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뇌가 있다”… 다윈의 애정 가득한 ‘풀 관찰기’[북리뷰]
제임스 코스타·바비 앙겔 지음│이경 옮김│다산북스
자택에 대정원·온실 6개 갖추고
책 6권·논문 75편 쓴 ‘식물덕후’
직접 화분 옮겨 인공수정 시도도
난초·딸기 등 다윈의 최애 45종
직접 쓴 글과 새 삽화 엮어 소개
6권의 식물책을 쓰고 75편에 달하는 식물학 논문을 남긴 한 ‘식집사’가 있다. 그는 죽기 전까지 40년간 런던 근교에서 지냈는데 그의 집 ‘다운하우스’는 드넓은 정원과 여섯 동의 온실을 갖춰 온갖 식물로 뒤덮인 ‘미니 식물원’이었다. 식물에 대한 열렬한 사랑을 드러낸 이 식집사의 이름은 ‘찰스 다윈’이다.
‘종의 기원’이라는 기념비적 연구서를 통해 19세기 이후 생물학에 혁명을 일으킨 찰스 다윈은 ‘진화론’을 주창한 생물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자연 선택’이론을 통해 걸출한 동물학자로 명성을 떨친 다윈이 원래 지질학자였으며 특히 식물 연구에 천착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비교적 적다. 그러나 다윈에게 ‘돌연변이’의 충격을 안겨준 갈라파고스 탐험으로 유명한 ‘비글호 탐험기’에는 그의 식물 사랑이 담담히 적혀 있다. ‘이 집단의 식물학은 동물학만큼이나 흥미롭다.’ 다윈은 갈라파고스 섬에서 동물에게만큼이나 식물에도 마음을 빼앗겨버린 셈이다.
하버드대 박물관에서 다윈을 연구하며 그에 관한 책을 여러 권 펴낸 진화생물학자이자 이 책의 저자인 제임스 코스타 웨스턴캐롤라이나대 교수는 영국 본토로 돌아온 다윈이 식물 연구에 매진하게 된 것이 필연적인 일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악화된 건강 때문에 산업화의 직접적 영향으로 세계 최악의 대기질을 가진 런던에 거주할 수 없었다. 또한 장기간의 해외 지역 연구를 수행하기도 어려웠다. 그의 다운하우스는 그런 이유로 인해 각종 식물로 뒤덮여 갔다.
책은 다윈이 특히 사랑했던 각종 난초부터 땅콩과 딸기, 나팔꽃과 카네이션처럼 우리에게 익숙하기도 한 45종의 식물에 대해 그가 직접 쓴 글귀를 기반 삼아 구성됐다. 다윈의 식물 연구는 번식에서 시작한다. 그는 ‘자가수정’과 ‘타가수정’의 비밀을 찾아내기 위해 난초에 집중한다. 어떤 꽃의 꽃가루가 특정 방식의 수정을 이뤄내는지 알아내기 위해 다양한 꽃가루가 한데 뭉쳐진 화분괴를 만들고 벌과 나비를 찾아다니며 운반시킨다. 나아가 화분을 운반하는 벌의 모습을 자세히 관찰한 끝에 직접 젓가락 등에 화분을 묻혀 인공수정을 시도한 기록도 있는데, 이는 당시로서 매우 창의적인 방법이었다고 책은 설명한다.
한편 그의 관심사는 덩굴 식물과 식충 식물 등 ‘움직이는 식물’로 뻗어 나간다. 다윈은 밤이 되면 스스로 길을 찾아 나가며 새로운 잎을 뻗는 토끼풀의 덩굴 모습을 잠을 줄여가며 관찰하고 미세한 차이를 꼼꼼히 기록했다. ‘땅속토끼풀’로 이름 붙여진 종이 수정 후 스스로 꽃을 땅에 묻으며 씨앗이 땅속에서 자연스레 발아되도록 만드는 모습을 발견하곤 끝없는 호기심을 불태운다. 식충식물이 곤충들을 유혹하는 방법을 찾으며 식물이 신경계를 가지고 있다면 뇌의 역할은 뿌리가 맡고 있다는 충격적인 가설을 제기하기도 한다.
책은 최초로 공개되는 다윈의 글귀뿐 아니라 아름다운 식물 삽화로 특별함을 더한다. 책에 소개된 45종의 식물을 선정한 저자 코스타 교수는 다윈이 악필이었을 뿐 아니라 그림을 굉장히 그리지 못했고 다른 이들의 삽화를 책에 싣지도 않았기에, 이번 책에는 특별히 ‘삽화’라는 빈 부분을 채워 출간한다고 밝혔다. 책의 그림을 그린 바비 앙겔은 40년 동안 식물 삽화를 그려온 전문가로 세밀한 그림을 통해 책의 면면에 다윈의 식물 사랑을 남김없이 그려냈다.
또한 이들의 친밀한 동료 연구자이자 국내 최고의 다윈 전문가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가 감수를 맡아 완결성을 더했다. ‘식물 덕후’라는 표현에 손색없는 다윈의 끈질긴 관찰과 실험의 기록들은 읽는 이에게 멀게만 느껴졌던 식물의 신비로움을 손끝에 가볍게 얹어준다. 책장을 덮는 순간 독자들은 어느새 당장 키울 수 있는 식물을 찾아보고 있을지 모른다. 508쪽, 4만5000원.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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