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입양동포 보젝 “압박과 소외감 짊어지고, 평생 ‘정체성’ 찾아가죠” [인터뷰]
“입양인으로 산다는 것이요? 전 생애에 걸쳐 정체성을 찾는 여정이자, 압박감과 고요한 소외감을 동시에 짊어지는 것과 같아요.”
양부모는 그에게 최선을 다했지만 때때로 ‘충분하지 않은’ 순간들을 맞닥뜨려야 했다. 어릴 때 한국문화 체험 캠프 같은 것을 한 번도 못 가 본 것에 대해 부모님이 “네가 한 번도 보내 달라고 하지 않았잖니”와 같이 답한 경험이 그랬다.
친부모에 대한 뿌리 찾기는 13세, 19세, 20대 때는 미국에서 시도했고 10년 전에는 처음 한국을 방문해서 해봤다. 한국에 와서는 자신이 발견됐다는 경찰서에 찾아가 그날(1981년 7월13일)의 기록을 묻고, 경찰청에 DNA도 등록했다. 만약 친부모가 똑같이 DNA 등록을 하면 경찰이 매칭 사실을 알려주는 방식인데, 아직 특별한 소식은 없다.
친부모에 대한 감정은 나이가 들면서 계속 바뀌었다. 보젝은 “10대 때는 ‘왜 그랬냐’가 알고 싶었다면, 제가 엄마가 되고 나니 공감과 이해가 되기도 한다”며 “이제는 친부모님이 제가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많은 입양인들이 경험하듯 그 역시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피할 수 없었다.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그냥 ‘미국에 온 한국 출신 입양인’이라는 정체성을 평생에 걸쳐 학습해가는 과정”이라고 보젝은 설명했다. 그리고는 “분명한 것은 항상 내면에 깊은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담담히 덧붙였다.
결혼도 했고, 3명의 자녀도 있고, 만족하는 커리어도 가지며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지만 이번에 한국에 와서 경찰서에 다시 한번 자신이 발견된 날에 대한 문의를 하는데, 불현듯 눈물이 터졌다고 한다. 특별한 기록이 없다는 답변을 들을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어김없이 그 말을 듣자 자신도 모르게 울컥했다는 것이다. 인터뷰를 통해 입양 경험에 대한 답변을 큰 무리없이 해낼 정도로 내면의 혼란이 잘 정리되긴 했지만, 여전히 예상치 못한 순간에 문득 감정이 올라오는듯 했다.
결혼·가정 심리상담사라는 직업을 갖게 된 데는 입양인으로 산 것이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내가 입양아로서 사랑받을 만한가’라는 물음을 어릴 적부터 가지면서 심리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 마침내 그가 찾은 답은 “어떤 계기로 입양이 되었든 내가 사랑받고 안 받고는 내가 잘하고 잘못하고에 달린 것이 아니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아닌 다른 여러 요인과 이유가 작용해서 나타날 뿐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그는 말했다.
한국에 대한 인상을 묻자 보젝은 “첫 방문 때는 정말 내가 태어났다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실재하는 건지 실감하고, 어떤 곳인지 알아가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에 두 번째로 한국에 오니 막연하지만 고향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9일의 한국 체류기간에 그는 “카페에서 책 읽고, 쇼핑을 하고 한강에서 달리기도 하는 등 일상적인 일들”을 영위하려고 한다. 언젠가 자신의 가족을 한국에 데려와서 “관광객이 아닌 여기 사는 사람처럼 소개해주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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