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읽기’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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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문명이 불러온 '읽기'의 사각지대를 걱정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인 어린 세대가 보여주는 낮은 문해력이 대표적인 사각지대로 꼽힙니다.
"디지털 매체가 망쳐버린 뇌를 책 읽기로 치유할 수 있다." 어쩐지 약 처방 같습니다.
전형적인 방식의 읽기 경험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수치심을 느껴야 했던 난독증 독자들은 책 읽기를 악몽으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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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문명이 불러온 ‘읽기’의 사각지대를 걱정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인 어린 세대가 보여주는 낮은 문해력이 대표적인 사각지대로 꼽힙니다. 반대편에는 정돈된 활자와 잘 짜여진 책으로 지어진, 높은 문해력의 세계가 있습니다. ‘읽기’는 흔히 도파민 중독의 세계를 벗어나 이 세계에 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제시되곤 합니다. “디지털 매체가 망쳐버린 뇌를 책 읽기로 치유할 수 있다.” 어쩐지 약 처방 같습니다.
난독증, 과독증, 실독증 등 신경다양인의 여러 ‘읽기’ 경험에 주목한 책 ‘읽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런 단순한 서사가 갖고 있는 앙상함을 돌아보게 해줍니다. 전형적인 방식의 읽기 경험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수치심을 느껴야 했던 난독증 독자들은 책 읽기를 악몽으로 기억합니다. 반대로 과독증 독자들은 글을 통째로 외워버릴 정도로 읽는 데 집착하지만 그 의미를 파악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습니다. 실독증, 기억상실, 치매 등으로 그동안 읽어왔던 방법을 상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책은 그럼에도 이들이 나름대로 ‘읽기’를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글을 뒤죽박죽으로 읽거나, 구두점에만 집착하거나, 글자를 코로 문질러야 하거나… 이 모든 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그들만의 ‘읽기’ 방식이라는 겁니다.
혹시라도 ‘에이, 그런 건 읽는 게 아니지’라는 생각을 했다면, “그럼 당신에게 ‘읽기’란 과연 무엇이냐”는 질문을 피할 수 없을 겁니다. 과연 이 질문에 만족할 만한 답을 낼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답은 다른 사람들, 특히 신경다양인들의 답과 얼마나 같고, 또 얼마나 다를까요?
최원형 책지성팀장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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