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림 감독의 웰컴 투 '더 에이트쇼' [인터뷰]

서지현 기자 2024. 5. 24.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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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에이트쇼 한재림 감독 인터뷰 / 사진=넷플릭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한재림 감독의 '쇼'가 시작됐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에이트쇼'(The 8 show, 연출 한재림 감독)는 '더 에이트쇼'는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런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한재림 감독은 '더 에이트쇼'로 생애 첫 시리즈 연출에 도전했다. 이에 대해 "영화와 다르게 오래전에 끝난 작품이라 공개되니까 되게 새로운 기분이 들더라"며 "시나리오를 쓸 때 두 매체가 많이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리즈는 전체적인 구조에서 기승전결이 있어야 하고, 한 회 안에서도 기승전결이 있어야 하고, 다음화를 보고 싶어 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 방법이 뭘까 고민했다. 그런 지점들이 영화와는 다른 것 같다. 영화는 두 시간 동안 관객들을 모셔놓지만, 저희는 핸드폰으로도 보고, TV로도 보고 많은 저항들과 싸워야 하니까 끝까지 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고민 과정을 전했다.

더 에이트쇼 한재림 감독 인터뷰 / 사진=넷플릭스 제공


특히 '더 에이트쇼'는 제목처럼 8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총 8부에 걸쳐 8명의 이야기를 1시간 남짓되는 분량 안에 하나씩 풀어내야 했다.

이에 대해 한재림 감독은 "포맷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8명이, 8개의 에피소드인데 8개의 계층이라고 구성했다. 그래서 8화에 맞췄다. 8개의 플로어니까"라며 "한 에피소드를 시작할 땐 각기 다른 인물이 시작한다. 끝날 땐 또 다른 인물이 전환점을 주게 해서 그 사건과 인물을 같이 궁금하게 만들고, 그다음화는 그 인물로 시작해 보자는 구조를 짰다. 이들의 전사도 최대한 배제했다. 관객분들이 각자가 원하는, 각자의 취향에 맞는 계층에 이입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성이 너무 뚜렷하면 대상화되기 때문에 계층을 나눴다. 누구는 3층에 이입하고, 누구는 7층에 이입하면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입체적으로 보이지 않을까 싶었다"며 "3층(류준열)이 화자이긴 하지만,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구성했다. 그러면서 스토리적 연결을 거쳐 8명의 인물이 나오면서도, 하나의 이야기가 되게 했다. 여러 계층의 갈등하는 내용을 시리즈로 만들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더 에이트쇼'는 배진수 작가의 웹툰 '머니게임' '파이게임'을 원작으로 한다. 한재림 감독은 "배진수 작가의 서바이벌 장르는 굉장히 유니크하다. 보통 서바이벌은 주인공이 똑똑해서 성공하지 않냐. 근데 이 작품들은 주인공이 계속 위기에 처한다. 자신의 생각이 틀린다는 포인트들이 재밌다. 그런 허당기가 블랙코미디 같았다"며 "그런 부분을 최대한 살리려고 했다. 그즈음 서바이벌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하더라. 서바이벌 게임은 남이 죽어야 내가 사는데, 이 작품에선 죽으면 끝나는 게임이라는 '파이게임'의 룰을 가져와보자고 생각했다. 한 사람도 안 죽으면 안 되고, 같이 살아야 하는 이야기가 되니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로 바뀌더라. 이 두 개를 갖고 이야기를 만들어보면서 각 계층을 대표할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한재림 감독은 "세트를 보시면 자본주의로 보이지 않냐. 이런 장르를 보시다 보면 인물이 인물을 배신한다거나, 반전이 있는 걸 기대하실 수도 있다. 하지만 일부러 그런 걸 두지 않았다. 서바이벌 게임 장르를 비껴나가고 싶었다. 이걸 통해서 사회적 부조리를 이야기하고 싶은 목적이 있어서 배제했다"며 "또 하나 의도했던 부분은 '재미란 무엇인가'이다. 이 작품의 주제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안에서 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 주최 측에 재미를 주지 않냐. 그게 저의 직업과 맞닿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이런 생각이 없었는데 주최 측에 잘 보여야 하니까 저 역시 '재미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됐다. 이게 엔터테인먼트고, 창작자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나중에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또한 한재림 감독은 "그러면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로 만들어야겠다고 중간에 계획을 바꾸면서 오프닝이 무성 영화 콘셉트로 가게 된 거다. 시작할 때 진수(류준열)가 사채업자들한테 쫓긴다. 이건 클리셰지만, 진수가 도망가서 어디로 가는지 보여주길 원했다. 그게 영화 촬영 현장이다. 거기에 '머니게임'이라고 쓰여있다. 이 주인공이 영화를 만드는 진짜 같은 가짜 속에 들어왔고, 관객들을 초대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더 에이트쇼 한재림 감독 인터뷰 / 사진=넷플릭스 제공


한재림 감독은 '더 에이트쇼'를 통해 현 시대상을 녹여냈다. 한 감독은 "7층(박정민)은 어떤 재미를 줄까에 대해 고민한다. 처음부터 너무 재미를 주면 점점 자극만 쌓이게 된다는 고민을 시작한다"며 "옛날엔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고, 질문도 있었는데 지금은 딱 재미만 있으면 충분한 시대인 것 같다. 어쩌면 그 정도가 아니라 재미만 추구하는 도파민의 시대다. 저도 그걸 보면서 집중하고 빠져든다. 그런 시대가 되면서 과연 저는 어떤 작품을 만들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한다. 그런 고민들이 투영된 것이 이 작품 내 고민이라고 봤다. 마지막에 1층(배성우)이 찰리 채플린 같은 모습으로 영사기에 매달려 떨어진다. 영사기는 진짜 같은 가짜를 반영한다. 그 영사기에 매달려 떨어지고, 필름에 불타 죽는 것이 제가 느낀 시네마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그 마지막 장면은 우리가 자본주의 시스템이 만들어낸 소외계층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도 있지만, 이렇게 사라져 가는 '시네마'라는 것에 대해서도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작품이 후반부로 향하며 각 캐릭터들에게 다소 가학적인 고문들이 가해져 호불호 반응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한재림 감독은 "'재미의 끝까지 가면 뭐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쾌함이 남더라. 먹방을 보다 보면 자극적인 거만 찾게 된다. 나중엔 매운 걸 먹다가 심장마비로 죽은 사람까지 있다. 혐오스러운 걸 먹기도 한다. 그런 걸 보면 고통스럽지 않냐. 그렇다면 그 사람은 그걸 왜 하는 걸까. 사랑받고, 관심받으려는 거다. 저도 재미에 대해 고민하는 지점이 비슷하다고 봤다"며 "작품 속 '시계태엽 오렌지'를 오마주한 건 애초에 원작에 있던 장면이었다. 뺄 수 있었지만 넣은 이유는 그 영화가 주는 메시지 역시 폭력에 대한 비판 아니냐. 그 장면을 쓰되 최대한 불편하지 않게 컷과 비주얼을 많이 줬고, 진수의 상상으로 표현하면서 많이 불편하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한재림 감독은 "주최 측은 명백하게 관객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각자 다르게 상상할 수 있다. 저는 '우리'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느끼시길 바랐다. 그래서 그렇게 보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며 "끝까지 주최 측은 아예 없다는 것이 콘셉트였다. 그래서 마지막에 카메라를 다 부수지 않냐. 답답함을 주고 싶은 감정도 있었다. 볼 수 없으면 끝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재림 감독은 "창작자가 관객에게 사랑받기 위해선 어디까지 해야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던지는 작품이다. 제가 여기서 도덕적으로, 혹은 윤리적으로 어디까지 보여줘야 하는지 계속 걸리더라. 일각에선 천우희와 박해준의 베드신을 왜 안 보여주냐는 반응도 있었다. 그게 의도한 거다. 그런 것에 쾌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더 에이트쇼 한재림 감독 인터뷰 / 사진=넷플릭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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