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결’ 없는 디지털 세상… 아날로그 시절 ‘교감’ 이 그립다[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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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북리뷰 편집장이 아날로그 물건들을 통해 디지털 시대가 잃어버린 것들을 사색한 책이다.
책은 이것이 "윈도 쇼핑에서 예상치 못한 물건을 만났을 때의 놀라움과 갈망 그리고 매혹적인 흘끗거림 같은 산만한 요소를 제거한다"고 지적한다.
"이제는 책을 덮는다는 개념을 덮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저자는 특히, 우리가 '종결'의 개념을 잃은 것을 우려한다.
그저 '우리 시대'를 받아들이고, 새롭고 다른 형식과 함께 '의미' 또한 찾아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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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멀라 폴 지음│이다혜 옮김│생각의힘
뉴욕타임스 북리뷰 편집장이 아날로그 물건들을 통해 디지털 시대가 잃어버린 것들을 사색한 책이다.
1970년생인 저자는 이른바 ‘X세대’. 인터넷이 출현하고 발달한 시기를 모두 거쳐온 세대이기에 가능한 섬세한 감각으로 지나간 삶의 파편을 더듬는다. 책은 과거를 막연한 ‘낭만’으로 기억하는 경향을 경계한다. 대신, 약간 불편했던 그 시대에 인간이 서로에게 품었던 ‘마음’을 강조한다. 그때, 인간의 행위는 지금보다 풍부한 형식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우리는, 서로에게 더 의미 있는 존재였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유실물 목록은 생일 카드, 사전, 도서관 서지 카드, 사진 앨범처럼 손에 잡히거나 눈에 보이는 것도 있으나 대개는 어떤 행위나 상황, 느낌과 감각 같은 것들이다. 예컨대, 지루함, 길 잃기, 티켓 분실하기, 윈도 쇼핑, 번호 기억하기, 인내심, 맞춤법…. 스크린에 엄지 하나만 올리면 아주 가벼운 공허함조차 가득 채워지는 시대, 우리는 지루할 틈을 분실했다.
GPS와 구글 지도는 ‘길 잃기’에 대한 두려움과 피로함을 덜어주면서, 동시에 “길을 잃고 방황하고 우연에 굴복하고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될 기회도 앗아갔다. 또, 이제 우리는 밝게 장식된 창문을 보고 가게에 발을 들이는, 즉 유혹당하는 일도 없다. 우리는 SNS의 사각 창을 둘러싼 표적 광고들 속에서 ‘사고 싶은 것’을 주입당한다. 책은 이것이 “윈도 쇼핑에서 예상치 못한 물건을 만났을 때의 놀라움과 갈망 그리고 매혹적인 흘끗거림 같은 산만한 요소를 제거한다”고 지적한다.
“이제는 책을 덮는다는 개념을 덮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저자는 특히, 우리가 ‘종결’의 개념을 잃은 것을 우려한다. 24시간 잠들지 않는 온라인. 그곳에선 아무리 사소하고 하찮은 일이라도 끝이 없다. 오죽하면 ‘잊힐 권리’라는 말까지 생겼을까.
저자의 신랄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책 속 과거 풍경을 거니는 일은 정겹고 그립고 아쉽다. 또한 저자 역시 이 ‘유실’을 절망하지는 않는다. 그저 ‘우리 시대’를 받아들이고, 새롭고 다른 형식과 함께 ‘의미’ 또한 찾아내야 한다는 것. 왜냐하면 결국 “잃어버린 것들을 잊지 못하고 놓아주지 못하는 존재가 바로 우리 인간”인 것이고, “선택의 여지가 남아 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존재도 바로 우리 인간”이기 때문이다. 328쪽, 1만90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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