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 희망 살린 통신망"…저궤도 위성통신, 삼수 끝 예타 통과한 이유
스페이스X, '다이렉트 투 셀' 영상통화 시연…中 정부 저궤도 위성통신 확대 박차
韓, 3200억원 규모 예타 통과…2030년 중 위성 발사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미국, 중국 등 주요 선진국이 민·관 가리지 않고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재난에 따른 통신 마비 대안으로 떠오른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가 대표적인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다.
우리나라 정부도 뒤늦게나마 저괘도 위성통신 서비스 개발 과제가 국가R&D사업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하면서 스타링크 추격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지상 통신망이 잘 구축돼 있다는 이유로 외면해 왔으나 스페이스X 등 글로벌 기업들이 보여준 저궤도 위성통신 효과에 정부가 국내 연구개발(R&D) 지원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22일(현지시각) 스페이스닷컴 등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이날 오후 스타링크 위성 23개를 실은 팰컨 9 로켓을 발사했다.
이 위성은 스타링크 서비스에 활용되는데 이미 지구 위 궤도에는 6000여개의 스타링크 위성이 머물고 있다. 머스크는 2027년까지 저궤도 위성을 총 1만2000개 쏴 대규모 위성 군단을 구축할 예정이다.
1만개 이상 위성 중 일부는 접시 형태의 안테나 없이도 전화, 문자, 인터넷 검색 등을 돕는 서비스 '다이렉트 투 셀'을 제공할 모뎀도 탑재할 예정이다. 다이렉트 투 셀은 현재 미국에서 시험 서비스 중이며 캐나다, 일본 등 7개국에도 제공될 예정이다. 스타링크는 지난 1월 다이렉트 투 셀을 활용한 문자 송·수신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는 소식을 알렸다.
이후 지난 21일에는 영상통화 시범도 보였다. 엑스(전 트위터)를 통해 발표한 약 20초의 시범 영상 속 영상통화 화질은 고화질이라 말할 수 없으나 정상적인 통화는 가능한 수준이었다. 스페이스X는 "올해 말 T-모바일(미국 통신사)에 출시하게 돼 기쁘다"며 다이렉트 투 셀 연말 상용화 계획도 밝혔다.
전쟁 양상 뒤흔드는 위성통신에 美·中 등 선진국 앞다퉈 개발
'한국판 스타링크'는 이제 시작…정부, 6G 표준 연계 저궤도 위성통신 개발 추진
저궤도 위성통신을 주목하는 곳은 스페이스X뿐만이 아니다. 아마존은 2029년까지 3000여개 저궤도 위성을 쏠 계획을 담은 '프로젝트 카이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100% 출자한 우주 기업인 중국위성네트워크그룹(CSNG)도 올해 첫 저궤도 위성 발사를 시작으로 총 1만3000개 위성을 쏠 계획이다.
이처럼 세계 각국 정부 또는 민간기업이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는 차세대 이동통신인 6G(6세대 이동통신) 기술 핵심 요소이자 전쟁 등 재난 상황에서 발생할 통신 마비에 큰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저궤도 위성은 짧은 지연시간으로 고속 통신을 제공할 수 있어 차세대 통신 인프라 '혈관'으로 인식되고 있다. 전송 속도와 지연 시간이 LTE에 상응하는 수준이다. 특히 지상망 한계를 넘어 해상, 공중까지 통신 서비스 공간을 확대할 수 있는 비지상통신망(NTN)으로 주목받으면서 세계 이동통신 표준화기구인 3GPP에서도 저궤도 위성통신 표준화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저궤도 위성통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주목받았다. 러시아가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시 지상 기지국을 파괴했으나 우크라이나가 스타링크를 활용해 통신망 무력화에 극복했다. 이스라엘도 지난해 말 가자지구 지하 광케이블을 끊어 인근 지역 통신망을 마비시켰으나 일론 머스크가 스타링크를 지원했다.
일론 머스크가 전쟁 양상을 뒤흔드는 '게임 체인저'가 됐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스타링크 위성을 추적해 필요할 경우 스타링크 서비스 운용에 개입하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CSNG가 쏘려는 위성 1만3000개는 스타링크 위성보다 더 높은 고도에 머물 예정이다.
이처럼 위성통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글로벌 위성통신 시장도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인드커머스에 따르면 글로벌 위성통신 시장 규모는 2021년 312억 달러(약 40조원)에서 2030년 2162억 달러(약 280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중 저궤도 위성통신 비중은 67%에 달했다.
우리나라의 저궤도 위성통신 연구개발(R&D)은 저조했다. 하지만 뒤늦게나마 저궤도 위성통신 개발에 첫발을 디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3일(한국 시각)에 연 2024년 제4회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총괄위원회에서 '저궤도 위성통신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사업' 예비타탕성조사(이하 '예타')를 통과시켰다.
2030년 초까지 6G 표준 기반의 저궤도 통신위성 2기를 발사하고, 지상국, 단말국까지 포함된 저궤도 위성통신 시스템 시범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총사업비는 약 3200억원이다.
이 사업은 예타 신청 3번째 도전 만에 통과됐다는 게 특징이다. 정부는 지상 통신망이 잘 구축돼 있다는 이유, 서비스 수요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로 2021년, 2022년에 이 사업 예타 신청을 탈락시켰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예타 탈락에도 국내 위성통신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R&D를 거듭 강조해 왔다. 저궤도 위성통신 시스템 개발과 위성의 발사까지 통상 5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할 때 지금이야말로 국내 기업들이 저궤도 위성통신 시장 진입을 준비할 수 있는 적기라는 설명이다.
최근 스타링크가 재난 상황에서 보여준 위성통신의 필요성, 해외 기업이 한국에 진출해 위성통신 사업을 구축하는 동안 국내 기업은 제대로 힘 쓰지 못하는 점 등이 정부 결정을 바꾸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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