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광장] 약속과 신념의 계포(季布)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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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포일낙(季布一諾, 계포의 약속)이란 말이 있다.
초나라 장수 계포는 젊었을 때부터 자신의 입으로 '좋다'라고 말한 이상 그 약속을 끝까지 지켰다.
계포의 고사에서 주목되는 점은 계포의 '약속'과 '직언'이다.
약속과 신념의 계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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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정자들의 손바닥 뒤집듯 말 바꾸기
시민 불신 키워…약속의 정치 꿈꾼다
계포일낙(季布一諾, 계포의 약속)이란 말이 있다.
비교적 익숙지 않은 고사성어로, 사마천의 사기에 나온다. 뜻은 매우 간단하다. 반드시 약속을 지킨다는 의미다. 그러나 고사성어 상당수가 그렇듯, 이 말의 함의는 간단하지 않다.
중국 초한(항우-유방) 시대. 초나라 장수 계포는 젊었을 때부터 자신의 입으로 '좋다'라고 말한 이상 그 약속을 끝까지 지켰다.
항우에게 승리한 유방은 천하를 통일한 뒤 계포의 목에 천금의 현상금을 걸고 그를 숨겨준 사람은 삼족을 멸하겠다고 했지만, 누구도 고발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천거해 유방은 사면과 함께 벼슬을 주었다. 계포는 이 과정에서 노예처럼 머리를 깎기도 했으며, 유방 사후 여태후의 살벌한 통치 하에 태후의 총애를 받고 있던 번쾌의 "목을 치라"는 직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유방-여태후-문제에 이르기까지 한나라 신하로, 초나라 신하 중 드물게 나름 행복한 삶을 살았다.
통일 이후 같은 초나라 출신인 조구생이란 사람이 계포를 찾아가 다음과 같이 말한 게 '계포일낙'의 배경이다.
"초나라 사람들은 '황금 백 근을 얻는 것은 계포의 한마디 승낙을 받는 것보다 못하다(得黃金百斤 不如得季布一諾)'라고 일컫는데, 어떻게 그런 명성을 얻었는가?"
조구생을 아첨꾼이라 여겨 싫어했던 계포는 이 말에 기뻐하며 크게 대접했고, 사기에선 계포의 명성이 높아진 것은 조구생 덕분이라고 전한다.
사마천은 열전에서 계포의 '굽힘으로서 뜻을 펼쳤다'데 의의를 두었다. 같은 시대 죽음을 무릅쓰며 의를 지킨 '난포'와 합쳐 놓은(합전 '계포난포열전') 사마천의 의도는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계포의 고사에서 주목되는 점은 계포의 '약속'과 '직언'이다. 조구생과의 에피소드는 플롯 차원으로 이해된다.
계포의 '약속'은 후대에 '계낙(季諾)' 또는 '금낙(金諾)'이라고도 부르며 '반드시 지킨다'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계포의 '직언'은 효문황제에 대한 진언에도 잘 묘사돼 있다.
사마천은 그의 열전을 통해 '신념'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 같다. 자기 자신에 대한 확고한 신념은 약속을 기반으로 하며, 직언을 통해 발현된 것으로 해석된다.
총선이 끝나고, 제22대 국회가 이달 말 문을 연다. 그러나 새로운 국회를 기대하는 시민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여당은 참패 후에도 뼈를 깎는 고통과 반성의 '환골탈태(換骨奪胎)' 모습은 없이, 누구나 아는 '참패 원인'에만 몰두하는 양상이다. 거대 야당 역시 국회의장 후보 경선 결과를 놓고, '의장 중립 부정' '명심 팔이' '수박 색출' 등 난장판 모양새다. 이른바 22대 국회 역시 '그 밥에 그 나물'이란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R&D 예산' '직구 금지' 등 주요 정책이 오락가락하며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다.
우리 정치·행정 수준이 이 정도에 이른 것은 무엇 때문일까.
저열함의 기저엔 위정자들의 지키지 못한(할) 약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직 등 도덕성은 차치(且置)하고 말이다. 시간을 되돌려 총선 전 경실련은 6개 정당 지역구(254곳)의 공약을 전수조사한 결과, 후보자들이 내놓은 개발공약은 2239개, 전체 재원은 최소 554조 원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재원 규모가 비공개 또는 미정인 공약까지 더하면 그 규모는 셈할 수조차 없다.
대선-총선-지선 등에서 되풀이되는 약속의 남발…. 그리고 선거 이후 약속한 만큼이나 낙엽처럼 뒹구는 공약들과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는 위정자들. 이런 이들에게 시민들은 신념을 기대하지 않는다. 또한 신념 없는 이들에게 직언이 나올 리 없다. 정치·행정에 대한 불신은 계속되고 시간이 갈수록 커진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꿈을 꾼다. 약속과 신념의 계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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