판매량은 100만 장이 넘을 정도로 막강한 화력을 갖고 있다. 1000만 반려 인구의 지지를 받는 강형욱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는 200만 명이 넘는다. 김호중의 팬덤처럼 조직적으로 움직이거나 거침없이 지갑을 열지는 않지만 '동물 훈련사=강형욱'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정도로 확고한 위상을 갖췄다.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고 있는 김호중과 그의 소속사가 보여준 일련의 행동은 상식적이지 않다. '술을 마셨다'고 하면 모든 상황이 이해되지만, '술을 안 마셨다'고 하면 이해할 수 없는 상황투성이였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김호중이 보여주는 언행이 모두 '대중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팬덤을 향한 것'이라고 하면 대다수 수긍이 간다.
김호중이 사고를 낸 건 지난 9일이다. 이 사건이 아직 공론화되지 않은 시점인 11, 12일 김호중은 고양에서 공연을 열었다. 그리고 14일 한 언론 보도를 통해 뺑소니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음주'는 극구 부인했다. 그러면서 18, 19일 창원에서 다시금 팬들 앞에 섰다. 이 공연에서 "모든 죄와 상처는 내가 받겠다"고 했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은 '후회'라는 단어"라면서도 "모든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억울한 감정도 표출했다.
하지만 이 공연 직후 음주 사실을 시인했다. 사고 발생 열흘 만이다. 경찰이 "구속 영장 청구 예정"이라고 밝힌 후다. 그러면서도 23, 24일 서울 공연과 6월 초 김천 공연을 강행할 의지를 밝혔다.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예정된 24일 공연도 하겠다는 막무가내 행보였다.
사실 김호중이 바라보고 챙기는 바는 명확하다. 팬심이다. 그의 단단한 팬덤은 지금도 김호중을 지지하고 있다. 공연장을 찾은 취재진을 나무라고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다"는 반응도 보였다. 향후 김호중의 재판은 유무죄를 따지지 않는다. 그의 뺑소니 혐의와 음주는 이미 확인됐다. 즉 죄를 지었고 벌을 받아야 한다. 자숙의 시간이 얼마나 길어질지 알 수 없다. 그러면 김호중의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될까? 형량을 최대한 낮춘 후 하루 빨리 활동을 재개하는 것이다. 이 때 가장 필요한 것은 그를 기다리는 팬덤이다. 팬이 없는 스타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잘 아는 김호중과 소속사 역시 대중의 눈높이에 맞는 대응보다는 팬덤의 마음을 달래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김호중은 음주 사실을 인정할 때도 투 트랙(two-track) 전략을 택했다."저는 음주운전을 했다"면서 "크게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문을 언론에 배포하기 전 팬카페를 통해 먼저 입장을 전했다. 그는 "죄지은 사람이 말이 길면 뭐하겠습니까"라며 "조사가 끝나고 모든 결과가 나오면 이곳 집으로 돌아오겠다"고 덧붙였다. 결국 수사와 처벌, 그 후를 이야기하고 있다. 김호중이 이번 사건을 대처하는 과정에서 왜 그런 언행을 보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팬덤이 오로지 김호중만 보듯, 김호중 역시 오로지 팬만 챙기고 있는 셈이다.
물론 강형욱의 사례는 모양새가 다르다. 그를 향한 대중의 마음은 '팬의 감정'이라기 보다는 '전문가를 향한 믿음'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이번 논란이 불거진 후 강형욱을 감싸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강형욱이 운영하던 회사 내 갑질 및 직장 내 괴롭힘을 넘어 그가 맡은 개를 굶기거나 부적절한 방식으로 훈육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반려견 훈련사로서 그의 본질을 흔들 만한 폭로다. 물론 모두 사실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폭로와 반대되는 입장도 나오고 있다. 강형욱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긴 침묵은 일련의 주장에 대한 인정으로 읽힌다. 그러나 전문가로서 그의 역량에 물음표가 달리는 일이 벌어지면 대중은 등을 돌린다. 김호중의 사례와 비교해볼 때, 비교적 이성적 판단이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고민해볼 대목은 '견제하고 바로잡을 기회는 없었나?'다. 김호중은 음주 뺑소니 이전에도 불법 온라인 도박, 연인 폭행, 전 매니저와의 분쟁 등 여러 구설이 있었다. 하지만 탄탄한 팬덤의 지지 속에 별다른 제약없이 활동을 이어왔다. 그의 불우한 과거가 오히려 팬덤의 마음을 자극하는 기폭제가 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김호중과 소속사는 '이번 일도 잘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부적절한 생각에 다다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강형욱도 매한가지다. 논란이 불거지자, 그가 과거에 했던 언행을 문제삼는 영상과 제보가 줄이었다. 그가 항상 옳은 모습만 보여온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당시 언론과 여론은 침묵했다. 그를 향한 열렬한 지지 속에서 문제제기조차 어려웠을 법하다. 이처럼 대중의 맹목적 지지를 받는 이에게 반기를 들거나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자칫 대중적 인기가 높은 이를 건드렸다가, 그들의 팬덤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는 것을 두려워 한 탓이다.
대중은 이미 정치판에서 이런 모습을 익히 봐왔다. 특정 이념적 성향을 가진 이들의 정치적 지지 대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사법 처벌, 도덕적 논란 역시 무사 통과다. 감정에 사로잡힌 팬심이 이성을 마비시킨 결과다. 이런 현상은 이제 정치를 넘어 사회·문화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팬덤 공화국'은 기어코 또 다른 일그러진 영웅을 낳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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