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와 한 여자의 연애·동거… 이 사랑을 어떻게 규정할까[연구자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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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쌍의 남녀가 만나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
한 사람과의 독점적인 관계만이 진정한 사랑의 징표라고 말하는 세상에서 두 사람을 사랑하게 된 저자의 경험은 관계를 둘러싼 수많은 사회적 규범에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네가 아니면 안 돼'나 '나만을 사랑해야 해' '우리는 완벽한 가족이야'와 같은 '낭만적인' 말들이 실제적인 폭력이나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사랑이나 가족의 '안정성'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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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쌍의 남녀가 만나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 사회가 규정하는 이상적인 가족이다. 하지만 ‘이성 간’ ‘성적 결합’으로 이뤄진 ‘2명의 부부’와 ‘혈연’이라는 가족의 정의는 다양한 삶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 그렇다면 가족의 구성원이 언제든 변할 수 있다면 어떨까? 두 사람이 사랑해서 만나는 와중에 둘 중 한 사람이 다른 누군가와 동시에 사랑에 빠진다면?
이것은 이미 현실이다. 홍승은 작가의 ‘두 명의 애인과 삽니다’(낮은산)는 저자의 폴리아모리(다자연애) 경험을 담고 있다. 한 사람과의 독점적인 관계만이 진정한 사랑의 징표라고 말하는 세상에서 두 사람을 사랑하게 된 저자의 경험은 관계를 둘러싼 수많은 사회적 규범에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이 책의 힘은 세 사람이 사랑, 연애, 섹스 안에서 경험하는 아주 구체적인 불안, 슬픔, 기쁨, 쾌락에서 출발해 관계의 윤리라는 문제로 나아간다는 데 있다.
드라마나 리얼리티 예능의 문법은 지금의 사회에서 사랑을 다루는 방식을 잘 보여준다. 사람들은 사회에서 배정받은 역할을 얼마나 잘 수행하는지를 기준으로 서로를 평가한다. 그러나 관계의 형태가 규범에서 벗어나는 그 순간 주어지는 과제는 사랑을, 나아가 관계를 재발명하는 일이다. 세 사람의 요동치는 감정과 멈추지 않는 관계 실험은 바로 이 과정을 보여준다. 사랑은 그 자체로 사회를 유지하는 규범이면서, 언제나 규범에 온전히 잡히지 않는다. 그렇게 사랑과 규범 사이에서 만들어진 잉여는 욕망을 일깨운다.
모든 실험이 그렇듯, 이들의 사랑도 실패하곤 한다. 특히 책의 후반부에서 나오는 세 사람의 대화는 사랑과 관계를 재발명하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보여준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사랑의 실패가 곧 사랑의 끝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언제나 변하고 있고, 매 순간 재구성되고 있다. 이들의 폴리아모리 실천은 이를 인정하는 과정이었고, 그럼으로써 서로를 새로운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들에게 가족이란 사랑이 실패할 때마다 그것을 재발명할 수 있게끔 하는 신뢰와 관계의 이름이었다. 이들의 신뢰는 기존의 문법이 아니라 새로운 실험을 통해 가능했다.
관계는 계속해서 재협상될 수 있어야 한다. ‘네가 아니면 안 돼’나 ‘나만을 사랑해야 해’ ‘우리는 완벽한 가족이야’와 같은 ‘낭만적인’ 말들이 실제적인 폭력이나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사랑이나 가족의 ‘안정성’ 때문이다. 안정성은 언제나 폐쇄성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때로는 관계를 불안정하게 하는 질문이 오히려 더욱 큰 신뢰를 만들어낸다. ‘두 명의 애인과 삽니다’는 관계와 사랑, 그리고 가족을 다시 고민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안희제 작가·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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