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몸값 3000억 찍었던 클래스101, 10분의 1 가격에 자금 조달 추진… 계속되는 혹한기
온라인 강의 구독 플랫폼 클래스101이 투자 유치를 추진한다. 지난해 완전자본잠식에 빠지며 재무 구조가 악화하자 자금 수혈에 나선 것이다. 회사와 투자자들은 기업가치 300억원 수준에서 협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라운드에서 책정된 몸값 3000억원에서 10분의 1토막이 난 셈이다.
몸값을 깎으며 투자를 유치하는 건 비단 클래스101만 처한 상황이 아니다. 이른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을 바라보던 스타트업들까지 줄줄이 기업가치 하락을 감수하며 투자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 온라인 교육업계의 ‘넷플릭스’… 몸값 3000억→300억으로 급감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클래스101은 최근 국내외 주요 벤처캐피털(VC) 등을 대상으로 100억원의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클래스101은 취미부터 창업·부업, 커리어, 어학, 재테크 등 5300여 개의 온라인 강의를 들을 수 있는 플랫폼이다. 온라인으로 취미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회사도 급성장했다. 당시 온라인 교육업계의 ‘넷플릭스’라는 별칭을 얻었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이미 회원 수 300만명, 누적 방문자 수 3500만명을 넘었다.
투자자들은 클래스101의 성장세에 응답하며 수백억원의 자금을 쏟았다. 서비스 출시 초기인 2018년 네이버 계열 VC 스프링캠프로부터 시드를 유치한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 120억원 규모 시리즈A 라운드 투자를 받았고, 2021년엔 시리즈B 라운드에서 300억원을 끌어모았다.
지난해 11월에는 16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토스·당근 등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에 투자한 미국 VC 굿워터캐피털을 비롯해 메이븐그로쓰파트너스, 산업은행, SBVA(옛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이 투자에 참여했다.
클래스101에 위기가 감지된 건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이후다. 온라인 교육 시장에 대한 관심이 잦아들면서 이 시장의 성장성에 의문을 표하는 시선이 늘어났다. 그사이 매출은 올랐지만, 수익성은 꾸준히 악화했다. 벤처기업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클래스101은 2020년 매출액 546억원, 영업손실 167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엔 매출액 866억원, 영업손실 170억원이었다.
클래스101이 기업가치 급감에도 불구하고 투자 유치를 추진하는 이유는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클래스101의 작년 매출액은 324억원이었는데, 이는 전년도 매출액(656억원)의 절반에 불과하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231억원, 당기순손실은 255억원이었다. 클래스101의 적자가 커지며 자본총계 또한 마이너스(-) 327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이에 클래스101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사업모델(BM)을 기존 ‘개별 구매’ 방식에서 구독 모델로 전환했고, 지인이 결제한 구독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그룹 플랜’ 서비스도 도입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인력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앞서 총 3차례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임직원 수는 360명 수준에서 100명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 5곳 중 1곳은 몸값 내리고 투자 유치… 스타트업 한파 언제 끝나나
이처럼 스타트업이 몸값 급락을 감수하며 투자를 유치하는 사례가 최근 비일비재하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벤처투자 현황 진단 및 대응방안’에 따르면, 작년과 올해(3월까지) 2년 연속 투자를 받는 데 성공한 스타트업 5곳 중 1곳(20.7%)은 기업가치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기부가 집계를 시작한 2015년(18.8%)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이 풍부하던 투자 호황기에 치솟았던 스타트업들의 몸값이 경기 침체기를 겪으며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며 “다운라운드(기업가치를 낮춰 투자 유치를 추진하는 것)로라도 투자를 받는 데 성공한 기업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설명했다.
한때 유니콘 후보로 주목받은 정육각은 4000억원에 달하던 몸값이 2000억원 수준으로 반토막이 났다. 주요 투자사들은 장부에서 정육각의 공정가치를 대규모로 감액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기존 투자사인 NH투자증권,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캡스톤파트너스 등 3곳으로부터 가까스로 1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며 급한 불은 끈 상황이다.
‘아기상어’로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은 더핑크퐁컴퍼니는 기업가치가 3분의 1로 낮아졌다. 7000억원 수준의 몸값이 약 2500억원이 됐다. 실제 산은캐피탈은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240억원의 장부가액을 88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대체육 스타트업 지구인컴퍼니도 최근 4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창업자가 자기 보유 주식을 헐값에 내놓는 초강수를 뒀다.(관련 기사☞배민 김봉진이 밀어줬던 대체육 회사... 대표가 ‘60분의 1′ 가격에 주식 판 이유는) 뉴라클사이언스는 2년 만에 몸값이 2100억원에서 760억원 수준으로 급락했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1분기 VC들의 투자 대상은 초기와 중기보다 후기 기업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는데, 엑시트(투자금 회수) 단계에 근접한 기업에 투자해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라며 “스타트업들의 몸값 거품이 빠지며 가격이 더 내려갈 여지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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