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픽!] 사주풀이로 헤쳐 나가는 회사 생활…'운명을 보는 회사원'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대기업에 입사하려면 무슨 '스펙'(취업 관련 자격)이 가장 필요할까?
대부분 명문대 졸업장과 높은 학점, 영어는 물론 제2외국어 실력, 인턴 경험 등을 떠올릴 것이다.
관상과 사주풀이로 사람의 운명을 꿰뚫어 보는 능력은 어떨까.
황당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사실 사회생활을 할 때 사람을 잘 보는 것이야말로 외국어 실력이나 전공 지식보다도 중요한 능력이니 말이다.
웹툰 '운명을 보는 회사원'은 무당 사주를 타고난 최영훈이 사주와 관상을 보는 능력을 발판 삼아 대기업에서 성공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훈은 세상을 어지럽힐 정도로 영험한 무당이 될 팔자였지만, 이를 누르기 위해 7살부터 32살까지 속세에서 멀리 떨어진 절에서 살아왔다.
덕분에 무당이 되지는 않았지만, 손만 잡아도 그 사람이 태어난 시각을 알 수 있는 특이한 힘을 지녔고 사주와 관상을 공부해 그 사람의 운명을 엿볼 수 있는 능력도 갖추게 됐다.
그런 영훈이 서른이 넘은 나이에 서울에 상경한다. 바라는 것은 딱 한 가지. 평범한 회사원으로 사는 것이다. 이왕지사 대기업 정규직이면 바랄 게 없다.
대학도 다닌 적 없고, 영어시험 성적이나 하다못해 운전면허조차 없지만 '사람을 잘 본다'는 묘한 특기를 가진 영훈은 알음알음 추천을 거쳐 대기업 현진물산의 사장 특채 인턴이 된다.
현진물산은 안팎의 사내 정치로 시끄러운 상황이다.
재벌가 현진그룹의 맏며느리 송은채 사장이 회사를 이끌고 있지만, 회장이 이를 탐탁지 않게 바라보고 있고, 송 사장의 시누이가 현진물산을 차지하기 위해 뒷공작을 벌인다.
영훈은 사주, 관상을 통해 사람을 가려내고 이들의 약점을 파악하면서 송 사장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활약한다.
현진물산의 몸피가 커지는 가운데 영훈은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고, 차츰 임원도 부럽지 않은 사내 실세로 자리매김한다.
'운명을 보는 회사원'은 동명 웹소설을 원작으로 두고 있다. 덕분인지 서사가 탄탄하고 설득력 있는 느낌이다.
손만 잡아도 생시를 알 수 있다는 판타지 요소가 깔려있지만, 기업물에서 가장 중요한 개연성과 전문성을 놓치지 않았다.
현진물산이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계열사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는 과정, 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정치인과 물밑 교섭을 하는 모습 등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그간 직장 생활을 소재로 한 현대 판타지 웹툰에서는 주로 '회귀'(기억을 간직한 채 과거로 돌아가는 것) 설정을 사용해왔지만, 이 작품은 이 대신 사주풀이 능력을 내세운 것도 특징이다.
정해진 미래를 기억하는 것보다 불완전한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야기에 긴장감과 재미를 더한다.
예를 들어 상대가 음욕이 강하게 생긴 관상이라면 여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사내 성희롱 예방 교육을 열어 피해자를 찾아내는 식이다.
주인공이 돈을 벌거나 권력을 얻기 위해, 복수를 하려고 능력을 마구잡이로 쓰는 게 아니라 평범한 삶을 살려고 한다는 점 역시 남다르다.
영훈은 자신을 키워준 스님에게 '점을 봐주고 이익을 챙기면 안 된다'는 신신당부를 들어왔다. 그래서 자기 능력을 돈으로 사려고 드는 시도를 모두 쳐낸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오로지 평범한 사람의 증표와도 같은 정규직 자리이기 때문에 회사가 흔들리지 않도록 애쓸 뿐이다.
기업물의 특성상 수많은 조연이 등장하는데 모두 어디선가 봄 직한 인물이다.
관상이 주요 소재인 만큼 임원부터 부장, 과장까지 중장년 남성들의 얼굴을 개성 있고 생생하게 그려냈다.
눈꺼풀이 두껍고 메기처럼 생긴 전무, 머리가 벗겨지고 광대가 솟아 완고해 보이는 부사장, 나이는 먹었지만 독사같은 눈빛만은 형형한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마흔살을 넘기면 성격이 얼굴에 나타난다는 말처럼, 관상과 이들의 운명이 연결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재미난다. 네이버웹툰에서 볼 수 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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