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가잖아요"…진중해지는 천재 유격수의 진심, 멀티 홈런 치고도 '캄 다운'을 되뇌다
[OSEN=부산, 조형래 기자]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선수들도 있고, 나이도 들어가고 있고…”
천재 유격수라고 불렸던 과거는 이미 잊은지 오래다. 어느덧 34세.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이학주는 점점 더 진중하게, 신중하게 그라운드에 나서고 있다. 그는 매일, 매 경기 ‘캄 다운(Calm down, 진정하자)’를 되새기고 있다.
이학주는 2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홈런 2방을 때려내면서 팀의 10-6 승리를 이끌었다. 이학주는 삼성 소속이던 2019년 3월27일 사직 롯데전 멀티 홈런 이후 5년, 날짜로는 1885일 만에 통산 두 번째 멀티 홈런 경기를 완성했다.
이학주는 4-2로 앞서던 4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KIA 윤중현의 초구 139km 투심을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올 시즌 마수걸이 홈런포를 때려내며 5-2의 스코어를 만들었다.
그리고 8회말, 8-4로 추격을 당하는 과정에서 천금의 홈런포를 터뜨렸다. 8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등장해 3볼 1스트라이크 카운트에서 5구째 145km 패스트볼을 공력해 우측 담장을 넘겼다. 9-4로 격차를 벌리며 승부에 진정한 쐐기를 박았다.
이학주에게 롯데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다. 안정적이고 견고한 수비력이다. 팀의 내야진에서 가장 넓은 수비 범위와 가장 강한 어깨를 갖고 있다. 수비 재능 자체는 뛰어났다. 다만 집중력을 잃거나 서두르는 장면들이 이학주 수비력 평가가 절하되는 이유이기도 했다.
지금은 김민호 코치와 함께 달라지고 있다. 김민호 코치는 꾸준히 이학주에게 안정적인 수비력을 주문했고 그 주문을 받은 이학주는 현재 안정적인 수비력으로 주전으로 낙점 받고 매 경기 나서고 있다. 이학주는 지난 11일 사직 LG전부터 10경기 연속 선발 출장 중이다. 1경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유격수로 나서고 있다.
사실 이학주는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고 뒤늦게 1군에 올라와서 5할대의 맹타를 휘둘러도 김태형 감독의 신임을 받지 못한 편이었다. 4월21일 다시 1군에서 말소되기 전 7경기에서 12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면서 1군에서 제외됐지만 당시 타율이 그래도 3할6푼6리였다.
2군에서 무력시위를 펼쳤다. 1군 말소 이후 재정비를 거쳐서 4경기 동안 13타수 8안타, 타율 6할1푼5리 1홈런 7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5월 11일, 다시 1군에 부름을 받았다.
이전과 같은 맹타를 휘두르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학주에게 기대했던 안정적인 수비 능력을 이제는 보여주고 있다.
이학주는 우선 이날 멀티 홈런 소감에 대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첫 홈런은 홈런인지도 모르고 열심히 뛰었는데 담장을 넘어가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라면서 “오늘 경기 전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임훈 코치님께 가서 ‘레슨 좀 해주십쇼’라고 해서 오늘 타석 들어갈 때 편했던 것 같다”라며 홈런의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김태형 감독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감독님께서 저에게 너무 신경을 많이 써주신다. 새로운 마음으로 타격 연습을 항상 하는데 감독님께서 레그킥보다는 바로 공에 간결하게 도달하는 방법을 계속 주문하셨고 한 번에 되지는 않았지만 계속 노력하고 집중하다 보니까 오늘은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학주에게 홈런은 보너스와 같다. 타격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수비라는 본분을 잊지 않았다. 이날 수비에서 아쉬움을 보여줬던 것을 스스로 지적했다. 그는 “홈런 2개 치는 것보다는 우리 팀 투수들에게 도움을 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면서 “오늘 콜플레이에서 미스를 한 것 때문에 (김)민성이 형한테도 죄송하다. 윌커슨한테도 투구수가 늘어나게 한 것이 미안하다. 수비할 때 작은 것들을 섬세하게 해서 도움을 주는 선수가 되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3회초 1사 1루에서 나성범의 내야안타 타구 때 3루수 김민성과 충돌했다. 김민성이 타구를 잡기 위해 콜을 했지만 서로 부딪히며 아웃카운트를 손해봤다.
그러면서도 이학주는 스스로 마음 속으로 ‘진정하자’고 되내인다. 그는 “캄 다운 하지 않으면 또 무슨 상황이 일어날지 모른다. 최대한 안정적이고 투수에게 도움을 주려는 수비를 하려고 한다”라면서 “다른 팀 타자가 어디로 많이 치는지 분석도 많이 하고 연습도 많이 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이학주는 힘이 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서 팀을 위해 뛰겠다고 재차 다짐했다. 그는 “이제 나이도 들고 밑에서도 어린 선수들이 치고 올라온다. 이제 진중하게 야구를 해야한다”라고 진심을 전하면서 “주전 유격수라고 생각하지 않고, 에너지가 남아있을 때, 수비에서 최대한 많이 뛰어다니면서 넓은 범위를 커버하는 방법으로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해 마무리캠프도 자청하면서 김태형 감독 체제에서 자신을 어필하고 노력했다. 지금도 간절한 각오와 마음가짐은 변하지 않는다. 이학주는 이제 진중하고 신중하게 자신을 다스리면서 1군에서 활약을 이어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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