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극우 AfD, 유럽의회 극우 모임서 퇴출

나치 옹호 논란에 9명 제명
伊멜로니 ‘극우 통합’ 차질

소속 의원의 나치 옹호 발언으로 국제사회에서 뭇매를 맞던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유럽의회 극우정당 모임에서 퇴출됐다. 유럽 극우정당 연대의 균열이 유럽의회 선거(6월 6∼9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3일 가디언에 따르면 유럽의회 정치그룹(교섭단체) ‘정체성과 민주주의(ID)’는 이날 AfD 소속 유럽의회 의원 9명을 제명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극우정당 동맹(Lega) 소속인 마르코 자니 ID 대표가 표결에 부친 제명안에 소속 정당 대표 8명 중 5명이 찬성한 결과다. AfD는 물의를 일으킨 막시밀리안 크라 의원만 제명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앞서 크라 의원은 지난 18일 이탈리아 일간 라레푸블리카 인터뷰에서 “나치 친위대(SS) 제복을 입었다고 해서 자동으로 범죄자라고 말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크라 의원의 발언에 AfD는 지지율이 하락한 것은 물론 다른 국가 극우정당의 반발도 불러일으켰다. Lega와 프랑스의 국민연합(RN) 등이 속한 ID는 유럽의회(총 705석)에서 6번째로 많은 58석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유럽 내 반이민 정서 등에 따른 극우 바람에 힘입어 ID는 내달 유럽의회 선거에서 의석수가 84석으로 늘어날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이날 가장 많은 의석을 배정받는 독일의 AfD가 이탈하면서 ID는 68석을 얻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ID의 AfD 퇴출 결정에 ‘극우 대통합’을 추진하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노력도 좌절됐다고 독일 언론 도이체벨레는 평가했다. 이탈리아형제들(Fdl) 소속인 멜로니 총리는 유럽의회 7개 교섭단체 중 또 다른 극우 정치그룹인 ‘유럽 보수와 개혁(ECR)’을 이끌고 있다. ECR은 폴란드 법과정의당(PiS)과 Fdl을 중심으로 의원 68명이 속해 있다. 다만 ECR은 ID보다 덜 극단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독일 매체 ARD는 “AfD가 선거 직전 자멸했다”며 “우파 정당들 스스로 재편해야 하지만 ID와 ECR의 통합은 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