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의 한마디에...더 커진 SK하이닉스 ‘HBM 파워’

2024. 5. 2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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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2분기 호퍼 수요 증가할 것” 밝혀
블랙웰 출시 앞두고 기존 GPU 수요둔화 일축
엔비디아, SK에 HBM3 물량 추가 공급 요구
HBM3 여전히 수요↑...HBM3E까지 강세 지속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22일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콘퍼런스 콜에서 자사 호퍼(Hopper) 기반의 그래픽 처리장치(GPU) 수요가 2분기에도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퍼 기반 GPU인 H100에는 SK하이닉스가 양산한 HBM3가 탑재된다.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 신규 팹(Fab) M15X 건설 조감도 [SK하이닉스 제공]

엔비디아의 1분기 실적 발표로 주력 인공지능(AI) 칩인 ‘H100’이 예상을 뒤엎고 여전히 잘 팔리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공급하는 SK하이닉스의 시장 지배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 ‘블랙웰’ 출시를 앞두고 기존 제품인 H100 수요가 점차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돼 왔다. 통상 고객들이 성능이 더 좋은 신제품을 사려고 구형 제품 구매를 미루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에따라 HBM 시장의 관심도 4세대 HBM(HBM3)에서 차세대 블랙웰 기반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들어가는 5세대 HBM(HBM3E)으로 옮겨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22일(현지시간) 1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콘퍼런스 콜에서 이 같은 전망을 일축하는 발언을 내놨다.

그는 “이번 분기(2분기)에 호퍼(Hopper)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블랙웰 출시를 앞두고 있음에도 앞선 세대인 호퍼 기반의 GPU H100을 찾는 고객사들이 여전히 많음을 밝힌 것이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도 “H100 GPU 등 호퍼 아키텍처 출하량이 1분기 매출을 끌어올렸다”며 “메타가 2만4000개의 H100 GPU를 사용한 거대언어모델 라마(Llama)3를 발표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기존 호퍼 GPU와 차세대 블랙웰 GPU에는 모두 SK하이닉스가 HBM을 독점 공급 중이다. H100에는 4세대 HBM(HBM3)을, 블랙웰 기반의 B100·B200·GB200에는 5세대 HBM(HBM3E)을 공급한다.

엔비디아가 지난 3월 차세대 블랙웰 GPU를 발표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도 HBM3에서 HBM3E로 옮겨가는 분위기였다. 특히 SK하이닉스는 HBM3에서 HBM3E 체제로 점차 전환해 HBM3 생산량을 줄일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에 올해 하반기 HBM3 공급 물량을 더 늘려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황 CEO가 H100 수요 증가를 직접 언급하면서 HBM3 수요가 여전히 건재함이 재차 확인된 것이다.

이날 엔비디아 실적 발표 후 SK하이닉스의 주가는 더욱 탄력을 받아 장중 20만원을 돌파하며 신고가를 썼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HBM3보다 성능이 더 좋은 HBM3E에 대한 선호도가 앞으로 높아지겠지만 현재 HBM3도 쓰임새가 여전히 많아 수요가 높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엔비디아는 이날 블랙웰 기반 GPU 초기 물량을 2분기부터 출하한다고 밝혀 차세대 AI 칩 출시 일정 역시 기존 계획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4세대 HBM에 이어 5세대 HBM에 이르기까지 모두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강세가 공백 없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HBM 예상 수요량 중 SK하이닉스의 생산량이 60%를 점유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기록한 48%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 연구원은 “HBM3·HBM3E 시장 진입이 늦은 경쟁사의 생산량은 SK하이닉스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올해 양사의 점유율 격차는 상당히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HBM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공급을 웃돌 만큼 넘쳐나면서 SK하이닉스는 빠르게 추가 생산체제 구축에 나서며 대응하고 있다. 충북 청주에 건설을 추진 중인 신규 공장을 HBM 생산기지로 결정하고 지난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공사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오는 2025년 11월 준공 후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는 메모리 부문을 제외한 올해 세계 반도체 산업 매출이 지난해 대비 1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사의 올해 2분기 매출은 3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클리프 후 TSMC 수석 부사장은 23일(현지시간) 대만 신주 과학단지에 있는 TSMC 본사에서 열린 ‘TSMC 테크 심포지엄 2024’에서 “지금은 인공지능(AI)의 새로운 황금기”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TSMC는 지난달 메모리를 제외한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성장 전망치를 3개월 전의 10% 이상에서 10% 정도로 수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전망으로 반도체 시장에 대해 더 낙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 반도체 시장통계기구(WSTS)는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 성장률을 13.1%로 전망했다.

TSMC는 이어 AI 열풍에 따른 수요 강세에 힘입어 자사의 2분기 매출 성장률이 30%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현일 기자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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