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검사 중 금융사고 터진 농협은행…원인은 결국 지배구조?
금감원, 중앙회·지주·은행 간 인적교류 근본원인 판단
금감원, 농협 지배구조 겨낭 검사 강화할 듯
NH농협금융의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길지 금융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사실상 농협금융의 지배구조를 겨냥해 정기검사를 진행하는 가운데 NH농협은행에서 금융사고가 추가로 발생한 탓이다.
금감원은 농협중앙회가 정점에 있는 농협금융의 독특한 지배구조로 인해 내부통제가 취약해지고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진단하고 있다. 금감원은 농협금융 지배구조를 포함해 금융사고 원인을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대출 과정에서 담보 가치를 부풀려 초과 대출한 사례를 발견하고 관련 사안에 대해 지난 22일 공시 했다. 이번에 발견된 사고는 두 건으로 총 64억4625만원(11억225만원, 53억4400만원) 규모다. ▷관련기사: 농협은행, 65억원 규모 초과대출 금융사고 '또' 터졌다(5월22일)
농협은행은 앞선 3월에도 초과 대출로 인한 109억4733만원 규모의 배임 사고를 적발하고 해당 내용을 공시한 바 있다. 올해만 총 3건의 금융사고가 드러난 셈이다.
은행 직원들의 대규모 횡령을 비롯해 초과 대출 등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금융당국은 금융사들의 내부통제 구조를 들여다보고 제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 하반기 은행권부터 책무구조도를 도입해 금융사고 발생 시 담당 임원들의 책임을 명확히한다는 구상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취임 후 지속적으로 금융지주들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았다. 최고경영자(지주 회장 등) 선임 과정의 투명성과 이사회 역할을 비롯해 금융사고를 막지 못하는 취약한 내부통제 역시 지배구조 문제에서 기인한다는 게 이복현 원장의 생각으로 읽힌다.
특히 농협금융의 경우 다른 금융지주들과 달리 '중앙회-농협금융-NH농협은행'으로 이어지며 중앙회가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이를 기반으로 중앙회와 농협금융 간 인적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금감원이 농협금융 지배구조를 문제삼고 정기검사를 진행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 3월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 선임 과정에서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이 갈등을 드러낸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농협금융은 정영채 전 대표 후임으로 윤병운 부사장을 내정했지만 농협중앙회와 이견이 발생했다.
전문성이 필요한 핵심 비은행 계열사 대표 자리에 농협중앙회장 입김이 작용한다는 논란이 불거졌고 결과적으로 금감원의 정기검사로 이어졌다.
이는 경영진 뿐 아니라 일반 직원들에게도 해당된다. 중앙회와 금융지주 간 인적 교류 과정에서 비금융 전문가들이 금융 업무를 맡게 될 경우 금융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개연성이 커진다고 금감원은 판단하고 있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중앙회 경제사업 혹은 상호금융(단위농협, 2금융권)에 있다가 농협은행(1금융권)으로 와서 영업점 근무를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런 점들이 내부통제가 취약해지는 원인이 될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금융사고 해당자가 중앙회 출신인지는 확인이 어렵다는 게 농협은행 입장이다.
은행권에선 농협은행이 공시한 금융사고 사례처럼 담보 가치를 과장해 초과 대출을 해주는 행위 등은 단순 배임 이상의 문제로 커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불완전판매 등은 KPI(핵심성과지표)를 통해 직원들에 대한 실적 압박이 원인으로 볼 수 있는 반면 초과 대출은 대출을 해준 직원의 비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공문서 위조 등으로 담보 가치를 부풀려 대출 늘리기가 가능했다는 것은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번 금융사고와 관련해 정기검사 이전에 이미 파악됐던 내용으로 관련 조사를 포함해 검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농협은행의 경우 지배구조가 특수한 만큼 재무건전성과 내부통제 시스템 등 전반적인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이번 금융사고는 개인의 일탈인지 프로세스에 문제가 있는지 등을 살펴 형사고발 여부와 프로세스 전반을 개선할지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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