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조국·김경수 ‘盧 서재’로 부른 文…어떤 ‘文心’ 전했나?

文, 이재명엔 “1당 역할이 매우 중요”…조국엔 “총선 약속 이어가라”
민주·조국당 연대도 강조…“공통 공약 많으니 연대해서 성과 내달라”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를 맞아 범야권 핵심 인사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23일 노 전 대통령 추도식 행사 직전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노 전 대통령 서재로 불러 모아 "서로 연대해서 빨리 성과를 내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추도식 참배 후 취재진에 "네 사람이 상당히 긴 시간 환담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 현 시국의 어려움에 대한 걱정과 우려 말씀이 있었다"고 전했다.

조국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참배하기 전 문 전 대통령 초대로 이재명 대표와 저, 김경수 지사 등 네 사람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재에서 환담을 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환담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와 민주당·조국혁신당 당선인 초청 오찬 직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 대통령은 환담에서 이 대표에게 "제1당이니만큼 민주당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 뒤 조 대표에겐 "조국혁신당이 총선 기간 해왔던 여러 약속과 정신을 이어서 개원하고 나면 그 활동을 이어가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전언이다.

여기에 문 전 대통령은 "두 정당의 공통 공약이 많으니 연대해서 성과를 빨리 내달라"고도 전했다. 민주·조국혁신당은 검찰 개혁과 대통령 4년 중임제, 각종 특검법 추진 등 여러 공통 공약과 관련해 공조를 약속한 바 있다.

영국 유학 도중 추도식 참석을 위해 일시 귀국한 김 전 지사는 '영국 정치와 정당의 운영 상황' 등 본인이 경험한 내용을 주로 전했다는 전언이다. 앞서 전날에도 문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았던 김 전 지사는 취재진을 만나 "(이재명·조국 대표 등과) 다들 인사는 나눴다"고 짧게 답했다.

이날 문 전 대통령은 집권여당 수장이 된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황 위원장은 추도식 후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 전 대통령과 약 20분간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황 위원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여야는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두 팀으로 국민만을 생각하면서 정책 개발과 입법을 해야 하는데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최근 논란이 된 문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나 윤석열 대통령의 '채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 등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황 위원장은 지난 2011년 5월 한나라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았던 시절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문 전 대통령을 만났던 인연도 언급하며 "'자주 대화하자'는 덕담을 나눴다"고 전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발언을 인용한 '지금의 실천이 내일의 역사' 주제의 추도식에는 야권의 김진표 국회의장, 정세균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등이 참석했다. 여권에선 한덕수 국무총리,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추경호 원내대표,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 등이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추모 화환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