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라임 몸통’ 이인광 수사, 경찰 이어 국세청 로비 사건까지 비화
(시사저널=송응철 기자)
'라임 사태 몸통'으로 지목되는 이인광 에스모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경찰을 넘어 국세청 로비 사건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진원은 이 회장의 실소유 기업 경영을 대리해온 측근 홍아무개 회장이다. 그는 자신을 향한 경찰 수사와 국세청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검은돈을 살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 일로 이미 경찰 한 명은 구속된 상태다. 경찰과 국세청은 검찰의 수사망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서초서 수사팀장, 뇌물 혐의로 구속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부터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등 '3대 펀드 사기 사건'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말 디스커버리펀드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한 후부터 라임에 수사력을 집중했다. 그 결과 검찰은 3월18일 프랑스 니스에서 해외도피 중이던 이 회장을 검거했다. 수배를 피해 해외도피길에 오른 지 4년6개월여 만이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김정수 전 리드 회장,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 등과 함께 '라임 회장단'으로 불린 이 회장은 수천억원대 라임자산운용 자금을 동원해 다수의 상장사를 무자본 인수했다. 그는 자신이 인수한 기업의 자금을 횡령하거나 주가를 조작하는 등의 방식으로 부당한 이익을 편취한 혐의를 받았다.
이번 경찰 로비 의혹은 시사저널이 보도한 이 회장의 횡령 의혹 수사 과정에서 불거졌다(시사저널 제1761호 '[단독] 라임 사태 주범 이인광, 해외도피 중 원격경영으로 백억대 횡령 의혹' 참조). 이 회장이 해외도피 중에 자신이 실소유한 이엠네트웍스(옛 에스모머티리얼즈)의 경영을 홍 회장에게 맡기고 비자금을 조성하도록 했다는 내용이다.
강남 사채업자 출신인 홍 회장은 이 회장이 평소 '아버지'라고 부를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인물로 알려졌다. 그는 지분이 전무함에도 2022년 초 자신의 가족과 측근들로 이엠네트웍스 이사진을 구성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그 직후 홍 회장은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사업부와 부동산, 재고자산 등을 매각해 회생채권자들에게 채무를 상환한다는 계획이었다.
회생절차가 개시되자 이엠네트웍스는 재고자산양수도 계약서 등을 회생법원에 제출해 허가를 받아냈다. 재고자산인 경희토류 약 134톤을 69억원에 판매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실제 거래는 159억원에 이뤄졌다. 두 건의 별도 이면계약을 통해서다. 회생법원의 눈을 피해 조성된 90억원은 이엠네트웍스 100% 자회사이던 에스모소재기술연구원(현 디에이네트웍스)에 입금됐고, 최종적으로 홍 회장의 손에 쥐어졌다.
옮긴 주소지 관할 세무서에 '뒷돈' 줬나
지난해 강남경찰서와 서초경찰서에는 홍 회장의 횡령 의혹과 관련된 다수의 고소·고발이 접수됐다. 검찰은 홍 회장이 경찰 수사 무마를 위해 경찰에 현금을 제공한 정황을 포착했다. 수사 결과 서초서 수사팀장인 권아무개 경감은 홍 회장으로부터 7차례에 걸쳐 3321만원을 받은 혐의로 5월10일 구속 기소됐다. 홍 회장은 경찰 출신의 측근이자 이엠네트웍스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던 김아무개씨로부터 권 경감을 소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망은 강남서까지 확대되고 있다. 검찰은 권 경감이 강남서 수사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홍 회장의 검은돈 전달책 역할을 했다는 증언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서에 홍 회장 횡령 의혹에 대한 고소장이 접수된 건 지난해 8월이다. 고소인은 라임 사태로 인한 투자자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설립된 웰브릿지자산운용이다. 이 자산운용사가 홍 회장의 횡령 사실을 인지하고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시사저널 보도가 이뤄진 직후였다(제1763호 '[단독] 라임 사태 구원투수 웰브릿지자산운용, 부실 운영 논란' 참조).
웰브릿지자산운용이 제출한 고소장에는 재고자산 매각 관련 이면계약서와 내부고발자 연락처 등 혐의 입증에 필요한 증거와 증인이 다수 포함됐다. 그러나 경찰은 배당 4개월여 만에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당시 법조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자산 매각 대금을 다른 법인 계좌로 입금받은 사실만으로도 횡령 혐의가 성립할 수 있는 데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상 사기회생죄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강남경찰서는 사건 자체만 보고 판단했을 뿐 로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권 경감도 현재 강남경찰서에 홍 회장 자금을 전달한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강남서의 이엠네트웍스 수사는 이미 부실 논란이 제기된 상태다. 홍 회장에 대한 수사는 한 차례의 서면조사가 전부였고, 내부고발자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은 경찰뿐 아니라 국세청 로비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홍 회장이 자신과 이엠네트웍스에 대한 내부 진정이 국세청에 접수돼 세무조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로비를 벌인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에 따르면, 이엠네트웍스는 올해 2월 본사 소재지를 기존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전라남도 목포시 죽동으로 변경했다. 이 무렵 홍 회장도 자신은 물론 이엠네트웍스 경영에 관여한 가족들의 주소지를 지방의 한 도시로 옮겼다. 세무조사를 앞둔 상황에서 관할 지역에 혼선을 주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검찰은 홍 회장이 자신의 새로운 주소지 관할 세무서 고위 관계자에게 세무조사 과정에서 편의를 봐달라는 취지로 거액의 현금을 건넸다고 보고 혐의 입증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현재 뇌물 제공 당사자와 액수, 경위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 및 녹취 자료와 전달된 수표 사본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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